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500조 퇴직연금', DB→DC·IRP 구도 변화… 신한은행vs삼성생명 왕좌 경쟁

글로벌이코노믹

‘500조 퇴직연금', DB→DC·IRP 구도 변화… 신한은행vs삼성생명 왕좌 경쟁

신한은행, '적립금 1위' 삼성생명 2분기 연속 제쳐
58조 쌓으며 왕좌 탈환…IRP 많이 쌓은 덕분
'원금 보장' 선호하는 기업 영업에…보험사는 DB형 쏠림 여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머릿돌. 사진=삼성생명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머릿돌. 사진=삼성생명


적립금 500조원을 연 퇴직연금 시장의 중심축이 확정급여(DB)형에서 확정기여(DC)·개인형(IRP)으로 이동하고 있다. DB형 위주로 퇴직연금 적립금 1위를 유지해온 삼성생명이 DC·IRP 시장에서 돌풍인 신한은행에 선두 자리를 내주는 등 시장 판도가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업권도 최근 DC·IRP 시장을 강화하면서 은행권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1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적립금 1위를 기록하던 삼성생명을 제치고 두 개 분기 연속 왕좌에 올랐다.

삼성생명의 올 2분기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규모는 57조3963억 원으로, 신한은행(58조8888억 원)보다 1조4925억 원 뒤쳐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권은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었다. 당시 54조4253억 원의 적립금을 쌓으며 신한은행(53조8745억 원)보다 근소한 차이로 규모가 컸다.

그러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를 기점으로 역전했는데, 삼성생명 적립금이 53조4763억 원으로 소폭 감소한 데 반해 신한은행은 54조7391억 원으로 적립금을 늘리며 업계 선두로 올라섰다.

양사는 퇴직연금 세부 포트폴리오에서 희비가 갈렸다. 삼성생명은 2분기 중 DB형 퇴직연금에 3조 원을 추가로 확보하고 DC형에 7000억 원, IRP에 3000억 원을 각각 늘렸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DB형 적립금이 100억 원가량 소폭 감소했지만, DC형에 1조6000억 원, IRP에 2조6000억 원의 자금을 대거 흡수했다.

최근 퇴직연금 수요가 기업이 운용하는 DB형에서 가입자가 직접 굴리는 DC·IRP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개인 자산관리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은행권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상 DB형 가입자는 보수적으로 자금을 굴려 원금 보장형을 택하는 비중이 높은 반면, DC·IRP 가입자는 원금 비보장, 실적 배당형을 선택하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IRP 퇴직연금 적립 규모는 2023년 75조 원대에서 2024년 98조 원대, 지난해 130조 원대로 매년 30%씩 성장했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직접 자산 유치에 나선 수요가 커지고, 여기에 최근 주식시장 활성화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배경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은 직장인의 ‘급여 이체 계좌’를 연계해 자연스럽게 DC·IRP 계좌 개설을 유도하는 구조다. 또 모바일 뱅킹 앱을 통해 개인이 수시로 납입하고 관리할 수 있어 가입자의 접근 편의성도 좋은 편이다.

반면 장기 자산 운용 성격이 강한 보험사는 전통적으로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해왔다. 이때 기업들은 손실 위험이 없는 원금 보장형 즉, DB형을 선호하므로 여전히 ‘DB형 쏠림’ 운영을 하는 것이다. 보험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104조7415억 원인데, 이중 DB형 적립금 비중은 전체의 80%다.

이에 삼성생명은 DC·IRP로의 흐름을 인식, 전담 영업부를 올해부터 새롭게 설치했다. 주요 운용사의 상장지수펀드(ETF)도 꾸준히 편입해 총 700개가 넘는 상품을 갖추게 됐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