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 원안보다 더 넓혀…철강·알루미늄 하류 제품 정조준
한국 철강업계 2040년 연 1900억원 추가 부담 우려
한국 철강업계 2040년 연 1900억원 추가 부담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7일(현지시각) Carbon Herald의 보도와 유럽연합이사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이사회는 지난 12일(현지시각)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범위를 유럽집행위원회 원안보다 넓히는 협상안에 합의했다.
철강·알루미늄을 많이 쓰는 전동모터·지게차 등 제조품까지 탄소국경세 대상에 새로 들어간다.
한국무역협회 집계로 한국의 CBAM 대상 품목 EU 수출 중 철강 비중이 89.3%에 이르는 만큼, 이번 결정은 국내 철강·자동차부품 업계의 수출 비용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집행위 원안보다 더 넓힌 이사회 합의
CBAM은 2026년 1월부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력·수소 등 원자재 위주 품목에 탄소 가격을 매겨 왔다. 원자재만 규제하면, 철강·알루미늄을 많이 쓴 비EU산 가공품이 EU 배출권거래제(ETS) 비용을 부담하는 EU산 제품을 시장에서 밀어낼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유럽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화물차, 자동차 부품(바퀴·기어박스·일부 엔진), 산업용 로봇, 세탁기 등 약 180개 하류 제품을 CBAM에 추가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완성 승용차는 빠졌다.
회원국들이 합의한 이사회 입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지게차, 컨베이어 장비, 전동모터 부품까지 포함했고, 집행위가 매년 목록을 다시 검토하도록 했다.
우회 수출 차단을 위해 소비 전 금속 스크랩을 CBAM에 새로 넣고, 고위험 기업의 허위 신고가 확인되면 집행위가 직접 개입하도록 했다.
마키스 케라우노스 키프로스 재무장관은 이날 "허점을 막는 작업이 제도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중국 31조원·한국 철강 2040년 1900억원 영향권
집행위 분석을 보면 하류 제품 확대로 EU 수입 중 CBAM 비중은 기존 4.7%에서 약 2.5%포인트 늘어난다.
영향이 가장 큰 나라는 중국으로, 해마다 약 180억유로(31조 6393억원) 규모의 대EU 수출이 새로 규제를 받는다. 튀르키예 80억유로(14조 619억원), 미국 60억유로(10조 5464억원), 영국 50억유로(8조 7887억원), 일본 30억유로(5조 2732억원)가 뒤를 잇는다.
IISD(국제지속가능발전연구소)는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자동차산업 전체를 CBAM에 편입한다고 가정하면 2034년까지 중국산 부품에 약 4.6%, 일본·한국산에는 약 2.6%의 종가세에 맞먹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실제 제안보다 넓은 가상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수치다.
한국입장에서 더 직접 와닿는 대목은 철강이다. 한국무역협회 집계로 2022년 한국의 EU 철강 수출은 원자재 317만t, 가공품 22만t에 이른다.
기후솔루션 보고서를 보면, 지금 같은 무상 할당과 고로-전로 공정을 유지할 경우 한국 철강업계의 CBAM 인증서 비용은 2040년 한 해에만 약 1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자동차용 평판압연강판은 t당 최대 86만 7719원까지 비용이 붙을 수 있다고 봤다.
하류 제품까지 CBAM이 적용되면 같은 부담이 부품·완제품 단계로 옮겨붙을 수 있어, 이번 합의는 부품·완성품 기업의 비용 계산에도 새 변수로 떠올랐다.
실제 가격 흐름도 이런 전망에 근접하고 있다. 집행위가 지난 4월 발표한 2026년 1분기 CBAM 인증서 가격은 t당 75.36유로(13만 2463원)로, 시행 이후 첫 공식 가격이었다. 이후 EU-ETS 현물가는 오름세를 이어가 6월 중순 기준 t당 77유로 안팎까지 올라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2030년대 중반 t당 120~200유로(21만 928원~35만 1548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한데, 하류 제품까지 CBAM이 확대되면 가격 상승분이 그대로 한국 부품·완성품 기업의 잠재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유럽의회 9월 입장 확정…연내 타결 목표
다음 단계는 유럽의회다. 유럽의회는 이미 사전 작업에 착수한 상태로, 환경·공중보건·식품안전위원회(ENVI)는 지난 5월 5일 CBAM 개정안과 함께 발의된 '한시적 탈탄소화기금(Temporary Decarbonisation Fund)' 안건을 묶어 위원 간 첫 합동 검토를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9월 중 의회 차원의 공식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이며, 이후 집행위·이사회·의회 3자 협상(트라이로그)이 시작된다.
이사회는 올해 안에 합의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코트라는 지난 4월 가이드에서 하류 품목 확대가 의회·이사회 승인을 거쳐 2028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행정 부담 우려도 여전하다. 하류로 갈수록 부품에 들어간 철강·알루미늄 출처를 여러 단계 거슬러 따져야 해서 데이터 검증이 까다로워진다. 다만 집행위 영향평가에서는 EU 수입 물량 변화가 1%에도 못 미치고,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한 수준으로 추산됐다.
집행위는 12일 합의 발표 직후 이사회의 신속한 진전을 환영하며, CBAM을 향한 회원국의 지지가 굳건하다고 평가했다. 화학·플라스틱으로 CBAM을 더 넓히는 방안도 중기 과제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번 합의가 유럽의회 협상에서 어떻게 조정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향후 일정 전망: 2028년 시행이 목표, 트라이로그가 분수령
이사회 입장 확정으로 입법 절차는 절반을 넘어섰지만, 최종 확정까지는 아직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 유럽의회가 9월 본회의에서 공식 입장을 채택하면, 집행위·이사회·의회 3자가 참여하는 트라이로그 협상이 곧바로 시작돼 연내 정치적 합의를 목표로 진행된다.
합의가 이뤄지면 공식 채택과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하류 품목 확대 조항은 2028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업입장에서는 합의 시점부터 시행일까지 약 1년 안팎의 준비 기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집행위가 매년 대상 품목을 재검토하도록 한 만큼, 화학·플라스틱 등으로 적용 범위가 더 넓어질 가능성이 계속 거론된다.
유럽의회 내에서는 기후 의제에 적극적인 정당과 산업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정당 간 입장차가 있어, 9월 표결 과정에서 품목 목록이나 시행 시기가 일부 조정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에 CBAM 자체를 제소한 상태여서, 적용 범위가 하류 제품으로 넓어질수록 중국·튀르키예·미국 등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 마찰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철강·자동차부품 업계로서는 이 1~2년이 공급망 탄소데이터 정비와 저탄소 생산공정 전환을 마무리할 실질적인 마감 시한이라는 점에서, 9월 유럽의회 입장과 이후 트라이로그 결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