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크벤치 멀티코어 7% 향상…24코어·5.4GHz 사양 확인
'노바 레이크' 이전 공백 메울 '개선판'…DDR5-7200 지원이 성능 견인
'노바 레이크' 이전 공백 메울 '개선판'…DDR5-7200 지원이 성능 견인

세계 PC 시장의 핵심인 중앙처리장치(CPU) 경쟁이 다시금 달아오르는 가운데, 인텔의 차세대 데스크톱 CPU 제품군의 윤곽이 드러나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노트북 부문에서는 '팬서 레이크' 등 차세대 아키텍처 도입으로 분주한 반면, 데스크톱 시장은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다. 2024년 말 출시된 인텔 코어 울트라 200 시리즈(애로우 레이크-S)는 시장의 '미지근한 반응'을 얻었으며, 특히 게임 성능 면에서는 2세대 이전인 14000 시리즈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가격 인하와 드라이버 개선으로 중급형 시장에서 '가격 대비 성능' 선택지로 자리 잡았으나, 인텔로서는 이번 '플러스' 개선판을 통해 반전을 꾀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인텔 데스크톱 제품군의 주력이 될 '애로우 레이크 개선판' 제품 중 하나가 처음으로 공식 성능 측정 사이트에 등장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익스트림 테크, 올 어바웃 인더스트리즈 등 외신과 업계 소식에 따르면, '코어 울트라 7 270K 플러스'로 이름이 붙은 이 새로운 프로세서가 최근 유명 성능 측정 플랫폼 '기크벤치(Geekbench)'의 데이터베이스에 (결과 ID 14595348) 등록됐다. 주요 IT 전문 매체들은 이 테스트가 2025년 10월 중순경 실시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테스트는 윈도우 11(Windows 11) 운영체제가 설치된 레노버(Lenovo)의 특정 데스크톱 PC에서 진행됐다. 시스템은 48GB 용량의 고속 DDR5-7182(사실상 DDR5-7200 공식 대응) 램을 탑재했으며, 그래픽카드(GPU)로는 엔비디아(Nvidia)가 중국 시장 전용으로 공급하는 '지포스 RTX 5090 D'가 사용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 테스트가 '거의 확실하게' 중국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조만간 이 CPU가 탑재된 완제품 시스템의 출시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크벤치를 통해 공개된 '코어 울트라 7 270K 플러스'의 핵심 사양은 현세대 제품과 거의 유사한 구성을 갖췄다. 이 CPU는 총 24개의 코어와 24개의 스레드를 탑재했다. 외신에서는 이 24코어 구성이 '흥미로운 선택'이라고 분석한다. 상위 모델인 280K 제품군과 유사한 코어 구성이기 때문이다. 통상 CPU 개선판은 전 제품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향이지만, 이번 270K 플러스는 제품군을 단순히 확장하는 성격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세부 사양은 인텔의 차세대 '라이언 코브(Lion Cove)' 아키텍처 기반 8개의 고성능 P코어(Performance-cores)와 '스카이몬트(Skymont)' 아키텍처 기반 16개의 고효율 E코어(Efficient-cores)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다. 해당 공정은 인텔 20A(P코어)와 TSMC N3B(E코어 추정)를 기반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코어 구성은 이전 세대 애로우 레이크 제품인 '코어 울트라 7 265K'와 완전히 동일하다. 최대 부스트 클럭은 5.4GHz로 기록됐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0.1~0.2GHz 가량 소폭 상승한 수치다. L3 캐시 용량은 36MB로 추정된다.
7% 성능 향상, 상위 285K 모델 육박…'메모리 속도'가 관건
가장 관심이 쏠리는 성능 수치를 보면, 코어 울트라 7 270K 플러스는 기크벤치 6.5 버전 테스트에서 싱글코어 점수 3,205점, 멀티코어 점수 22,206점을 각각 획득했다. 한편, 존 마틴데일 등 다른 외신이 인용한 동일 CPU의 기크벤치 결과에서는 싱글코어 3,215점, 멀티코어 22,720점을 기록하기도 해, 테스트 환경에 따라 약간의 편차를 보였다.
이 수치를 이전 세대 제품과 비교하면 성능 향상 폭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기존 코어 울트라 7 265K 모델의 기크벤치 싱글코어 평균 점수는 3,085점이다. 신제품(3,205~3,215점)은 이전 제품에 비해 약 3%가량 성능이 향상됐다. 다중 코어를 모두 활용하는 멀티코어 테스트에서는 성능 향상 폭이 더 컸다. 코어 울트라 7 265K의 멀티코어 평균 점수(20,581점)와 비교해, 코어 울트라 7 270K 플러스(22,206~22,720점)는 약 7% 더 빠른 처리 속도를 기록했다.
