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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미·중 AI 전쟁의 ‘신대륙’ 부상… 디지털 패권 향방 가를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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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미·중 AI 전쟁의 ‘신대륙’ 부상… 디지털 패권 향방 가를 승부처

2050년 세계 인구 4명 중 1명 아프리카인… 거대 데이터·젊은 노동력의 ‘디지털 프런티어’
중국 ‘딥시크·화웨이’ 인프라 선점 vs 미국 ‘오픈AI·앤트로픽’ 의료·언어 특화 반격
중국의 DeepSeek과 미국 기업 오픈AI가 개발한 AI 모델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아프리카에서 사용자를 늘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DeepSeek과 미국 기업 오픈AI가 개발한 AI 모델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아프리카에서 사용자를 늘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의 미래를 결정지을 미·중 기술 전쟁의 전선이 실리콘밸리와 선전을 넘어 아프리카 대륙으로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급성장하는 디지털 경제를 보유한 아프리카는 이제 단순한 원자재 공급처를 넘어, 글로벌 AI 도입의 향방을 가를 핵심 전략 요충지로 부상했다.

5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주요 분석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기존 ‘일대일로’ 인프라를 바탕으로 구조적 우위를 굳히고 있으며, 미국은 ‘테크 코프스(Tech Corps)’ 등 정부 주도의 기술 외교와 민간 기업의 의료·언어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거센 반격에 나섰다.

◇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딥시크(DeepSeek) 점유율 미국 압도


중국은 오랜 기간 공들여온 광섬유망, 데이터 센터 등 통신 인프라를 발판 삼아 아프리카 AI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AI 모델인 ‘딥시크(DeepSeek)’의 활약이 눈부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의 딥시크 사용률은 타 지역보다 2~4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자유롭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오픈소스 특성과 무료 서비스 정책이 비용에 민감한 아프리카 젊은 층을 사로잡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중국이 오픈소스 AI를 지정학적 도구로 활용해 서구 플랫폼이 닿지 않는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미국의 ‘기술 외교’ 대전환… 르완다·케냐 등 의료·교육 거점 확보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혁신 우선주의 정책을 통해 중국과의 격차 좁히기에 나섰다. 과거의 원조 중심 정책에서 탈피해, 실질적인 기술 스택(Stack)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미국 정부는 AI 등 첨단 기술을 해외에 홍보하고 교육하는 ‘테크 코프스’를 공개했다. 이는 정부와 민간 기업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기술 외교 모델이다.
오픈AI와 게이츠 재단은 아프리카 의료 시스템 강화를 위해 5,000만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앤트로픽(Anthropic)은 르완다 정부와 교육·공공 부문 AI 도입 협약을 맺었다. 구글과 메타 역시 소외됐던 아프리카 현지 언어를 AI 모델에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가속화하며 사용자층을 넓히고 있다.

◇ ‘AI 주권’과 ‘일자리 역설’… 아프리카의 깊어지는 고민


미·중의 구애 속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 광물 매장량의 30%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수익의 10%만 가져가는 자원 불균형 문제와 더불어, AI가 대륙의 최대 자산인 ‘저렴한 노동력’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매년 1,200만 명의 아프리카 청년이 구직 시장에 나오지만 일자리는 300만 개에 불과하다”며 “AI 도입이 구조적 실업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렐라니 질리 하워드대 교수는 “아프리카의 AI 주권은 미·중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팅 파워와 클라우드 인프라가 집중된 세계에서 어떻게 상호 의존성을 관리하느냐의 문제”라고 짚었다.

◇ 한국 산업계와 기술 전략에 주는 시사점


아프리카에서의 미·중 AI 경쟁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시장 기회와 전략적 판단을 요구한다.

미국 기업들이 공을 들이는 의료·교육 분야는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영역이다.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와 결합한 한국형 AI 솔루션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중국이 장악한 아프리카 휴대폰 시장에서 AI 기능을 탑재한 가성비 모델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삼성 등 국내 제조사들의 AI 폰 전략이 아프리카 시장 점유율 회복의 핵심이 될 것이다.

유럽의 AI법과 미국의 혁신 가이드라인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중간자적 AI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하며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