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마바드 협상 결렬에도 외교 채널 유지…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땐 한국 성장률 2% 벽 붕괴
에너지 물가지수 역대 최고·소비심리 11개월 최저…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경보
에너지 물가지수 역대 최고·소비심리 11개월 최저…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경보
이미지 확대보기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각) 복수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1차 회담이 21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빈손으로 끝났음에도, 양측 모두 추가 대화의 문을 닫지 않은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오늘 아침 적절한 인사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들이 합의를 원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접촉 상대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재개를 시사하는 동시에 이란산 원유 수출로를 차단하는 호르무즈 해협 역(逆)봉쇄도 멈추지 않았다.
지난 11~12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47년 만에 마주 앉은 미·이란 고위급 협상단은 21시간을 소비하고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약속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번 결과는 미국보다 이란에 훨씬 더 나쁜 소식"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유가 급등과 물류 차질이 겹치면서 제조업 원가는 최대 5.19% 오르고, 반도체·정보기술(IT) 산업 핵심 소재인 브롬·헬륨 공급망도 차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쟁이 전면전으로 장기화 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8%포인트 낮아지고, 소비자물가는 2.9%포인트 오르며, 경상수지는 767억 달러까지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2차 회담 장소로는 이슬라마바드 재개와 함께 제네바·빈·이스탄불이 검토되고 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미해결 쟁점 해소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이번 협상은 단발성이 아니라 연속 협상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며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차례 회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공식 통계가 말하는 한국 경제의 경고음
협상 지연은 이미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관세청이 13일 발표한 이달 1~10일 수출입 현황(잠정)에 따르면 원유 수입액은 28억 42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늘었고, 에너지(원유·가스·석탄) 전체 수입액은 13.1% 상승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은 153%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호황과 에너지 비용 급등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구조가 한국 경제의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행은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7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국제유가 영향으로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2.2%)를 상당폭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중반경 한국 물가상승률이 3% 내외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지정학 불안과 유가 부담이 완화될 때까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달(3월) 한국은행 뉴스심리지수는 100.9로 전월(116.13)보다 15.23포인트 급락했다. 미국 관세 충격이 있었던 지난해 4월(97.67)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낙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됐던 2022년 6월(-19.39포인트)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중동 전쟁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휴전기간 동안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질 경우 올해 2% 성장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각)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동 전쟁 이후 두 배 가량 치솟은 국제유가로 수입 물가가 9개월 연속 상승한 가운데, IMF가 한국 전망치를 지난 1월 제시한 1.9%에서 얼마나 낮출지 주목된다.
오는 21일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이 채 안 된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사이, 에너지 공급망은 뇌관 위에 올라서 있다.
협상 테이블이 다시 열리느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느냐. 그 갈림길에서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지가 판가름 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