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준 국내 판매 흐름 EV ↓·하이브리드 ↑·보급형 EV 성장세 뚜렷
하이브리드·보급형 전기차 투트랙으로 수요 둔화 돌파
글로벌 전략 균형 맞추기 과제
하이브리드·보급형 전기차 투트랙으로 수요 둔화 돌파
글로벌 전략 균형 맞추기 과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글로벌 수요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확대와 보급형 전기차 투입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하며, 일본 시장 재진출 3년차 실적을 반영해 글로벌 균형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기아 전기차 팬매량은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1만6960대)의 약 두 배인 2만5000대 수준을 기록하며 일시적 반등세를 보였다. 특히 기아 EV4는 1485대가 판매돼 전월 대비 38% 증가했다. 이는 전기차 캐즘에도 보급형 EV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같은 기간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은 각각 2641대, 670대로 감소했지만, 보급형 모델의 성장세가 하락세를 일부 상쇄했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여전히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 2분기 전체 판매에서 EV 7만8802대, 하이브리드 16만8703대를 기록하며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두 배 이상 앞섰다. 내연기관과 전동화 수요가 공존하는 과도기 국면에서 하이브리드가 안정적 선택지로 자리 잡은 셈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 맞춤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지아 전기차 공장 가동을 통해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3만 달러대 엔트리 EV 투입을 준비하며 관세·보조금 환경 변화에 대응한다.
유럽에서는 강화되는 탄소 배출 규제에 맞춰 소형 EV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전면 배치하며 주요 완성차 업체와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특히 보급형 전기차는 글로벌 시장 확장에 핵심 무기로 꼽힌다. 가격 장벽을 낮추면 소비자 접근성이 크게 높아지고, 충전 인프라 확대가 진행 중인 신흥국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강화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엔트리 EV 전략이 글로벌 판매 확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2022년 아이오닉5와 넥쏘로 일본 시장에 복귀했으며, 2025년 4월부터 인스터EV(국내명 캐스퍼 EV)를 투입했다. 일본 내 판매량은 4월 82대, 5월 94대, 6월 130대로 점진적 증가세를 보였다. 단기간 대량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일본 소비자 특유의 보수적 구매 패턴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현지 충전 인프라 부족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은 전기차 충전소 밀도가 한국이나 유럽에 비해 낮아, 소비자들이 EV 구매를 망설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현대차는 현지 에너지 사업자와 협력해 충전 네트워크 확대를 검토 중이며, 이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관건으로 꼽힌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둔화 흐름 속에서 변곡점을 맞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는 현지 생산 강화와 엔트리 EV, 유럽에서는 친환경 라인업 확충, 일본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회복과 인프라 협력 확대라는 시장별 맞춤 전략을 얼마나 정교하게 이행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판매 강세와 보급형 전기차 성장세가 병행되는 현재의 ‘이중 구조’는 향후 글로벌 전동화 전환에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가 하이브리드·보급형 EV·일본 재도전이라는 세 축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전동화 전략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