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1,066km 신차, 내부온도 76도 경고 직후 전소
배터리 결함 아닌 외부 요인에 무게…제조사 공식 입장 없어
배터리 결함 아닌 외부 요인에 무게…제조사 공식 입장 없어

중국의 차세대 전기차 시장을 이끌 '드림팀'으로 기대를 모은 창안자동차, 화웨이, CATL의 야심작 '아바타(Avatr) 06'이 예기치 않은 화재 사고로 시험대에 올랐다. 출시 4개월 만에 나온 첫 화재는 단순한 차량 결함을 넘어, 세 거대 기업이 쌓아 올린 기술과 브랜드 신뢰도에 적신호를 켰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불린 모델에서 일어난 이번 사고는 앞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의 안전성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낳는다.
8일(현지시각) 딤섬 데일리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는 지난 10월 5일 중국 푸젠성 닝더시 둥비촌의 한 주택가 주차장에서 일어났다. 갓 출고한 신형 아바타 06 차량에서 시작한 불은 순식간에 차량 전체를 집어삼켰고, 주변에 서 있던 아우디, BMW, 마쓰다, 아이온 등 다른 차량 7대마저 잿더미로 만들었다. 현장 사진에는 차량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불타고 시뻘건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드러났다. 현지 당국은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확인했으나, 자칫 대형 참사로 번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배터리 결함일까, 운전자 부주의일까…원인 '미궁'
자동차 전문 매체 '카뉴스차이나'에 따르면 화재 차량은 차주가 지난 8월 28일 인도받아 구매한 지 두 달이 채 안 됐으며, 총주행거리는 1,066km에 불과한 사실상의 새 차였다. 차주는 화재 직전 차량이 보낸 명확한 경고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차량 전용 앱으로 내부 온도가 섭씨 76.4도까지 치솟았다는 알림을 확인한 직후, 조수석 부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에도 '속수무책'…초기 흥행에 '찬물'
이번 사고가 더욱 충격적인 까닭은 아바타 06이 CATL의 최신 '선싱(神行) LFP 배터리'와 800V 고전압 체계를 갖춘 첨단 모델이라는 점이다. 72.88kWh 용량의 이 배터리는 과전류 보호 기능을 강화해 그동안 안전성 기대를 모았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배터리 팩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음에도, 소비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핵심 부품인 배터리로 쏠리고 있다.
지난 4월 19일 중국 시장에 나온 아바타 06은 시작 가격 20만 9900위안(약 4175만 원)의 중형 세단으로, 출시 뒤 올해 8월 말까지 총 2만 4150대를 팔아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이번 화재는 이제 막 시장에 안착하려던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혔다. 원인 규명 결과와 제조사의 후속 조치가 초기 흥행을 이어갈지, 아니면 신뢰도 추락의 분수령이 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한편, 고온 환경 속 애프터마켓 용품 관리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