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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50, 美 빗장 뚫고 유럽산 '메테오' 단다…KAI의 이유 있는 '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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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50, 美 빗장 뚫고 유럽산 '메테오' 단다…KAI의 이유 있는 '변심'

KAI "AIM-120 통합 행정적 난관 대비…메테오·미카 통합 배제 안 해"
사거리 200km '괴물 미사일' 장착 시, 경공격기 넘어선 '미니 전략기'로 급부상
유럽 3대 전투기 운용국 겨냥한 '신의 한 수'…수출 시장 다변화 노린다
KAI의 경공격기 FA-50. KAI는 최근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FA-50에 미국산 AIM-120 암람 대신 사거리 200km급의 유럽산 메테오 미사일 통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이미지 확대보기
KAI의 경공격기 FA-50. KAI는 최근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FA-50에 미국산 AIM-120 암람 대신 사거리 200km급의 유럽산 메테오 미사일 통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국산 경공격기 FA-50에 미국산 공대공 미사일 대신 유럽산 미사일을 장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는 FA-50의 수출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미국의 엄격한 수출 통제(Export Control)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지 디펜스 익스프레스(Defense Express)는 14일(현지 시각) KAI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KAI가 FA-50에 유럽 MBDA사의 '메테오(Meteor)'와 '미카(MICA)' 미사일 통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KAI 측은 "많은 국가의 강력한 관심으로 미국산 AIM-120 암람(AMRAAM) 통합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나, 여러 행정적 요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며 이 같은 대안 검토 배경을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행정적 요건'이란 미국 정부의 까다로운 무기 수출 승인 절차와 소스 코드 접근 권한 문제 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거리 200km의 '메테오', FA-50을 전략무기로 바꾼다

가장 주목할 점은 '메테오' 미사일의 통합 가능성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6개국이 공동 개발한 메테오는 덕티드 램제트(Ducted Ramjet) 추진 방식을 적용해 사거리가 200km에 달하는 현존 최강의 공대공 미사일 중 하나다. 마하 4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며 목표물 타격 직전까지 추력을 유지해 적기가 회피할 수 없는 '노 이스케이프 존(No Escape Zone)'이 경쟁 기종보다 월등히 넓다.

군사 전문가들은 FA-50에 메테오가 장착될 경우, 단순한 경공격기를 넘어선 '미니 전략기'로서의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록 FA-50에 탑재된 레이시온의 '팬텀스트라이크(PhantomStrike)' 레이더 탐지 거리가 메테오의 최대 사거리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조기경보기(AWACS)나 고성능 주력 전투기와의 데이터 링크를 통해 표적 정보를 공유받으면 원거리에서 적기를 격추하는 '미사일 캐리어'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F-16급 이상의 주력 전투기 도입이 부담스러운 중소 국가들에게 획기적인 비대칭 전력을 제공하는 셈이다.

프랑스 라팔·유로파이터 운용국 겨냥한 '수출 잭팟' 전략


80km 사거리를 가진 '미카(MICA)' 미사일 역시 매력적인 선택지다. 미카는 적외선(IR) 탐색기와 레이더(RF) 탐색기 버전을 모두 갖추고 있어, FA-50의 자체 레이더 성능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미카는 프랑스의 라팔, 유럽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 등에서 이미 주력 무장으로 운용되고 있다.

KAI의 이번 행보는 유럽산 전투기를 운용 중인 국가들을 잠재 고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다. 최근 아시아와 중동 시장에서 프랑스 다소(Dassault)사의 라팔 전투기가 약진하는 가운데, FA-50이 라팔과 동일한 무장 운용 능력을 갖춘다면 훈련기 겸 보조 전투기로서의 매력은 배가된다. 미국산 무기에만 의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미국의 견제나 패키지 딜의 제약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수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KAI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기술적인 과제는 남아 있다. 미국산 레이더(팬텀스트라이크)와 유럽산 미사일(메테오·미카)을 연동하기 위해서는 미국 레이시온과 유럽 MBDA 간의 기술 협력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행정적 장벽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KAI가 이러한 '기술적 이종교배'를 성공시킨다면, FA-50은 명실상부한 '가성비 최강'의 다목적 전투기로서 세계 방산 시장의 판도를 다시 한번 흔들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