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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중국 희토류 독점 90%, 미국이 30년간 키웠다...GM 매각·광산 폐쇄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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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중국 희토류 독점 90%, 미국이 30년간 키웠다...GM 매각·광산 폐쇄의 대가

클린턴 정부, 1995년 국방기업 중국 매각 승인...부시도 방치로 세계 정제능력 90% 넘겨
중국이 희토류를 독점한 것은 미국이 지난 30년간 방치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희토류를 독점한 것은 미국이 지난 30년간 방치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미지=GPT-4o
중국이 희토류를 독점한 것은 미국이 지난 30년간 방치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이 1990년대 중반부터 전략 광물 산업을 중국에 넘긴 과정을 추적하면서 지금의 희토류 위기는 예견된 참사였다고 지적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활용하는 것을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인 "불량" 무역 행위라고 규정하며 베이징을 "믿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FT는 미국이 중국에 이런 카드를 쥐여준 것은 지난 30년간 중국이 이 산업 전체를 서서히 장악하도록 허용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은 1992년 덩샤오핑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선언하며 이 산업 장악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후 30년간 중국이 희토류를 독점하도록 사실상 방조했다는 게 FT의 진단이다.

클린턴 정부, 국방 핵심기업 중국에 넘겨


미국이 저지른 첫째 실책은 1990년대 중반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제너럴모터스(GM)가 인디애나주 소재 희토류 자석 제조업체 매그네퀀치를 베이징과 긴밀한 관계인 중국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허가했다. 이 회사는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와 전투기 유도 시스템에 쓰는 희토류 자석을 만들던 국방 관련 기업이었다.

이 자석이 군사용과 민간용으로 모두 쓰이는 "이중 용도" 제품이라는 점 때문에 합병 심사를 면밀히 받았다. 당시 한 국방부 자문위원은 "이 회사를 중국 순항미사일 기술 향상을 위한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CFIUS는 당시 공장을 인디애나에 그대로 둔다는 약속을 받고 매각을 허가했다.

하지만 공장은 그대로 있지 않았다. 몇 년 뒤 인디애나 공장 전체를 폐쇄하고 생산 설비와 장비를 모두 중국으로 옮겼다. 2004년 마지막 공장이 문을 닫자 인디애나주 민주당 하원의원 피터 비스클로스키는 "심각한 불황 속에서 우리 국방 기술과 일자리를 모두 중국에 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를 막지 않았다. 2005년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보고서는 이 거래가 "중국이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서도록 했다"고 경고했으나 뒤따르는 조치는 없었다.

정제 능력까지 잃은 미국, 중국은 90% 장악


미국은 원자재 생산 능력도 잃었다. 20세기 후반까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던 미국은 1952년 문을 연 캘리포니아주 마운틴패스 광산으로 생산을 주도했다. 그러나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생산성이 떨어지며 산업정책 지원도 사라지자 이 광산은 2002년 문을 닫았다.

2012년 마운틴패스 광산이 다시 문을 열었으나 그때는 이미 미국 안에 정제 시설이 하나도 없어 원자재를 중국으로 보내 가공해야 하는 처지였다. FT는 "중국이 저비용 생산과 추출, 싼 대출, 수출 제한을 결합한 전략으로 세계 희토류 산업 대부분을 장악했다"면서 "이 전략은 세계 해운산업과 여러 다른 분야를 차지할 때도 썼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은 세계 희토류 광산 생산의 60~70%, 정제·분리 공정의 85~90%, 희토류 자석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올해 4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세계 희토류 원광 생산의 약 70%, 정제 공정의 9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2010년부터 되풀이된 경고, 미국은 무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쓴 것은 이미 2010년 시작됐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때 중국은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은 2012년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해 이겼으나 그때는 이미 산업이 중국으로 옮겨간 뒤였다.

2020년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 위원 마이클 웨셀은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 정부 연구소가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지렛대로 쓰는 것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을 증언했다.

한국도 직격탄, 수입 76% 급락


중국은 올해 4월 디스프로슘과 테르븀 등 희토류 7종 및 고성능 자석에 수출허가제를 도입했다. 보도에 따르면 4월 희토류 자석 수출량은 약 3000톤으로 전월보다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한국 수입은 76% 폭락했고, 미국도 59% 줄었다.

가격도 급등했다. 영국 시장조사회사 아거스 미디어에 따르면 디스프로슘은 ㎏당 750달러(약 106만 원), 테르븀은 ㎏당 2850달러(약 404만 원)로 4월보다 2배 이상 올랐다. 방산용 이트륨은 두 달 동안 약 6배 뛰어 ㎏당 45달러(약 6만 원)를 기록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한국 기업들에 "중국산 희토류가 든 제품을 미국 군수업체에 수출하지 마라"는 공문을 보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전략 광물 전반을 제3국 수출 통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뒤늦은 대응 나선 미국, "3~5년 걸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다음 달 1일부터 100%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평균 관세 55%에 100%를 더하면 총 155% 관세율이 된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 분야를 지원한 것을 "중앙 계획"이라고 비웃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와 청정기술 지원 외에도 미국 유일의 희토류 자석 제조업체 노베온 매그네틱스에 자금을 댔다.

올해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접근법을 더 강화하며 수억 달러를 희토류 채굴과 생산 재가동에 쏟아붓는다. 그러나 미국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는 "각국이 대체 공장을 세우려면 높은 기술 장벽과 환경규제, 정부 재정지원이 필요해 최소 3~5년은 걸린다"고 분석했다.

FT는 "이 모든 상황에서 유일한 놀라움은 이렇게 오래 걸렸다는 것"이라면서 "미·중 간 공방과 전략 부문 재건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