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10년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 동반 급등, 연준 금리 인하 공간 급격히 좁아져
케빈 워시 연준 의장 내정자 취임 앞두고, '매파 vs 비둘기' 통화정책 기로
케빈 워시 연준 의장 내정자 취임 앞두고, '매파 vs 비둘기' 통화정책 기로
이미지 확대보기유가 급등발 인플레이션 충격이 월가의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을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정책 운신 폭을 크게 옥죄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올 들어 78% 치솟은 가운데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들이 일제히 다년 만의 고점을 경신했다.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이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꺾고 주식·채권 시장에 동시에 부담을 가하면서, 인플레이션 완화를 전제로 다져온 '자산시장 호황'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가늠하는 핵심 척도는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reak-even rate)'이다. 이는 일반 미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의 금리 차이로 산출하며,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 평균 물가 상승률을 어느 수준으로 보는지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연준 자료에 따르면, 5년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은 이달 2022년 10월 이후 3년여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연 2.7% 수준으로 올라섰다. 10년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도 2023년 이후 처음으로 2.5%에 도달했다.
이는 시장이 향후 5년·10년간 물가가 연간 각각 2.7%·2.5%씩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연준의 물가 목표치(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는 배경에는 국제 유가의 가파른 급등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12일(현지시각) 4.2% 뛰어 배럴당 약 102달러에 거래됐으며, 연초 대비 상승률은 78%에 이른다.
눈여겨볼 대목은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의 오름세가 유가와 반드시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원유 선물 가격이 지난 4월 초 정점을 찍은 뒤 이달 들어서야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이 다년 최고치에 이른 것은, 투자자들이 지금의 유가 수준뿐 아니라 장래 유가 경로와 그것이 전반적인 물가에 미칠 2차 파급 효과까지 함께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준 금리 딜레마 심화… 주식·채권 시장에 동시 충격
채권 투자조사업체 크레디트사이츠(CreditSights)의 투자적격 및 거시전략 담당 책임자 재크 그리피스(Zach Griffiths)는 WSJ에 "주식시장도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 움직임에 더 주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연준 정책 입안자들이 시장 기반 기대인플레이션 지표 불변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 상황이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미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에도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권에 머물러 연준이 금리를 내릴 여지가 있다는 전제 아래 호조를 이어왔다.
그러나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면 연준으로서는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할 압박을 받을 수 있고, 그 결과 실질 차입 비용이 높아지면서 증시에도 부담이 된다.
실제로 지난 12일 발표된 예상보다 뜨거운 물가 지표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나스닥 종합지수는 0.7% 하락했고, 반도체·메모리 종목이 집중 타격을 받았다.
인텔은 6.8% 급락했고, 샌디스크는 6.2%, 마이크론은 3.6% 각각 떨어졌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462%로 마감해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종가를 기록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새 의장 교체 일정과도 맞물려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차기 연준 의장 케빈 워시(Kevin Warsh)는 오는 15일 취임을 앞두고 있다.
워시 내정자는 연준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밝히면서도, 연준이 통상 주목하는 지표보다 2% 목표에 더 근접한 인플레이션 지표에 집중해야 한다는 비둘기파적 견해도 내비쳐 시장의 해석이 엇갈린다.
TD증권의 미국 금리 전략가 얀 네브루지(Jan Nevruzi)는 "10년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이 2.6%까지 오른다면 다소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도, "상승 원인이 에너지 가격 오름세에 국한된다면 연준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CPI에서 항공료 등 일부 항목의 상승 폭이 우려보다 작게 나온 점을 들어 "전반적인 수치는 뜨거웠지만, 일부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기대인플레이션 '자기실현 위험'이 최대 변수
연준 당국자들은 기대인플레이션 자체가 실제 물가를 끌어올리는 '자기실현적 악순환'에 오래전부터 주목해왔다.
기업들이 미래 비용 상승을 예상해 지금 가격을 올리거나, 가계와 기업이 인플레이션 조정 후 실질 차입 비용이 낮다고 판단해 소비·투자를 늘릴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S&P500 지수가 27% 오른 것도 기대인플레이션 급등 속에서였지만, 연준이 이듬해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자 시장은 곧바로 급락했다.
현재 시장은 올해 연준의 금리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는 가운데, 워시 의장 체제 출범 이후 어떤 통화정책 신호가 나오느냐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와 금리 경로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