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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뒷북 석화 대책] 전문가들 “생산감축+α 필요…소재 공급망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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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뒷북 석화 대책] 전문가들 “생산감축+α 필요…소재 공급망 지켜야”

'강제 조정'은 피해야…가격경쟁력 접근도
생산감축 대상 될 기초제품…공급망 우려
자원안보 시각서 접근…일정 비율 지켜야
전남 여수에 위치한 여천NCC 제3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이미지 확대보기
전남 여수에 위치한 여천NCC 제3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 지원의 전제로 기업들의 생산능력 감축 등 자발적 노력을 강조한 데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에틸렌 등 기초제품 중심으로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기 쉽지 않다 하더라도 국내 산업 전반의 공급망을 고려해 감축 일변도를 지양하자는 제언이 나온다. 다만, 업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정부 지원책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늦게 나온 만큼 이번 '8·20 석화 구조조정 방안'이 실효성을 거둘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20일 글로벌이코노믹이 경영·에너지 전문가에게 이번 석화업계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질의한 결과, 이들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정부와 석화 기업의 선제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석화산업이 나프타분해시설(NCC) 중심으로 발전해온 동력은 중국 산업화로 인한 수요 증가와 원유 주요 생산지인 중동의 기술력 부재”라면서 “지금은 중국과 중동 모두 자체 NCC 생산능력을 갖추면서 한국 석화사들이 이를 뛰어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교수는 “석화 기업들이 위기를 겪는 근본 원인은 가격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석화업계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생산량 18~25% 감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국내 석화산업이 구조조정을 스스로 이행해야 다른 나라에 잠식되는 위험을 피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정리 대상으로 거론되는 석화 기초 소재가 국내 산업 공급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융자 등의 지원을 해준다고 나올 때 석화 기업들이 사업구조를 자발적으로 조정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해외 기업으로 인수·합병되는 등 강제적인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 교수는 “에틸렌 같은 석화 기초 제품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수요가 여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석화 기업들의 생산능력 감축 자구안을 실행했을 때 중국 제품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며 “석화 기업들의 생산량 감축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므로 국내 산업 공급망을 유지하는 경제·자원 안보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석화 산업이 해외에 종속되는 위험을 피하려면 정부가 빠른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석화 제품과 관련한 공급망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구조조정에만 몰두했다가 국가 산업 경쟁력 전체에 부작용을 초래하는 ‘악수(惡手)’를 피하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고부가가치뿐만 아니라 기초 제품도 반도체·전지 등 여러 산업군에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전체의 30~60% 정도는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우선 원료를 더 싸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다변화한 뒤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