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IPO 경쟁률 54대 1…1조8000억 원 조달해 미래 투자 가속
인도 현지화 3대 비전 제시…첫 특화 가전 4종도 공개
인도 현지화 3대 비전 제시…첫 특화 가전 4종도 공개

LG전자가 인도 증시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사우스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자 제조 신흥 강국으로 부상한 인도를 '제2 내수시장'으로 삼아, 신흥시장 중심의 성장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포석이다.
LG전자 인도법인(LG Electronics India Limited)은 14일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에 상장했다. 상장식에는 조주완 최고경영자(CEO), 김창태 최고재무책임자(CFO), 전홍주 인도법인장 등이 참석했다. 조 CEO와 아쉬쉬 차우한 NSE CEO가 함께 타종하며 거래 개시를 알렸다.
LG전자는 인도법인 지분 15%(1억181만주)를 구주매출 형태로 처분했다. 공모가는 주당 1140루피(약 1만8000원)로 확정됐으며, 청약 경쟁률은 54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약 12조 원, 확보 자금은 1조8000억 원 규모다. 현지 투자자 신뢰 속에 LG전자는 '국민 기업'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이번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닌 경영 전략의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인도를 중심으로 '메이크 포 인디아(Make for India)',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메이크 인디아 글로벌(Make India Global)' 등 3단계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 생산과 연구개발(R&D), 판매를 아우르는 완결형 체제를 구축해 인도를 아시아 성장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인도 고객 맞춤형 가전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모기퇴치 에어컨, 사리 전용 세탁기 등 지역 특화 제품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 신규 공개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마이크로오븐 등 인도형 생활가전 4종은 내달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과 디자인, 편의성을 현지 수요에 맞춰 조정해 '인도 고객을 위한 프리미엄'을 구현했다.
생산 기반도 대폭 강화 중이다. LG전자는 노이다와 푸네 공장에 이어 스리시티에 6억 달러 규모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완공 후 냉장고 360만 대, 세탁기 375만 대, 에어컨 470만 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약 2000명의 고용 창출이 예상되며, 현지 제조 생태계 확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벵갈루루 SW연구소는 인공지능(AI)과 시스템온칩(SoC) 기술을 연구하는 글로벌 핵심 거점으로 육성된다.
LG전자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속도를 낸다. 인도 정부의 제조 육성 정책과 탈중국 흐름이 맞물리면서, 인도는 한국 전자산업의 새로운 교두보로 부상하고 있다. LG는 인도를 기반으로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신흥시장 네트워크를 강화해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현지 평판도 긍정적이다. 인도법인은 GPTW(Great Place To Work)로부터 2년 연속 일하기 좋은 기업(GPTW) 인증을 받았고, 청소년 기술교육과 영양 지원, 전국 헌혈 캠페인 등 사회공헌 활동도 확대 중이다. 단순한 외국기업이 아닌 '인도 내 동반 성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도 상장이 LG전자의 '포스트 차이나' 전략의 실질적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중심의 글로벌 구조에서 벗어나, 현지 성장형 포트폴리오로의 전환이 본격화된 것이다.
조주완 CEO는 "인도는 LG전자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의 핵심 무대"라며 "인도와 함께 성장하는 국민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