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韓 막대한 투자 경쟁 속…유럽 '팹·인재' 모두 고갈
2030년 '점유율 20%' 목표, 시작부터 '공염불' 비관론
2030년 '점유율 20%' 목표, 시작부터 '공염불' 비관론
이미지 확대보기한때 세계 반도체 시장의 30%를 점유했던 유럽의 위상이 12%까지 추락하며 '반도체 주권'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러시아 IT전문 매체 SE7EN은 10일(현지시각) TSMC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아시아권과 첨단 공정 기술 격차는 이미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이 430억 유로(약 72조 원) 규모의 '유럽 칩스법(European Chips Act)'을 가동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으나, 이러한 뒤처짐은 역사와 구조, 정책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막대한 투자 격차와 심각한 인력난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2030년 시장 점유율 20% 회복 목표 달성마저 불투명하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亞 73%' 압도적 지배…10나노 미만은 대만·한국뿐
컨설팅 기업인 신덱스(Syndex)가 2024년 발표한 1990년~2020년 반도체 산업 동향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아시아 지역(대만, 한국, 일본, 중국)이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73%를 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1990년대 초 세계 시장의 37%를 차지했으나 2019년 14%로 생산 점유율은 급감했다. 다만 미국 기업들은 팹리스(설계) 분야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유지하며 2023년 기준 전 세계 칩 설계의 71%를 장악하고 있다.
'설계는 미국, 생산은 아시아'…유럽 설 자리 잃다
반면 유럽의 몰락은 뚜렷하다. 1990년대 30%에 육박했던 점유율은 2019년 12%로 곤두박질쳤다. 10~20nm 공정 제품 생산 비중은 시장의 약 2% 수준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이 때문에 유럽은 고부가가치 틈새(niche)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생산 기반 시설(팹) 부족은 심각하다. 일본이 103개의 팹을, 미국이 95개, 대만이 80개를 운영하는 데 반해, 유럽의 맹주인 독일조차 불과 22개의 공장을 보유하는 데 그쳤다. 10nm 미만 공정 역량은 전무하다.
430억 유로 '칩스법', "전략 부재" 비판과 자금 한계
유럽은 2023년 '유럽 칩스법'을 발효하며 반격에 나섰다. 2030년까지 430억 유로(약 72조 원) 이상의 공공 및 민간 투자를 유치해 세계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인터페이스(interface)' 소속 전문가들은 "훌륭한 아이디어는 많지만 전략이 부재하다"고 혹평했다. 2021년 극심한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서 위기 대응 성격으로 급조된 탓에, 2022년부터 유사 프로그램을 시행한 미국을 '추격'하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 격차'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유럽 칩스법'의 430억 유로(약 72조 원) 중 EU 집행위원회가 직접 지원하는 금액은 45억 유로(약 7조6000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민간 투자에 의존해야 한다. 미국의 520억 달러(약 76조 원) 규모 정부 지원, 대한민국의 740억 달러(약 108조 원) 규모 세제 혜택, 그리고 이미 1420억 달러(약 207조 원)를 유치한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디지털 10년(Digital Decade)' 프로그램을 통해 2030년까지 IT 분야 투자를 강화하고, 독일 인피니언이 50억 유로(약 8조4500억 원) 규모의 신규 팹을 짓는 등 각국이 자국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고질병인 관료주의, 복잡한 규제, 기반 시설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4배 노력·40만 인재' 요구…근본 약점 노출
2025년 초 유럽회계감사원은 "2030년 20%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4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암울한 진단을 내놨다.
유럽 산업별 노동조합 연맹 '인더스트리올 유럽(IndustriAll Europe)' 역시 "노력이 분산되어 있고 불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유럽 내수 시장의 70% 이상이 65~90nm(레거시 공정) 칩 수요에 몰려있어 첨단 공정 수요가 제한되는데도, 기업들은 엉뚱하게 틈새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R&D와 스타트업 생태계 약화도 근본 문제다. 실리콘밸리 같은 혁신 중심지가 없고, 창업 및 투자 사고방식과 시장 통합에도 한계를 보여왔다.
글로벌 '쩐의 전쟁'…삼성·TSMC 4년간 662조 쏟아부어
TSMC, 삼성, 인텔 등 3대 거대 기업이 2020년~2023년 기간에만 4250억 달러(약 662조 원) 이상을 증설에 쏟아부은 현실은 유럽의 계획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시장 불안정성도 유럽의 발목을 잡고 있다. 프랑스-이탈리아 합작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2025년 초 최대 3000명의 감원을 발표했고, 독일 인피니언 역시 1400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인력을 저비용 국가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TSMC, 삼성, 인텔 등 3대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과 달리, 유럽 기업들의 구조가 분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인텔은 2021년 800억 유로(약 135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며 300억 유로(약 50조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었던 독일 마그데부르크 메가팩토리 건설을 끝내 이행하지 않았고, 독일과 폴란드의 다른 공장들도 폐쇄했다.
인력난은 재앙 수준이다. 컨설팅사인 스트래티지&(Strategy&)는 유럽이 당장 40만 명의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딜로이트(Deloitte)에 따르면 업계 종사자의 20%가 이미 55세 이상이며, 독일은 앞으로 10년 내 엔지니어 3분의 1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제한 같은 지정학적 위험과, EU를 단일 시장이 아닌 개별 국가로 취급해 국가마다 기술이전 조건에 차이를 두는 미국의 기술 교류 정책도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의 반도체 산업은 시장 점유율과 첨단 기술력 모두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잃고 있다. 현재의 정책과 민간 투자만으로는 2030년까지 '20% 점유율' 목표 달성이 어려우며, 더 강력한 전략과 인력 육성, 대규모 기반 시설 구축 지원, 시장 통합이 매우 시급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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