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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핵잠' 받고 '3500억 달러' 투자…한·미, '안보·경제 빅딜' 팩트시트 명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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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핵잠' 받고 '3500억 달러' 투자…한·미, '안보·경제 빅딜' 팩트시트 명문화

韓, 車관세 15% 인하·반도체 '차별금지' 확보…'핵심 실리' 챙겨
美, 조선·전략 분야 3500억불 투자·국방비 3.5% 증액 '관철'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한미 '관세·안보 공동 팩트시트' 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한미 '관세·안보 공동 팩트시트' 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타결된 한미 공동 팩트시트는 '안보'와 '경제'를 정교하게 맞바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對)한국 정책의 집약판이다. 한국은 '핵추진 공격잠수함(SSN)' 건조 승인이라는 역사적 안보 자산을 얻는 대가로, 조선업 1500억 달러(약 218조 원)를 포함한 총 3500억 달러(약 510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 대미(對美) 투자 '청구서'를 공식화했다.

이는 10월 29일 경주 정상회담의 합의를 구체화한 것으로, 양국 동맹이 '확고한 방위 공약'과 '상호 호혜'라는 이름의 철저한 '거래(Deal)' 기반으로 재편됐음을 선언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례적으로 직접 협상 결과를 발표한 것 역시, 이번 합의가 갖는 중대한 의미를 반영한다. 백악관도 13일(현지시각) 팩트시트 전문을 공개하며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확인했다.

韓, '핵잠' 승인·車관세 인하…'핵심 실리' 챙겼다


이번 합의에서 한국이 확보한 가장 중대한 성과는 안보 분야에서 나왔다. 미국은 팩트시트를 통해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명시했다. 이는 한미동맹의 수준을 격상하는 역사적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은 "연료 조달 및 세부 요건 마련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업이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나아갈 것임을 시사했다.
나아가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정(123 협정)에 기반하여 한국의 평화적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연료 재처리를 위한 절차를 지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전통적 안보의 근간인 미국의 방위 공약도 견고하게 다져졌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과 핵을 포함한 '전 범위의 억제력' 제공을 약속했고, '핵협의그룹(NCG)'을 통한 공조 강화에도 합의했다.

통상 분야에서는 핵심 쟁점이던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문제에서 상당한 실리를 확보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가 현행 25%에서 15%로 인하된다. 원목, 목재 제품도 동일하게 15%가 적용된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장비 관세는 '차별대우 금지' 조항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미국은 "한국의 교역 규모에 상응하는 수준의 향후 협정에 부여되는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제공하기로 했다. 제약 부문 관세 역시 최대 15%를 초과하지 않는 상한선이 설정됐다. 이와 함께 제네릭 의약품, 의약 원료, 미국 내 미가용 천연자원, 항공기 및 부품 등에 부과된 특정 보충관세도 해제된다.

3500억 달러 투자·국방비 증액…'트럼프 청구서' 현실화


한국은 이러한 '안보·통상 실리'의 대가로 대규모 기여를 약속했다. 팩트시트는 한국의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명시했다. 미국이 승인한 조선 산업 부문 1500억 달러(약 218조 원)의 '승인된 투자'와 별도로,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2000억 달러(약 291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가 약속됐다. 에너지, 반도체, 제약, 핵심 광물 등 양국의 경제 및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다.

방위비 분담과 기여도 구체적인 수치로 못 박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방비를 GDP의 3.5%로 조속히 증액할 계획을 공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 또한 한국은 2030년까지 250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 계획과, 법적 절차에 따라 330억 달러(약 48조 원) 규모의 주한미군 지원 계획을 밝혔다.

미국 시장 개방 요구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 수입 시 연간 5만 대로 제한됐던 무제한 수입을 허용한다. 농식품 무역의 비관세 장벽 해소에도 합의했다. 미국산 농산물의 승인절차 간소화, 미국 과일·채소 전용 데스크 설치, 육류 및 치즈 시장 접근성 보장 등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서울에서의 Buy America' 연례 전시회 개최, 한국 경쟁당국 조사에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 인정 등 절차적 공정성 강화, '특허법조약(PLT)' 가입 추진 등도 합의 내용에 담겼다.

'환율 안정장치' 마련…시장 충격 최소화 부심


이번 팩트시트에서 주목할 부분은, 3500억 달러(약 51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환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양국은 MOU 이행이 한국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상호 이해에 도달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연간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초과하여 달러화를 조달할 의무가 없으며, 가급적 '시장 외 조달 수단'을 통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만약 시장 불안 가능성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조정을 요청하면 미국이 이를 성실히 고려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대규모 자금 조달로 인한 원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성을 제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완충 장치로 기능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팩트시트에는 일본과의 3국 협력 강화, 항행의 자유와 대만해협의 평화 유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및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협력 등 역내 현안 공조 방안도 포함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