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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거래시간 확대,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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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거래시간 확대,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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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부 김성용 기자
한국거래소가 주식 거래시간을 최대 12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6시간 30분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투자자 선택권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급성장 중인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의 약진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거래소의 고민은 이해할 만하다. 해외 주요 증시와 비교해 거래시간이 짧고, ATS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거래시간 연장이 실제로 '투자자 편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증권업계는 "정규장을 오전 8시 개장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거래 기회가 늘어난다고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장시간 매매는 오히려 피로와 과열을 키울 수 있다. 국내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직장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거래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참여가 확대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오히려 단기매매를 부추겨 시장 변동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거래소가 강조하는 '국제 경쟁력'이라는 명분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이 몇 시간 더 열려 있는지보다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인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거래시간 확대는 증권사 시스템, 인력 운용, 파생상품·외환시장과의 연계 등 복합적인 인프라 문제와 직결된다. 투자자 보호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만 늘린다면, 이는 결국 투자자보다 시장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거래소의 과제는 '얼마나 오래 열려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작동하는가'에 있다. 거래시간 확대 논의는 그 자체로 시대적 흐름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출발점이 투자자의 편익이 아닌 경쟁의식이라면, 방향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거래시간 확대, 과연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