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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고 ‘빛의 시대’ 온다… 크레도, 1.1조 투입해 AI 병목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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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고 ‘빛의 시대’ 온다… 크레도, 1.1조 투입해 AI 병목 뚫는다

이스라엘 ‘더스트포토닉스’ 전격 인수… 실리콘 포토닉스 수직계열화 완성
삼성·SK HBM 전략에도 급변수, ‘전기 신호 한계’ 넘어 1.6T 광학 연결 선점
인공지능(AI) 고도화로 데이터센터 내 '데이터 병목 현상'이 생존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글로벌 고속 연결 솔루션 강자 크레도 테크놀로지 그룹(Credo Technology Group)이 이스라엘의 실리콘 포토닉스 선도 기업을 품으며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고도화로 데이터센터 내 '데이터 병목 현상'이 생존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글로벌 고속 연결 솔루션 강자 크레도 테크놀로지 그룹(Credo Technology Group)이 이스라엘의 실리콘 포토닉스 선도 기업을 품으며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고도화로 데이터센터 내 '데이터 병목 현상'이 생존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글로벌 고속 연결 솔루션 강자 크레도 테크놀로지 그룹(Credo Technology Group)이 이스라엘의 실리콘 포토닉스 선도 기업을 품으며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구리선 기반의 기존 전기 연결 방식을 넘어 빛(광학)을 이용한 데이터 전송 기술을 내재화해, AI 인프라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틀어쥐겠다는 전략이다.

크레도는 지난 13(현지시각) 실리콘 포토닉스 광집적회로(SiPho PIC) 기술의 핵심 기업인 더스트포토닉스(DustPhotonics) 지분 100%를 인수하는 확정 계약을 체결했다. 총 인수 금액은 약 75000만 달러(110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거래는 현금과 약 92만 주의 보통주를 upfront(선지급)하고, 향후 재무 성과에 따라 최대 321만 주를 추가 발행하는 언아웃(Earn-out)’ 방식이 포함됐다. 인수 절차는 오는 2분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AEC 압도적 1위의 승부수, ‘광학 엔진까지 장착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크레도는 AI 데이터센터와 하이퍼스케일 네트워크에 필수적인 고속 연결 솔루션 분야의 강자다. 특히 능동 전기 케이블(AEC) 시장에서 무려 7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일론 머스크의 xAI 등을 핵심 고객사로 두고 있다.

크레도의 성장세는 실적 장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5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 대비 126% 폭증한 43700만 달러(6410억 원)를 기록했다. 새해인 2026 회계연도에는 매출 13억 달러(19080억 원)를 돌파하며 85% 이상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번에 인수한 더스트포토닉스는 2017년 설립된 팹리스 반도체 기업으로 레이저, 변조기, 광검출기를 단일 칩에 통합하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에 특화되어 있다. 이 기술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현재의 800G를 넘어 1.6T(테라비트)까지 끌어올릴 수 있으며, 향후 3.2T까지 확장 가능한 기술적 이정표를 확보한 상태다.

수직계열화AI 병목 해결… 삼성·SK HBM 전략 구상에 착안점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가 크레도의 사업 구조를 전기 기반에서 광학 기반으로 바꾸는 결정적 전환 국면(Momentum)이 될 것으로 진단한다. 기존 주력인 AEC 솔루션에 더스트포토닉스의 광학 기술을 결합하면, 칩 수준부터 클러스터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연결 플랫폼구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차세대 아키텍처인 공동 패키징 광학(CPO) 기술이다. 데이터 전송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반도체 칩과 광학 모듈을 하나의 패키지에 담는 이 기술은 AI 가속기의 성능을 100% 발휘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등 차세대 GPU가 보급될수록 데이터 전송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크레도가 실리콘 포토닉스를 확보한 것은 전기적 신호의 한계를 넘어 빛의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역시 향후 메모리와 광학 소자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크레도는 오는 2027 회계연도까지 광학 부문에서만 5억 달러(733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 메모리와 광학 소자 통합 대비해야

이는 국내 반도체 생산업체들에도 큰 착안점을 제공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역시 향후 메모리와 광학 소자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데이터센터 내 광통신 전환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1.6T 광트랜시버의 채택률이다. 2026년은 1.6T 광트랜시버 상용화의 실질적인 원년이다. 시장조사업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수요는 약 860만 개에서 최대 2000만 개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 등 차세대 AI 가속기 보급에 맞춰 500만 개 이상의 1.6T 모듈을 주문하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기존 800G 중심에서 1.6T로의 전환은 AI 클러스터의 데이터 처리 용량을 두 배로 키우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둘째, 엔비디아 등 주요 GPU 제조사들이 CPO 기술을 표준으로 채택하는 시점이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GTC 2026에서 차세대 '루빈(Vera Rubin)' 플랫폼에 CPO 기술을 본격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기존 플러그형 모듈 방식의 전력 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PU와 광학 소자를 하나로 묶는 CPOAI 스위치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TSMCCOUPE 패키징 기술이 업계 표준으로 부상하며 브로드컴, 인텔과의 기술 주도권 경쟁도 임계점에 도달했다.

셋째, 실리콘 포토닉스 칩의 수율과 단가 하락 속도다. 실리콘 포토닉스 시장은 2026년 약 36억 달러(52840억 원) 규모로 성장하며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 그간 발목을 잡았던 레이저 통합 공정의 수율이 60%를 상회하기 시작하면서 제조 원가가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다. 특히 크레도의 이번 인수처럼 설계와 제조 수직계열화가 가속화되면서, 1.6T급 이상의 초고속 칩 생산 단가는 전년 대비 20% 이상 낮아져 범용 AI 인프라 구축의 경제성을 확보했다.

AI 인프라 경쟁의 승부처는 단순히 계산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그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손실 없이 빠르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크레도의 이번 승부수는 '구리의 시대'가 가고 '빛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