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 가치 4년 만에 최저치 폭락, 1971년 금본위제 폐지 이후 최대 위기
“단절의 시대 왔다” 마크 카니·레이 달리오, 경제 블록화와 글로벌 금융 질서 균열 경고
‘셀 아메리카’ 확산에 국내 반도체 수출 비상,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다변화 압박
“단절의 시대 왔다” 마크 카니·레이 달리오, 경제 블록화와 글로벌 금융 질서 균열 경고
‘셀 아메리카’ 확산에 국내 반도체 수출 비상,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다변화 압박
이미지 확대보기2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와 26일 더트럼펫(The Trumpe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달러 약세 용인 발언과 그린란드 매입 시도 등 돌발적인 행보가 시장의 불신을 극도로 키우고 있다. 특히 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5000달러(약 715만 원)를 돌파하고 은값마저 사상 처음 100달러 선을 넘어서는 등 안전자산으로의 ‘대이동’이 가속화하면서, 1971년 금본위제 폐지 이후의 달러 체제가 ‘단절’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 인덱스 1.3% 급락… 트럼프 “달러 약세는 훌륭한 일”
외환 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하루 만에 1.3% 하락했다. 이는 2026년 초 대비 2.6% 떨어진 수치로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폭락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오와주 발언이었다. 그는 최근의 달러 약세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훌륭한 일”이라며 달러 가치 하락을 공개적으로 반겼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확신이 번지며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현상이 심화했다.
유로화는 1.4% 상승한 1.204달러, 파운드화는 1.22% 오른 1.384달러를 기록하며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시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이 위험 자산을 밀어내고 달러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은값 사상 최고치 경신… “미 국가부채 38조 달러가 통화 질서 붕괴 초래”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은 실물 자산인 금과 은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27일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3.5% 상승한 온스당 5185달러(약 741만 원)를 기록했다. 은값 역시 하루 만에 8% 폭등하며 온스당 112달러(약 16만 원)를 나타내 역사상 처음으로 100 달러(약 14만 원)선을 넘어섰다.
로열런던자산운용의 트레버 그리섬 투자 총괄은 “금값 강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스럽고 즉흥적인 정책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설립자 역시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의 국가 부채가 38조 달러(약 5경4300조 원)를 넘어선 상황에서 화폐를 더 찍어내느냐, 부채 위기를 방치하느냐의 기로에 섰다”며 “법정 화폐를 가치 저장 수단으로 믿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들 ‘탈달러’ 가속화… 인도·폴란드 금 매집 열풍
글로벌 금융 리더들은 이를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닌 체제의 종말로 규정한다. 마크 카니 전 영국은행(BoE) 총재는 “우리는 전환이 아닌 단절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규칙 기반의 질서가 사라지고 강대국 간 경쟁이 지배하는 ‘요새 경제’로의 회귀를 예견했다.
실제로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보유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28일 “지정학적 안정을 위해 금 150톤(t)을 추가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인도 역시 미국 국채 보유량을 5년 만에 최저치로 줄이는 대신 금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 자산을 동결한 것을 지켜본 국가들이 ‘달러의 무기화’에 대비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26년 달러 약세 지속 전망… 한국 반도체 수출 및 통화 정책 ‘비상’
달러화 폭락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수출 특성상 환리스크 관리가 2026년 상반기 경영의 최대 과두가 됐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도 안갯속이다. 한·미 금리차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보다 달러 자체의 신뢰 하락이 더 큰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변동성이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공급망 다변화와 외환보유액의 금 비중 확대 등 리스크 분산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이번 주말로 예정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여부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후임 인선을 둘러싼 혼란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