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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협박에 민주당 의원 50명 탄핵 소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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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협박에 민주당 의원 50명 탄핵 소추 요구

"오늘 밤 문명 소멸" 발언…헌법 25조 발동론까지 확산
한국 원유 수입 95% 길목 호르무즈…에너지 안보 비상
미국 민주당 의원 50명 이상이 탄핵 소추 또는 헌법 수정 제25조 발동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민주당 의원 50명 이상이 탄핵 소추 또는 헌법 수정 제25조 발동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위로 전쟁의 먹구름이 짙어가는 가운데, 미국 워싱턴 안에서는 지금 전혀 다른 전선이 열렸다. 도발의 진원지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백악관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악시오스, NBC뉴스, CNN, CNBC 등 주요 외신은 7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오늘 밤 문명 하나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례 없는 협박 글을 올리자, 같은 날 미국 민주당 의원 50명 이상이 탄핵 소추 또는 헌법 수정 제25조 발동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역대급 언어폭력…"다리·발전소 모두 불태우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을 이란과의 협정 타결 마지막 시한인 미국 동부 시간 오후 8시를 앞두고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이란의 전력망, 교량, 발전소를 전면 타격하겠다고 못 박았다.

백악관은 이 게시물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에게 "진실(TRUTH·트루스소셜)을 보라"는 한 줄짜리 답변만 돌려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부활절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라, 그렇지 않으면 지옥이 될 것"이라는 원색적 표현의 글을 올렸다. 이에 앞서 미군은 이란 최대 원유 수출 기지인 하르크섬 군사 시설을 타격했다고 미국 측 관리가 확인했다.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아녜스 칼라마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민간 기반 시설을 정조준한 것으로 "9000만 이란 국민을 향한 집단학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즉각 개입을 요구했다.

교황 레오 14세도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에서 "불의한 전쟁을 거부하라"고 호소하며 확전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당 '탄핵 드라이브'…공화당도 균열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는 "도널드 트럼프는 완전히 통제를 잃었다. 문명 전체를 말살하겠다는 발언은 양심에 충격을 준다"며 "하원이 즉각 회기를 재개해 이 무모한 전쟁을 끝내는 표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는 트럼프 대통령을 "극도로 위험한 인물"이라 규정하며 "이 전쟁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침묵하는 모든 공화당원이 져야 한다"고 직격했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맥스웰 프로스트·로 카나·라시다 털리브 등 하원의원과 에드 마키·론 와이든 상원의원을 포함해 5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이 탄핵 또는 헌법 수정 제25조 발동을 공개 요구했다.

헌법 수정 제25조는 부통령과 내각 과반의 동의가 있으면 대통령직을 일시 정지시킬 수 있는 규정으로, 이후 의회 양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효력이 유지된다.

주목할 지점은 공화당 내 이탈 조짐이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가 이란 문제로 갈라선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하원의원도 소셜미디어에 25조 발동을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 론 존슨 상원의원(위스콘신)도 한 팟캐스트에서 "민간 인프라 폭격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란 국민과 싸우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탄핵 관련 논의가 민주당 지도부에는 아직 전달되지 않은 데다, 트럼프 충성파로 채워진 내각 상황을 감안하면 25조 발동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협상은 벼랑 끝…한국 에너지 안보에도 충격파


외교적 출구는 가늘게 열려 있다.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후통첩 시한을 2주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며, 이란 측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2주간 개방하는 선의의 제스처를 취해달라고 동시에 촉구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대통령이 파키스탄의 제안을 보고받았으며 답변이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맞불을 놓았다. "미국과 동맹국의 역내 석유·가스 공급을 수년간 차단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우리는 민간 시설을 먼저 공격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지만, 비열한 도발에는 망설임 없이 반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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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한국입장에서 이 상황은 숫자로 읽힌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가 중동산이며 수입 원유의 95%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다.

에너지 분석 기관 제로 카본 애널리틱스는 에너지 안보 취약도 평가에서 일본(6.4점), 한국(5.3점), 인도(4.9점) 순으로 위험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는 물론 LNG·나프타·해상 운임·전쟁보험료까지 동시에 직격탄을 맞는다. 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 등 우회로를 총동원해도 호르무즈 정상 물동량의 7분의 1 수준에 머물러 대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박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는 동안 미국 의회도, 한국의 에너지 공급망도 같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번 사태가 협상으로 마무리되든 군사 충돌로 번지든, 그 결말은 미국 정치의 틀을 바꾸는 동시에 한국 경제 전반에 유가·물가·환율 삼중 충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