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외교 수단으로 다시 부상하면서 세계 각국이 미국 중심의 무역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글로벌 교역 질서를 재편하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외교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미국 이외 국가들과의 교역을 확대하려는 논의가 다보스에서 힘을 얻고 있다고 2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주요 교역들 사이에서는 불만과 경계심이 동시에 감지되고 있다며 로이터는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그린란드 구상에 반대하는 유럽 동맹국들을 상대로 새로운 관세 부과를 경고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그린란드 관련 협상 틀을 발표한 뒤 이를 한발 물린 바 있다.
◇ “변화의 속도와 규모가 세계를 흔든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WEF 연례회의 패널 토론에 참석한 프랑수아필리프 샹파뉴 캐나다 재무부 장관은 “변화의 속도와 규모, 범위 자체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관세 충격에 대비해 무역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EF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관세를 약 10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후 처음 열렸다. 이로 인해 각국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상호 교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샹파뉴 장관은 “각국은 상업 관계를 다변화하고 지역 차원의 협력을 강화해 무역 정책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키우고 있다”며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법치지만 지금은 그것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캐나다와 중국이 전기차와 유채씨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합의에 도달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 미국 비중 축소, 지역 블록 부상
이달에는 유럽연합(EU)과 남미 공동시장 메르코수르가 25년에 걸친 협상 끝에 자유무역협정에 서명했다.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면 EU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협정이 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공급망 다변화와 과도한 의존 축소가 일자리와 성장을 여러 국가로 분산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미국의 글로벌 상품 교역 비중이 2034년까지 12%에서 9%로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신 미국 내 경제 활동 비중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수출업자협회(BGA)의 디르크 얀두라 회장은 “트럼프는 자신이 앉아 있는 가지를 스스로 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대미 수출은 2025년 첫 11개월 동안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세계는 더 비싸지고 있다”
독일 상공회의소(DIHK)의 폴커 트라이어 해외무역 담당은 철강과 알루미늄 같은 원자재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산업 설비 구축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는 이미 더 비싸졌고, 구조적으로 앞으로 더 비싸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BCG는 향후 세계 무역이 미국, 중국, 중국을 제외한 브릭스 플러스(BRICS+), 그리고 유럽과 캐나다, 멕시코, 일본, 호주, 아시아·태평양 일부 국가로 구성된 다자 협력국 그룹 등 네 개 축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엘 하세가바 미국 롱비치항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이후 무역 흐름이 크게 달라졌다”며 2019년 중국과의 교역이 전체 물동량의 70%였던 반면, 지난해에는 60%로 낮아지고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 비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유럽 최대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의 부더베인 시몬스 CEO는 “유럽은 그동안 중국의 값싼 생산,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 미국의 값싼 안보에 의존해왔다”며 “이 세 축이 동시에 약화하고 있어 매우 빠른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