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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 늪 빠진 한국타이어, 프리미엄·다변화로 ‘정면돌파’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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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 늪 빠진 한국타이어, 프리미엄·다변화로 ‘정면돌파’ 선언

글로벌 수요 둔화에 주가 하방 압력 가중… ‘SMR·로보틱스’ 연계 미래 전략 주목
유럽 OEM 공급망 위축에도 헝가리 거점 효율화·주주 환원 강화로 기초체력 입증
한국타이어 주가는 최근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타이어 주가는 최근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적인 전기차(EV) 시장의 성장 정체 현상인 ‘캐즘(Chasm)’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타이어 시장의 강자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애드혹 뉴스(ad-hoc-news.de)’는 지난 14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EV 수요 냉각으로 인한 실적 불확실성에 직면했으며, 유럽 투자자들 사이에서 향후 성장 궤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EV 수요 절벽, 신차용 타이어 시장의 ‘도미노’ 충격


최근 한국타이어가 겪고 있는 시장의 하방 압력은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선 구조적 변화에서 기인한다.

그동안 한국타이어는 저회전 저항과 고하중 지지력을 갖춘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해 왔으나, 독일과 중국 등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중단이 수요 절벽으로 이어지며 공장 가동률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한국타이어의 주력 공급처인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완성차 업체(OEM)들의 전기차 생산라인 감축은 타이어 발주량 급감으로 직결되고 있다.

특히 신차 출고 시 장착되는 OEM 타이어 비중이 높은 한국타이어의 사업 구조상, 완성차 업계의 ‘EV 속도 조절’은 곧장 매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앨레나 포스(Elena Voss) 수석 분석가는 “전기차 최적화 타이어에 집중했던 한국타이어의 전략이 시장의 단기적 오버캐파(과잉 생산 능력)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헝가리 생산 기지의 ‘방패’ 역할과 고부가가치 제품의 이익 방어력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생산 기지의 효율적 운용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헝가리에 위치한 현지 공장은 유럽 내 물류 비용을 최소화하고 관세 장벽을 넘는 핵심 보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는 독일 컨티넨탈 등 유럽 현지 경쟁사들과의 단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최근 분기별 실적에서 고인치(High-inch) 타이어와 고성능 제품군 비중을 확대하며 영업이익률을 방어해냈다.

원재료인 천연고무 및 합성고무 가격이 유가와 연동되어 변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타이어는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는 ‘프라이싱 파워(가격 결정력)’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타이어가 구축한 자동화 공정과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이 인건비 상승 압박을 상쇄하며 기초체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통 시장의 ‘수성’과 미래 모빌리티 ‘선점’이라는 이중 과제


한국타이어는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신차용 시장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교체용(RE) 타이어 시장으로 빠르게 분산하고 있다.

경기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교체용 시장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유럽과 북미에서 한국타이어의 수익창출원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겨울철 기후 변화가 극심한 DACH(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지역을 겨냥한 프리미엄 윈터 타이어 라인업 강화는 계절적 특수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적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미래 전략 측면에서는 단순한 타이어 제조를 넘어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한국타이어는 센서가 내장되어 타이어 마모도와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스마트 타이어’ 상용화와 더불어 수소차 전용 타이어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정체를 수소 및 자율주행 기술로 돌파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주주 가치 제고와 체질 개선이 반등의 열쇠


한국타이어의 향후 주가 향방은 전기차 수요의 회복 시점과 주주 환원 정책의 실효성에 달려 있다. 한국타이어는 견고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책을 지속하며 투자자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비록 대외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와 친환경 소재 도입을 통한 ESG 경영은 장기적인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주가 수준이 과도한 공포를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통통(痛症)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타이어가 보여준 비용 절감 능력과 기술적 우위는 ‘포스트 전기차’ 시대에 다시금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