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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m 지하에 수소 묻는 중국"… 韓 에너지 안보, '거대 배터리' 실종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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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m 지하에 수소 묻는 중국"… 韓 에너지 안보, '거대 배터리' 실종되나

핑딩산 100만 입방미터급 '염동굴' 저장소 가동… 재생에너지 변동성 잡는 게임체인저 부상
중국, 초고압 저장 기술 국산화 완료… '수조 위안' 수소 시장, 기술 격차로 에너지 안보 위협
중국 허난성 핑딩산 지하 1418미터 지점(서울 남산 높이의 5배가 넘는 깊이)에서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허난성 핑딩산 지하 1418미터 지점(서울 남산 높이의 5배가 넘는 깊이)에서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난 25(현지시간) 중국 허난성 핑딩산 지하 1418미터 지점(서울 남산 높이의 5배가 넘는 깊이)에서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차이나타임스가 보도했다.

중국과학원 우한지반역학연구소가 설계하고 중국핑메이 셴마, 페트로차이나 등 국영 기업들이 합작한 중국 최초의 '백만 입방미터()급 소금 동굴(Salt Cavern) 수소 저장 시설'이 공식 가동을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지하 저장 공간 확보를 넘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고질적 문제인 '공급 변동성'을 해결할 거대 수소 배터리를 확보했음을 뜻한다. 상업적 대량 활용을 가로막던 병목 구간이 마침내 뚫린 셈이다.

지하 1.4km 암염층이 '수소 탱크'로 변모한 이유


수소는 부피가 크고 밀도가 낮아 대량 저장이 어렵다. 지상 탱크로는 경제성 확보가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은 해법을 지하 1418미터 암염층에서 찾았다. 소금은 지질학적으로 불투과성이 뛰어나 가스 누출 위험이 낮고, 대규모 공동을 굴착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핵심은 기술적 난제 극복이다. 수소는 금속을 부식시켜 파손시키는 '수소 취성' 문제를 일으킨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 항수소 취성 케이싱과 고밀폐 웰헤드 장치를 독자 개발했다. 모든 핵심 장비를 국산화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특히 실시간으로 수소 농도와 공동 내부 진동, 누출 여부를 감지하는 '표면-우물-공동'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은 이 시설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핵심 기반으로 평가받는다.

韓 에너지 생태계의 과제, '기술 격차'를 넘어라


중국의 이번 프로젝트 가동은 한국 수소 산업에 '대량 저장 기술의 경제성 확보'라는 시급한 과제를 던진다. 한국은 중국과 달리 거대 염암층이 부족해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내는 폐광이나 화강암층을 활용한 '지하 라이닝 암반 저장(Lined Rock Cavern)' 기술 고도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 기술은 지하 암반을 굴착하여 만든 공동(Cave) 내부에 특수 라이닝(Lining, 복공) 시스템을 설치하여 기체나 액체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기술이다.

중국이 대규모 비축을 통해 수소 가격 경쟁력을 선점할 경우, 기술 격차에 따른 에너지 안보 위협은 가시화될 수 있다. 단순한 저장 공간 확보를 넘어 초고압 수소 저장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소재 개발과 공정 안전성을 세계 표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국내 실정에 맞는 지하 저장 실증단지 구축과 수소 공급망 전반의 비용 절감을 위한 핵심 기자재 국산화가 이번 변화의 핵심 대응 과제다.

시장 참여자가 챙겨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


중국의 이번 성과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형을 바꿀 중요한 신호탄이다. 투자자와 시장 관계자는 다음 3가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ESS 시장의 구조적 변화다. 수소 저장 기술이 대형화·효율화되면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중심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과 어떤 보완재 혹은 대체재 관계를 형성할지 지켜봐야 한다.

둘째, 관련 인프라 기업의 기술 표준화 여부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수소 저장 저류지 설비 및 소재 기업들의 핵심 장비 국산화 성공은 해당 기업의 독점적 시장 지배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 정부의 인프라 투자 방향이다. 핑딩산 시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중국 전역으로 유사한 지하 저장소가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한국 정부의 수소 인프라 예산 집행과 민간 기업의 대응 전략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이제 땅 위가 아닌 지하 1km 아래에서 결정되는 시대가 왔다. 수소 저장 기술을 장악하는 국가가 미래 산업의 패권을 쥐게 될 것이다. 중국의 이번 행보는 단순히 시설 하나를 가동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 패러다임이 '지하 저장 기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방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