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중국 ETF 29% 급등, 美 S&P500 압도… '딥시크' 등 AI 신경제가 견인
GDP 80% 차지 '구경제'는 침몰… 부동산·소비 침체에 기업 투자 26년 만에 최악
"내년 시장, 美 기술주 흐름과 시진핑 내수 전환 의지가 관건"… 알리바바·텐센트 주목
GDP 80% 차지 '구경제'는 침몰… 부동산·소비 침체에 기업 투자 26년 만에 최악
"내년 시장, 美 기술주 흐름과 시진핑 내수 전환 의지가 관건"… 알리바바·텐센트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미국 기술주 흐름과 시진핑 정부의 과감한 내수 부양 의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고 배런스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경제’의 질주 vs ‘구경제’의 추락
올해 중국 증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MSCI 중국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들어 29% 치솟았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 지수 상승률(18%)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중국 경제가 미국의 관세 장벽을 예상보다 잘 견뎌냈고, 베이징 당국이 워싱턴과의 무역 협상에서 만만치 않은 협상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특히 중국의 ‘신경제(New Economy)’ 분야가 투자 자금을 빨아들였다. 중국의 인공지능(AI) 모델인 ‘딥시크(DeepSeek)’가 촉발한 열기는 AI, 바이오, 로봇공학, 반도체, 청정 기술 분야로 확산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기술 자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운 것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구경제(Old Economy)’는 심각한 늪에 빠져 있다. 부동산 가격은 4년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최근 몇 달간 투자와 판매 지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나 곤두박질쳤다.
소비 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11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1.3%에 그쳐 2022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를 기록했다. 집값 하락으로 자산이 줄어든 중국인들은 최근 몇 년간 쌓아둔 11조 달러(약 1경 580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저축을 헐지 않고 있다.
경제 성장의 혈액이라 할 수 있는 투자 역시 멈춰 섰다. 1월부터 11월까지 고정자산 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줄었다. 이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감소 폭이다. 샬린 추 오토노머스 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관세와 공급망 변화로 수요가 약해진 데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으로 이익 마진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당국이 일부 산업의 과잉 생산과 과당 경쟁을 손보겠다고 나선 점도 기업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AI 버블과 금리, 중국 증시의 ‘변수’
내년 중국 증시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다. 비비안 린 서스턴 윌리엄 블레어 신흥시장 성장 펀드 매니저는 “중국 기술주의 운명은 전 세계 AI 지출 전망, 특히 미국 AI 주식 거품의 붕괴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기술주가 조정을 받으면 중국 기술주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지난 10월 시진핑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데탕트(긴장 완화) 분위기가 조성됐고, 내년에 여러 차례 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양국 정상이 각자의 국내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극단적인 충돌을 피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른바 ‘국가대표팀’으로 불리는 중국 국부펀드가 ETF를 사들이고 보험사들의 주식 보유 확대를 독려하는 것도 증시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수출 외발 질주 한계… 시진핑의 ‘내수’ 선회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2026년 경제 성장률이 평범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본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을 떠받쳤던 ‘미국 관세 회피용 밀어내기 수출’ 효과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11월까지 무역 흑자가 사상 최대인 1조 달러(약 1445조 원)를 기록했지만, 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이 아니다.
중국 연구기관 시놀로지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5년 동안 순수출의 GDP 성장 기여도는 평균 1%에 불과했고 소비가 64%를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은 순수출 기여도가 16%로 급증한 반면, 소비 기여도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샬린 추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그나마 현상 유지를 하려 해도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며 중국산 제품을 계속 사줘야 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지도부도 수출과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12월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에 기고한 글 모음집은 정책 변화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내수 확대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제목의 글은 정부가 내수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로리 그린 TS 롬바드 중국 리서치 책임자는 “최소한의 경제 성장은 사회 안정뿐만 아니라 시 주석의 기술패권 야망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며 “소비 진작을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 주석이 2012년 ‘기술 자립’을 추진했던 것처럼, 이제는 ‘내수 부양’을 최우선 순위에 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렌든 에이헌 크레인셰어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러한 변화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해 온 ‘수출 의존도 축소 및 내수 강화’ 압박에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와 내수 부양의 교집합을 찾아라
중국 정부의 내수 부양책은 단기간에 대규모로 이뤄지기보다 점진적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현재로서는 무상 유치원 교육이나 출산 보조금, 노년층의 지갑을 열기 위한 국내 여행·스포츠·엔터테인먼트 육성책 등이 거론된다.
배런스는 중국 주식에 다시 발을 들이려는 투자자들에게 ‘AI 기술 발전’과 ‘정부의 소비 부양’이라는 두 가지 흐름의 수혜를 동시에 입을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알리바바 그룹, 텐센트, 바이두 같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과 징둥닷컴(JD.com), 핀둬둬(PDD) 등 전자상거래 업체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중국의 기술 자립 목표와 내수 시장 확대라는 교집합에 위치해 있어 2026년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유망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