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공식 통계 시스템이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각종 조사 취소와 데이터 수집 중단, 대규모 인력 감축이 겹치면서 경제·사회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지표에 공백이 생기고 있고 정부 통계에 대한 신뢰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설문조사 취소와 데이터 누락, 통계기관 인력 감축이 미국 사회에 점점 더 많은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숫자를 조작하는 것보다 아예 측정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 조사 취소·데이터 공백…사회 전반에 ‘보이지 않는 손실’
신종 약물 남용 추세에 대한 데이터 수집도 멈췄고, 미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물가 지표 표본의 15% 이상이 사라졌다. 산모·영아 사망률 통계는 더 이상 국가 단위로 집계되지 않아 의료진과 연구자들이 주별 자료를 일일이 모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재난 대비를 위한 핵심 인프라 데이터나 환경 위험에 불균형적으로 노출된 지역을 보여주는 지도 역시 복구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런 데이터 손실은 정책 입안자와 과학자, 기업은 물론 일반 시민에게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공공데이터이용자협회(APDU)의 베스 자로시 부회장은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으면 누구나 원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백이 생긴다”며 “사실이 아니라 정치적 주장과 선전이 서사를 지배하게 된다”고 말했다.
◇ 트럼프 2기, 통계기관 전반에 가해진 압박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이미 취약해진 통계 시스템에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졌다고 지적했다.
응답률 하락과 예산 축소, 팬데믹 후유증으로 흔들리던 통계 체계가 2025년에는 대규모 인력 감축과 사상 최장 기간의 연방정부 셧다운까지 겹치며 ‘퍼펙트 스톰’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물가와 실업률 같은 핵심 지표에도 회복하기 어려운 공백이 생겼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설문과 질문이 “낭비적”이거나 “중복적”이라 중단됐다고 설명하지만 통계 전문가들은 백악관의 우선순위에서 기후 변화나 다양성·형평성·포용(DEI) 같은 이슈가 배제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연방 공무원 만족도 조사와 정부 지출 정보 공개가 중단됐고 사회보장국은 콜센터 대기시간 공개를 멈췄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온실가스 보고 의무 축소를 추진했고 미 농무부는 식량 안보 조사를 취소했다.
◇ 인력 감축이 만든 구조적 위기
문제는 개별 조사 중단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연방 인력 감축으로 통계 산출 자체가 어려워진 사례도 늘고 있다. 국립교육통계센터(NCES)는 인력이 93% 줄었고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과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도 핵심 인력이 대거 빠져나갔다. 통계 자문위원회 해체로 기관의 전문성과 연속성도 약화됐다.
미국통계학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런 인력 감축을 “중대한 경고 신호”로 규정하며 핵심 통계직을 채용 동결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BLS 인력은 2025회계연도 기준 전년 대비 20% 줄었고 BEA는 2019년 이후 25% 감소했다.
◇ 흔들리는 정부 통계 신뢰
트럼프 대통령이 부진한 고용 보고서 이후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통계국장을 전격 해임하며 통계 조작 의혹을 제기한 일도 논란을 키웠다. 경제학자와 통계학자들은 이를 통상적인 수정 과정이라고 반박했지만 정부 통계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문은 커졌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축소가 인공지능(AI) 활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밀한 기상 예측과 재난 대비는 방대한 관측 데이터가 전제인데 관측 축소와 위성 계획 변경은 농민과 지역사회에도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정부 통계는 오랫동안 세계적 기준으로 여겨져 왔다”며 “수집되지 않은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공식 수치에 대한 신뢰는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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