특히 IT 매체 비디오카즈(VideoCardz)는 멀티코어 22,720점이라는 수치가 상위 모델인 '코어 울트라 9 285K'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270K 플러스가 285K에 비해 잠재적으로 클럭 속도는 낮을 수 있지만, DDR5-7200 등 더 빠른 메모리 지원에 힘입어 이와 같은 성능 측정 결과를 달성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어 구성이 동일함에도 클럭 속도 향상, 메모리 대역폭 개선 등 내부 최적화를 통해 멀티코어 효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코어당 명령어 처리 성능(IPC) 자체는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품이 '애로우 레이크 개선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인텔은 노트북 시장에서는 '팬서 레이크' 출시를 준비 중이지만, 데스크톱 시장의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끌 '노바 레이크-S(Nova Lake-S)' 아키텍처는 2026년에나 등장이 예고됐다. 따라서 2024년 출시된 '코어 울트라 200K 시리즈(애로우 레이크-S)'의 뒤를 잇는 이번 애로우 레이크 개선판 제품군은, 완전한 차세대 제품 출시 전까지 시장을 방어하는 전환기용 제품군으로 자리매김한다.
인텔은 2025년 하반기 들어 "플러스(Plus)" 접미사를 본격적으로 확립하고 있다. IT 매체들에 따르면 이 명칭은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기존과 비교해 향상된 클럭 △AI 오프로드 기능 통합 △메모리 호환성 개선이라는 세 가지 개선 요소를 의미한다. 이 외에도 24코어에 더 높은 부스트 클럭을 갖춘 '코어 울트라 9 290K 플러스'와 14코어 구성의 '코어 울트라 5 250K' 역시 출시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 개선판" 평가 속 AI 성능은 향상…253W 전력은 '과제'
물론 3~7% 수준의 성능 향상은, 이전 세대 애로우 레이크와 비교해 큰 폭의 도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요 매체 리뷰어들 역시 "애로우 레이크의 미세 개선판"이라 평가하며, 혁신이라기보다 안정성과 호환성이 강조된 '출시'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성능 측정 결과는 아직 개발 중인 테스트 단계의 수치일 수 있으므로, 앞으로 드라이버 최적화 등을 거쳐 공식 출시 시점에는 성능이 추가로 개선될 여지는 남아있다.
다만 CPU의 순수 연산 성능 외의 부분에서는 주목할 만한 개선이 나타났다. 통합된 AI 엔진과 Xe-LPG 내장 그래픽(iGPU)의 드라이버 개선 덕분에,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Adobe Premiere Pro)나 다빈치 리졸브(DaVinci Resolve) 같은 일부 영상 편집과 생산성 작업에서는 AI 가속 성능이 평균 10% 내외 향상된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성능 측정 점수만으로는 CPU의 실제 소비 전력이나 발열 수준을 파악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전력 효율과 발열 제어는 여전히 과제로 지적된다. 이 CPU의 기본 설계 전력(TDP, PL1)은 125W 수준이지만, 최대 성능을 내는 PL2(파워 리밋 2) 조건에서는 약 253W에 육박하며, 이 고클럭을 유지할 때 열 출력이 급증하는 현상이 일부 보고되기도 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코어 울트라 7 270K 플러스'는 2025년 12월경 레노버, 델(Dell), 에이수스(ASUS) 등 주요 PC 제조사(OEM)의 완제품 데스크톱에 우선 적용될 것이다. 일반 소비자를 위한 박스 패키지 소매 판매는 2026년 1분기 중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출시 가격은 미화 499달러에서 549달러 사이로 추정된다. 이전 세대(265K) 출시가와 비교해 약 5% 인상된 수준이다.
인텔이 공식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아직 소문이 많지만, 업계는 이 칩들의 출시가 '매우 임박했다'고 보고 있으며, 조만간 인텔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코어 울트라 7 270K 플러스'는 비록 '개선판' 수준의 향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DDR5-7200 메모리 공식 지원 △5.4GHz로 향상된 부스트 클럭 △세대 간 AI 가속기 성능 보강이라는 개선 요소를 통해 중급형 게임과 생산성 시장을 공략하는 인텔의 핵심 전략 제품이 될 전망이다. 이번 기크벤치 등장은 인텔의 차세대 데스크톱 CPU 제품군이 '애로우 레이크 개선판'이라는 명칭으로 출시될 것을 사실상 확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편, 성능 측정 자료에는 상위 모델인 '코어 울트라 9 270K 플러스'의 성능 점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인텔의 차기 하이엔드 데스크톱 제품군 전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