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제련소 '알바' 가동률 20% 급격한 하방 압력…LME 시세 2022년 이후 최고치
배터리 양극박·자동차 경량화 부품 직격탄, 국산 제품 가격 인상 압박 가중
배터리 양극박·자동차 경량화 부품 직격탄, 국산 제품 가격 인상 압박 가중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공급망의 심장부로 불리는 중동 호르무즈 해협이 지정학적 화약고로 변모하면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알루미늄 시장에 전례 없는 수급 충격이 몰려오고 있다.
최근 바레인 국영 알루미늄 제련소인 '알바(Alba)'는 심각한 원료 부족 사태를 이기지 못하고 전체 생산 라인 중 3곳의 가동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 배경은 이란발 전쟁 여파로 중동 물류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알루미늄 생산에 필수인 산화알루미늄(알루미나) 등 기초 원자재의 반입이 전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Bloomberg News)의 지난 14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단일 입지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알루미늄 바레인(Aluminium Bahrain BSC)은 전체 160만 톤(t)에 이르는 연간 생산 능력 중 약 19%에 해당하는 30만 톤급 시설의 가동을 멈췄다.
'물류 동맥경화'가 부른 생산 절벽…LME 시세 2022년 고점 정조준
호르무즈 해협의 기능 마비는 단순히 물류 지연을 넘어 제련소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알루미나를 실은 선박들이 해협 입구에서 발이 묶이면서 제련 설비의 재고가 바닥을 드러낸 결과다.
시장은 즉각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이란발 전쟁 위기가 고조된 지난달 말부터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에 9.2% 급등하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수준에 근접했다.
국내 원자재 트레이딩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알바뿐만 아니라 카타르 등 인근 제련소들도 에너지 수급과 원료난으로 생산을 중단하거나 대폭 감축하고 있다"며 "공급망의 입구인 원료와 출구인 제품 수출이 동시에 봉쇄된 사상 초유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K-배터리·모빌리티 원가 쇼크 현실화…수입선 다변화가 생존 변수
알루미늄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국내 주력 산업계에 즉각적인 인플레이션 공포를 드리우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박(알루미늄박) 제조업체들과 차체 경량화를 추진 중인 완성차 업계의 원가 구조에 비상이 걸렸다.
양극박은 배터리 셀 가격의 약 5%를 차지하는데, 최근 리튬과 니켈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알루미늄 가격의 돌발 상승은 배터리 가격 인하를 통한 전기차 대중화 전략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또한 창호와 내장재 등 알루미늄 자재 비중이 높은 건설 현장에서도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될 조짐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기적 가격 변동을 넘어 국내 기업들에게 '중동 리스크의 상시화'라는 과제를 던졌다고 분석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기업들이 호주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입선을 급히 다변화하고 있으나, 기존 장기 계약 구조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물류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빚은 '귀한 몸' 알루미늄…공급망 재편의 신호탄
알루미늄은 공정 특성상 대규모 전력과 정교한 원료 공급망이 필수라 특정 지역의 생산 차질을 다른 지역에서 즉시 메우기가 매우 어렵다.
이번 바레인 알바의 사례처럼 한 번 멈춘 제련 설비는 재가동에만 수개월이 소요되어 공급 공백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분석가들은 "에너지 시장에 국한됐던 중동 리스크가 이제는 산업 금속 전반으로 전이됐다"며 "글로벌 제조 기업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패닉 바잉'에 나설 경우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제어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망 안보시대, 자원 자립도 제고를 위한 민관 협력 시급
이번 사태는 한국 산업계에 '비용 절감'보다 '공급망 안보'가 우선이라는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과거 2021년 요소수 대란이 특정 국가 의존도의 위험성을 알렸다면, 이번 알루미늄 쇼크는 지정학적 요충지의 물류 마비가 안방의 물가와 산업 경쟁력을 얼마나 쉽게 흔들 수 있는지를 입증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비축 물량 방출 등 단기 처방과 더불어 폐알루미늄 재활용 기술(Green Aluminum) 확보와 같은 근본적인 자원 자립도 제고를 위한 민관 협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중동 리스크가 상시화되는 흐름 속에서 대체 공급망 확보와 자원 선순환 체계 구축만이 한국 제조 경쟁력을 지키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