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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러시아, 우크라이나 종전 시 나토 국경으로 병력 이동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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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러시아, 우크라이나 종전 시 나토 국경으로 병력 이동할 것”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 사진=로이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국경으로 군 병력을 재배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

핀란드 정부가 유럽이 안보 위협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국경 국가들에 대한 방위 재정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며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는 이날 FT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를 대폭 늘리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유럽연합(EU)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르포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오더라도 러시아는 여전히 위협”이라며 “러시아는 군 병력을 핀란드 국경과 발트해 연안 국경 인근으로 이동시킬 것이 분명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토 동부 전선에 위치한 국가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준으로 우크라이나를 가장 많이 지원하고 있음에도 자국 경제는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르포는 그러면서 “브뤼셀로부터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오르포 총리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거나 해상 경계를 공유하는 8개국이 처음으로 참여하는 ‘동부 전선 정상회의’를 이날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 국가는 방공 체계, 무인기, 지상군 분야에서 공동 군사 역량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유럽 대륙 전반에서 병력과 무기를 신속히 이동시키는 방안도 협의할 계획이다.

여러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전투가 중단될 경우 러시아가 3~5년 안에 서방 군사동맹과 대규모 충돌을 준비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실제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폴란드는 내년에 국내총생산의 5%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할 계획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방위비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FT에 따르면 핀란드는 냉전 이후에도 러시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은 몇 안 되는 유럽 국가로 꼽힌다. 방공호 유지, 필수 물자 대규모 비축, 청년층과 엘리트 대상 군사 훈련 등 높은 수준의 대비 태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10년 넘게 이어진 경기 침체로 국가 부채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공공지출 삭감에 나선 상태다.

오르포 총리는 “현재 핀란드 경제 상황은 매우 어렵다”며 “러시아의 위협으로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 차기 예산에서 방위 부문으로 배정된 약 1300억유로(약 223조7300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과 사용되지 않은 군사 프로젝트 예산 15억유로(약 2조5815억원)를 동부 전선 국가들이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합의가 이뤄질 경우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이 위협이 줄었다고 오판해 경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번 주 열리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중대한 시기”라며 “우크라이나가 재정 파탄에 빠질지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