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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산업 中희토류에 목줄 쥐여…90% 의존에 자석 수출 차단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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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산업 中희토류에 목줄 쥐여…90% 의존에 자석 수출 차단당해

NEPA 환경심사 2년 이상 소요에 처리시설 건설 발목…국방물자생산법으로 돌파
MP머티리얼스·벌컨·리엘리먼츠 투자 본격화…3~5년 내 가공 역량 재건 목표
중국이 군사용 희토류 자석 수출을 차단하면서 미국 국방 산업이 급소를 찔렸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군사용 희토류 자석 수출을 차단하면서 미국 국방 산업이 급소를 찔렸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중국이 군사용 희토류 자석 수출을 차단하면서 미국 국방 산업이 급소를 찔렸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8(현지시간) 중국이 미국 방산업체에 희토류 자석과 가공 원자재 수출을 막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 제도를 도입하면서, 미국이 수십 년간 방치했던 광물 가공 능력 부재가 전략적 약점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中 수출 허가제로 美 군수품 생산 급제동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민간 구매자에게는 희토류 자석과 원자재 수출을 허용하되, 미국 군수업체에는 차단하는 방식으로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이는 지난 10월 중국이 미국 국방 시스템에 필수적인 가공 핵심 광물에 대한 전면적 수출 규제를 실시한 데 이어 나온 조치다. 중국은 이달 일부 규제를 일시 중단했지만 언제든 재개할 수 있어, 미국 국방 생산 속도를 중국이 좌우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중국이 전 세계 핵심 광물 가공의 90%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일부 광물을 자국 내에서 채굴하지만, 대부분을 중국으로 보내 가공한 뒤 다시 구매해 국방 시스템에 사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공급망 위험 분석 기업 솔리드인텔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인 멕 레이스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한 국가가 중간 공정을 장악하면 미국이 국방 장비를 재건·수리·재무장하는 속도까지 통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분쟁 시 가장 중요한 무기인 드론 플랫폼, 골든돔 극초음속 방어 체계, 정밀 유도 미사일 등은 모두 대량의 희토류 광물을 필요로 한다. 레이스는 "승리는 전선에 물량을 급증시킬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결정적 질문은 1일째 누가 더 정교한 시스템을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10일째·100일째에도 그 시스템을 교체하고 유지할 수 있는 쪽이 누구냐"라고 밝혔다.

환경심사·소송에 발목 잡힌 처리시설 건설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광물 독점을 깨려고 가공 시설 건설에 나서고 있지만, 까다로운 국내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연방 정부 토지나 자금이 관련될 경우 국가환경정책법(NEPA)에 따라 전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만 통상 2년 이상 걸린다. 레이스는 "진짜 장애물은 규제 불확실성이지 환경 보호가 아니다"라며 "허가 심사가 여러 연방 기관을 거치면서 승인 시점을 예측할 수 없게 되면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버린다"고 설명했다.

채굴과 가공 모두 시간이 걸리지만, 가공 시설은 규제 일정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불과 몇 년 만에 건설할 수 있다. 하지만 NEPA 이후 사법 심사까지 더해지면 프로젝트가 수년간 지연되는데, 이는 국방 시설로서 용납할 수 없는 취약점이라는 지적이다.

다행히 미국 행정부가 지난 3월 광물 생산 지원 행정명령을 통해 각 부처에 국방물자생산법 3조를 활용해 가공 역량을 확대하도록 지시했다. 3조 지정은 기록에 명확한 국방 필요성을 남기며, 법원이 전통적으로 가처분 결정 시 이를 인정해왔다. 레이스는 "사법 심사는 여전히 진행되지만, 이의 제기로 인한 수년간의 공사 지연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평가했다.

MP머티리얼스 등 재건 투자 가속


전문가들은 역량 재건에 행정부를 넘나드는 예측 가능성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핵심 가공 프로젝트가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재심사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환경정책을 담당하는 환경품질위원회가 가속화된 심사에 대한 지침을 확정하고, 의회가 이를 법제화해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공 시설 건설에는 막대한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꾸준한 수요 신호를 보고 외국 정부의 가격 공세로 시장이 무너지지 않으리라 신뢰해야 투자가 이뤄진다. 중국 지원을 받은 인도네시아 니켈이 시장을 범람시켜 호주 생산 시설이 문을 닫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방부의 다년간 조달 계약과 국방물류청 국방 비축 물자에 광물을 편입하는 방식으로 투자 신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미국 기업들이 핵심 광물 가공과 제조 역량 재건에 나서고 있다. MP머티리얼스는 미국 내 희토류 분리 및 자석 제조 시설을 건설 중이다. 벌컨엘리먼츠와 리엘리먼츠는 희토류 자석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신규 진입 기업인 듀라늄은 차세대 가공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레이스는 "정부가 지금 규제 장벽을 없앤다면 미국은 3~5년 안에 가공 역량을 재건할 수 있다""지연은 행정상 불편함이 아니라 실질적 전략 취약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대국은 자국 국방을 확보하는 데 허가를 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