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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위증 혐의 수사" 미 법무부 칼날...트럼프 2기 '연준 길들이기'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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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위증 혐의 수사" 미 법무부 칼날...트럼프 2기 '연준 길들이기' 신호탄인가

미 법무부, 파월 의장 형사 수사 공식화... 워싱턴 정가 '충격'
상원 공화당 "신속 해결" 촉구 속 '대통령 눈치 vs 독립성 수호' 딜레마
민주당 "정치적 청부 수사" 강력 반발... 통화정책 불확실성 고조
지난 2017년 11월 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트럼프가 지명한 당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7년 11월 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트럼프가 지명한 당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법무부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상대로 전격적인 형사 수사에 착수하며 워싱턴 정가와 월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악시오스는 지난 12(현지시각) 미 법무부가 파월 의장의 위증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핵심 혐의는 파월 의장이 지난해 여름 의회 청문회에서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초과 문제와 관련해 거짓 증언을 했는지 여부다.

이번 수사는 단순한 행정 착오 규명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연준 흔들기'가 현실화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상원 공화당 지도부는 지난주 전쟁권한 결의안 표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거스른 직후라, 이번 사태 대응에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대통령과 또다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미국 경제 시스템의 핵심인 '연준 독립성'이 정치 논리에 훼손되는 것을 방관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했기 때문이다.

"독립성 지켜야" vs "대통령 눈 밖에 날라"... 공화당의 '속앓이


공화당 지도부는 '수사의 신속한 종결'을 강조하며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존 튠(John Thune)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연준이 정치적 간섭 없이 국가 통화정책을 수립하려면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라며 "이번 조사는 신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수사 자체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수사 장기화로 인한 연준의 기능 마비를 경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존 바라소(John Barrasso) 상원 원내총무 또한 "나는 늘 독립적인 연준을 지지해 왔다"라면서도 "법무부가 어떤 증거를 제시할지 지켜보겠다"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 특히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파월 의장을 옹호하는 기류가 강하다.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인 데이브 맥코믹(Dave McCormick) 상원의원은 "파월 의장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존 케네디(John Kennedy) 상원의원은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파월 의장을 잘 안다. 그가 부정한 짓을 했다면 충격을 금치 못할 일(stunned)"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이딴 일(수사)은 머리에 구멍이 나는 것만큼이나 불필요하다"라고 비판했다. 수전 콜린스(Susan Collins) 의원과 리사 머코우스키(Lisa Murkowski) 의원도 수사 소식 직후 파월 의장과 통화했다며 "그는 청렴결백한 인물"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민주당 "정치 깡패들의 공격"... 강경파는 "국민 알 권리"

반면 공화당 내 일부 강경파는 법무부에 힘을 실어줬다.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상원의원은 "파월이 준비 부족이었든, 고의로 의회를 속였든 국민은 답을 들을 자격이 있다"라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다만 평소 파월 저격수로 통했던 릭 스콧(Rick Scott) 상원의원은 "사실관계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라며 의외로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이번 수사를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장악 시도'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척 슈머(Chuck Schumer)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연준의 독립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또 다른 공격을 감행했다"라고 비판했다.

하킴 제프리스(Hakeem Jeffries) 하원 원내대표는 소셜미디어 엑스(X)"파월을 형사적으로 겨냥할 근거는 '제로(0)'"라며 법무부를 향해 "병든 정치 모리배(sick political hacks)들로 가득 찼다"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하원 의장은 "파월이 무죄라면 스스로 증명하면 될 일"이라며 법무부 수사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청사 개보수'는 명분... 본질은 '금리 결정권'


워싱턴 외교가와 월가는 이번 수사의 표면적 이유인 '청사 개보수 위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내내 연준의 금리 정책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며,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하거나 금리 결정에 개입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꺼내 든 '형사 수사' 카드는 파월 의장 개인을 압박해 자진 사퇴를 유도하거나, 최소한 연준의 운신 폭을 좁히려는 정치적 수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월 의장이 불명예 퇴진할 경우, 차기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드에 맞는 인사가 지명될 공산이 크다. 이는 세계 경제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행정부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화당 주류가 이번 사태를 단순 비리 수사가 아닌 '제도적 위기'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플레이션 불씨가 여전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신뢰성이 무너질 경우, 그 경제적 후폭풍은 고스란히 집권 여당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충성심' 요구와 시장의 '안정성' 요구 사이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