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AI가 빚은 ‘무적의 강철’… 3D 프린팅 제조 혁명 이끈다

글로벌이코노믹

AI가 빚은 ‘무적의 강철’… 3D 프린팅 제조 혁명 이끈다

미 퍼듀대, 내식성 30% 높인 초고강도 합금 개발 성공
국내 소부장 산업의 기회와 도전… ‘소재 정보학’ 역량 결집이 관건
美 인디애나 명문 주립대 퍼듀대학.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美 인디애나 명문 주립대 퍼듀대학. 사진=연합뉴스


제조업의 오랜 난제였던 '부식'과 '강도'의 충돌을 인공지능(AI)이 해결하며 글로벌 소재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미국 퍼듀 대학교 연구진이 일궈낸 이번 성과는 데이터가 스스로 최적의 합금을 찾아내는 '소재 정보학(Materials Informatics)'이 실제 산업 현장의 생산성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미국 과학기술 매체 파퓰러 메카닉스(Popular Mechanics)는 지난 13일(현지시각), 퍼듀 대학교(Purdue University) 연구진이 기계학습(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3D 프린팅에 최적화된 초고강도 내식성 합금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국제 극한 제조 저널'에 게재되며 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을 동시에 집중시켰다.

미 연구진, '1713Mpa(메가파스카)의 장벽' 뚫어낸 AI 설계법 제시


그동안 금속 3D 프린팅은 기존 주조용 분말을 재활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급격한 온도 변화 시 발생하는 미세 균열이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퍼듀대 연구진은 원자의 물리적 특성 81가지를 학습한 AI를 투입해 이 공식을 바꿨다.

AI가 설계한 신합금은 실험 결과 약 1713Mpa에 이르는 가공할만한 인장 강도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3D 프린팅용 강철보다 30%나 강화된 수치다.

특히 강도가 높아지면 유연성이 떨어지는 일반적인 금속의 특성을 극복하고, 물체가 파괴되지 않고 늘어나는 성질인 '연성'을 기존보다 2배(100%)나 높이며 제조업의 '꿈의 수치'를 현실화했다.

나노 입자가 막아낸 부식… 글로벌 공급망 리드 타임 혁신 예고

이번 신소재의 진가는 극한의 환경에서 드러난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합금은 6시간의 짧은 열처리 과정에서 구리와 니켈-알루미늄으로 구성된 미세 나노 입자를 형성한다.

이 입자들이 금속 내부의 결함 확산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방어막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 부식 저항력 테스트에서 이 합금은 연간 마모율 0.105mm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 해양 및 산업 현장에서 표준으로 쓰이는 최고급 스테인리스강의 성능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습기와 염분이 강한 해양 플랜트나 고온·고압의 우주 항공 부품을 3D 프린터로 즉시 출력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기존 수개월이 소요되던 특수 부품 조달 기간(리드 타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소부장 산업의 현주소와 ‘한국형 대응 전략’


이러한 해외의 혁신 사례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한국은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금속·세라믹 등 핵심 소재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 개발 기간을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소재 데이터 뱅크'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재료연구원(KIMS) 등 국책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우주 항공용 초내열 합금 분말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원천 소재 설계 단계에서의 AI 활용 능력은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다.

국내 금속 공학계에서는 "해외의 소재 AI 설계 성공은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라며,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조선, 해양 플랜트, 차세대 원전(SMR) 분야에 특화된 내식성 소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실시간 양산 체계와 결합하는 '한국형 소재 디지털 전환(DX)' 전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제조업의 승부처는 '강한 금속' 자체보다 '금속을 설계하는 알고리즘'을 누가 먼저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탄탄한 제조 기반을 갖춘 대한민국이 이번 퍼듀대의 사례를 교훈 삼아 소재 데이터 주권을 확보한다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