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신생기업(스타트업) 창업자 100여명이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에게 경제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독일 매체 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FR)는 18일(현지시각) 신생기업 단체 슈타트업 페어반트(Startup-Verband) 주도로 작성된 이 서한에 에코시아(Ecosia) 창업자 크리스티안 크롤, 플릭스(Flix) 공동창업자 다니엘 크라우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아이오매틱(aiomatic) 창업자 레나 바이라우흐 등 업계 주요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서한은 다음달 1일 열리는 연립정부 연정위원회를 겨냥해 벤처캐피털 접근성 확대부터 디지털 인프라 투자까지 10개 항목의 구체적 개혁안을 담았다.
[10대 개혁안]
서한은 '새로운 창업 시대를 지금'이라는 구호 아래 독일의 수출 중심 경제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신생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여파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발 통상 압박,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비용 급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이 독일 산업기반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대 개혁안에는 일반 국민의 벤처캐피털 투자 접근 확대, 신생기업 자금조달을 위한 성장혁신금융(WIN) 이니셔티브 강화, 고소득·고위직에 한정한 해고규제 완화, 임직원 스톡옵션에 대한 사회보험료 부과 시점을 실제 현금화 시점으로 늦추는 방안이 담겼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 차원의 단일 법인격인 EU 주식회사(EU Inc.) 도입, 디지털시장법(DMA)의 빅테크 규제 철저 집행, 24시간 내 법인 설립 전면 시행, 공공조달의 신생기업 개방 확대,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디지털 인프라 투자 확대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불신의 배경]
서한에 담긴 항목 다수는 메르츠 연립정부가 이미 연립협약에서 합의한 사안이다. 인공지능 산업 육성, 24시간 법인 설립, 관료주의 완화, 임직원 자본참여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신생기업 업계가 별도 압박에 나선 배경에는 정책 이행 속도에 대한 불신이 자리한다.
사회민주당(SPD) 경제포럼이 여론조사기관 시베이(Civey)에 의뢰해 지난 4월 14일부터 24일까지 민간 부문 의사결정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18.3%만 정부가 개혁으로 경제 성장을 체감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78.4%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3.3%는 판단을 유보했다. 정부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는 연정 파트너 간 책략(52.9%)과 경제 현장과의 거리감(39.8%)이 꼽혔다.
이네스 첸케 SPD경제포럼 회장은 이 결과를 경고 신호라고 평가하고 다툼을 멈추고 기업과 국민에게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연정위가 분수령]
신생기업 단체는 다음달 1일 연정위원회에서 신호나 의향 표명이 아닌 경제정책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연립협약에 이미 담긴 과제들을 메르츠 정부가 얼마나 빠르게 실제 정책으로 옮기느냐가 이번 연정위 결과를 가르는 변수로 지목된다.
이번 서한은 유럽연합 정상들이 18~19일 브뤼셀에 모여 역내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시점과 맞물려 나왔다.
독일 정부가 자국 신생기업 생태계에 어떤 실질 조치를 내놓을지는 유로존 전반의 혁신산업 투자 흐름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