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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2030년 저궤도 독점…미국은 왜 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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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2030년 저궤도 독점…미국은 왜 밀리나

ISS 퇴역 후 나사 공백 4년…"우주 패권, 스마트폰처럼 굳어버린다" 경고
민간 기업 1조 원 자체 조달…블루 오리진·액시엄·배스트 3파전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사진=연합뉴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상공 402킬로미터를 90분마다 한 바퀴씩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퇴역 시계'가 째깍거리고 있다.

4년 안에 이 거대한 구조물이 남태평양 바다에 수장되고 나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저궤도(LEO)의 하늘은 미국이 아닌 중국의 독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워싱턴 안팎에서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 CNN은 지난 21일(현지시각) ISS 퇴역이 초래할 안보·기술 공백을 집중 조명하며, 민간 대체 우주정거장 개발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이 저궤도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앱스토어 생태계처럼 굳어버린다"…톈궁 독주 시나리오의 파급력


수치로 먼저 현황을 짚어보자. ISS는 1998년 첫 모듈 발사 이후 25년 넘게 지구를 돌고 있다. 26개국 290명 이상의 우주인이 탑승했고, 4000건 이상의 실험에서 4400편을 웃도는 논문이 쏟아졌다.

그 결과물은 암 치료제 결정화 공정 개선, 인공 망막 성장 기술, 무중력 DNA 분석까지 지구의 실험실에서는 도저히 복제할 수 없는 성과들이었다. 이 모든 연구 인프라가 2030년을 기점으로 바다 밑으로 사라진다.

그 자리를 가장 먼저 노리는 것은 중국의 톈궁(天宮·하늘 궁전)이다. 2022년 완성된 톈궁은 현재 우주인 3명을 상주시키며 운용 중이고, 중국 측은 3개 모듈을 추가해 수용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복수 국가 우주인도 받아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ISS 가동이 멈추는 순간 톈궁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우주 공간이 된다. 보이저 테크놀로지스(Voyager Technologies)의 딜런 테일러 최고경영자는 CNN 인터뷰에서 이 상황을 스마트폰 시장의 역사에 빗대어 설명했다.

애플과 안드로이드가 초기 플랫폼 주도권을 확보한 뒤 전 세계 앱 생태계가 두 플랫폼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된 것처럼, ISS 퇴역 후 톈궁이 유일한 저궤도 거점으로 자리 잡으면 우주선 도킹 규격, 실험 모듈 표준, 국제 연구 협력 채널이 모두 톈궁 규격에 맞춰 고착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저궤도에서의 지속적인 인류 존재 유지는 단순한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파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단순한 상징적 문제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달 복귀를 목표로 한 아르테미스 계획, 나아가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해서는 장기 우주 체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미세중력 환경의 제조·의약 활용 등 저궤도 연구 데이터가 필수 전제 조건인데, 그 연구 거점이 사라지는 기간 동안 미국은 중국에 데이터 축적 기회를 고스란히 내주게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회는 2032년 연장 압박, 기업들은 "나사 기다리지 않겠다“


미국 의회는 ISS 운용 종료 시한을 당초 2030년에서 2032년으로 밀어붙이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나사가 민간 저궤도 서비스 제안 요청(RFP)을 반복적으로 지연하면서 민간 개발사들의 사업 계획과 투자 유치에 연쇄적인 불확실성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나사 대변인 베사니 스티븐스는 "나사는 ISS의 저궤도 민간 운용 전환에 전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우주 정책 방향에 맞추면서 가능한 한 경제적·신속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반복했다. 구체적인 일정과 계약 발주 시점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민간 기업들은 정부를 기다리는 대신 자체 자금 동원에 나섰다. 텍사스 휴스턴 소재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는 지난달 12일 타입원 벤처스, 카타르투자청(QIA), 헝가리 정보기술 기업 4iG 등으로부터 3억 5000만 달러(약 5210억 원)를 확보했다.

캘리포니아 경쟁사 배스트(Vast)는 이달 초 5억 달러(약 7400억 원)를 추가 조달했다. 두 회사를 합치면 1조 원을 웃도는 민간 자금이 불과 한 달 사이에 이 시장으로 흘러들어 왔다.

배스트의 맥스 하오트 CEO는 CNN에 "나사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최소 기능의 단일 모듈 우주정거장 '헤이븐-1(Haven-1)'을 내년 안에 궤도에 올리겠다"고 못 박았다.

헤이븐-1은 컨테이너 크기의 단일 모듈로 우주인 4명을 최대 10일 간 수용하는 시설이다. 완전한 우주정거장이라기보다는 2030년대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한 더 큰 '헤이븐-2'를 위한 기술 검증 교두보 성격이 강하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2028년 ISS에 첫 모듈을 결합한 뒤 나중에 분리·독립 운영하는 단계적 구상을 갖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주도하는 '오비탈 리프(Orbital Reef)', 보이저 테크놀로지스와 에어버스가 공동 개발 중인 '스타랩(Starlab)'도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나사는 이들의 제안서를 평가해 2026년부터 2031년 사이 계약을 순차적으로 내릴 방침이며, 총 규모는 최대 15억 달러(약 2조 2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5억 달러 대 1500억 달러…한국엔 '틈새의 창'이 열린다


여기서 주목할 숫자가 있다. 나사가 민간 후속 우주정거장 개발에 배정한 최대 지원금 15억 달러는, ISS 총 건설비 1500억 달러(약 223조 원)의 정확히 100분의 1이다.

나사가 '건물주'에서 '세입자'로 역할을 바꾸면서 고정비를 극적으로 줄이려는 전략이지만, 이 재원만으로 국제 수준의 우주정거장을 완성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업계 안팎에서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다.

이 구조 전환이 한국 우주산업에 던지는 함의는 적지 않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우주산업 생산액은 2023년 기준 약 31억 6,000만 달러(약 4조 7000억 원)로 2022년보다 9.2% 늘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자력 발사 능력을 확보한 한국은 소형 위성 제작, 우주 통신 부품, 위성 데이터 분석 등 틈새 분야에서 민간 우주정거장 공급망에 진입할 교두보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6월 대전에서 열리는 국제우주컨퍼런스(ISS 2026)에도 50개국 550여 기관·기업이 모여 저궤도 생태계 재편을 논의할 예정이다.

저궤도 패권 교체는 4년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이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톈궁이 기준이 되고, 톈궁이 기준이 되면 그 이후의 우주 공급망과 연구 네트워크는 다른 방향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나사의 다음 한 수가 지구 상공 400킬로미터의 판세를 결정짓는 변수로 떠오른 지금, 워싱턴의 시계는 멈춰 있고 민간 기업들의 시계는 거꾸로 달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