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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TV 사업 754억엔에 TCL 매각... 합작법인 '브라비아' 내년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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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TV 사업 754억엔에 TCL 매각... 합작법인 '브라비아' 내년 출범

점유율 3.4% 소니의 퇴로, 중국 제조 기술 빌려 프리미엄 브랜드 사수
삼성·LG 주도 가전 시장 판도 변화... 하드웨어 제조에서 콘텐츠로 무게추 이동
소니그룹은 TV 사업 부문 지분 51%와 말레이시아 생산 공장을 총 754억 엔(약 7100억 원)에 중국 TCL그룹으로 양도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소니그룹은 TV 사업 부문 지분 51%와 말레이시아 생산 공장을 총 754억 엔(약 7100억 원)에 중국 TCL그룹으로 양도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글로벌 가전 시장의 황제로 군림했던 일본 소니가 자국 TV 사업의 경영권을 중국 업체에 넘기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소니그룹은 지난 31일(현지시각) TV 사업 부문 지분 51%와 말레이시아 생산 공장을 총 754억 엔(약 7100억 원)에 중국 가전 대기업 TCL그룹으로 양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소니가 더는 단독으로 하드웨어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소니는 '브라비아(BRAVIA)'라는 브랜드 가치는 지키되, 수익성이 악화한 제조 공정은 중국의 거대 자본과 공급망에 맡기는 실리적 동거를 선택했다.

추락한 점유율 3.4%의 굴욕... 754억 엔에 '제조 주권' 넘긴 소니


소니가 TV 사업의 주도권을 포기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처참한 시장 지표에 있다. 본지가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2025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소니의 세계 TV 시장 점유율은 3.4%에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는 프리미엄 전략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사이에서 입지가 급격히 좁아진 탓이다.

재무적인 압박도 거셌다. 2025년 3월 회기 기준 소니의 디스플레이 사업 매출액은 5976억 엔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나 감소했다. 이에 소니는 TCL과 손잡고 내년 4월 합작법인 '브라비아'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TCL이 지분 51%를 보유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소니는 49% 지분으로 협력하는 구조다. 설계와 마케팅은 소니 출신 인력이 주도하지만, 생산 기지인 말레이시아 공장은 TCL로 즉시 이관된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소니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지분 매각을 넘어 하드웨어 제조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려는 의도"라며 "과거 노트북 브랜드 '바이오(VAIO)'를 분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의 수익성 강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엔터테인먼트 핵심 기술은 사수... '선택과 집중'으로 체질 개선


주목할 점은 소니가 모든 기술을 넘긴 것은 아니라는 대목이다. 영화 제작 시 실시간 가상 배경을 구현하는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과 고성능 게임용 모니터 등 고부가가치 영역은 소니가 독자적으로 계속 보유한다.

이는 플레이스테이션(PS)을 필두로 한 게임 사업과 영화 콘텐츠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와세다대학교 경영대학원 오사나이 아츠시 교수는 닛케이에 기고한 분석에서 "브랜드력을 유지하면서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느냐가 이번 합병 사업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소니는 브랜드의 '이름표'는 유지하면서 생산 단가를 낮춰 삼성과 LG가 장악한 프리미엄 시장에서 다시 한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신설 법인의 수장을 맡게 된 소니 출신 키이 카즈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겠다"라고 밝혔으나,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자본에 잠식된 브랜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신중한 해석이 우세하다.

K-가전 위협하는 '중국산 브라비아'... 프리미엄 시장 대격돌 예고


국내 가전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번 소니의 '제조 외주화'가 한국기업들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CL의 압도적인 생산 효율성에 소니의 화질 제어 기술과 브랜드 파워가 결합할 경우, 프리미엄 TV 시장의 가격 하방 압력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동안 소니를 기술력으로 압도해왔지만, 중국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소니가 저가 공세에 나설 경우 점유율 수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소니는 중국 공장의 활용 방안과 글로벌 판매망 이관을 놓고 TCL과 세부 협의를 지속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유통 시장에서의 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니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가전 산업의 패러다임이 '직접 제조'에서 '브랜드 및 콘텐츠 플랫폼' 중심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상징한다.

한국기업들 역시 하드웨어 성능 경쟁을 넘어 독보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드웨어 종가 소니의 뼈를 깎는 변신이 글로벌 가전 지형도를 어떻게 재편할지 전 세계 IT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