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 25%로 급감… 반도체 주식 고평가 논란 확산
자금 조달 압박과 데이터센터 규제 현실화… AI 인프라 투자 '막연한 기대'에서 '수익성 검증'으로 전환
자금 조달 압박과 데이터센터 규제 현실화… AI 인프라 투자 '막연한 기대'에서 '수익성 검증'으로 전환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빅테크의 AI 설비투자 증가세가 내년부터 둔화 신호가 감지되면서 반도체 업계의 주가 고평가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주요 자산운용사는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AI 수혜가 예상되는 소프트웨어·금융·헬스케어 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투자 사이클의 변곡점에 대비하고 있다.
그동안 AI 붐을 견인했던 초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세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7월 17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AI 칩 시장의 과열 양상과 향후 투자 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 전반에 퍼져 있다.
이들의 자본 지출 증가율이 2027년에는 25%, 2028년에는 6% 수준으로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지출 둔화는 초기 GPU 확보 중심의 인프라 구축기가 지나고 이제는 수익화 검증기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2026년 7월 실시한 펀드매니저 219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2%는 반도체를 현재 시장에서 가장 과열된 종목으로 지목했다.
전력난과 규제 리스크로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 조절
전문가들은 이번 지출 둔화가 단순한 경기 위축이 아니라 구조적인 전환점에 따른 결과라고 진단한다.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인 전력과 냉각 비용 문제가 한계치에 도달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당수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전력난과 수자원 부족에 따른 지역 사회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한다. 뉴욕주는 최근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에 1년간 유예 조치를 시행하며 규제 리스크를 현실화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자금 조달 비용 상승도 빅테크의 공격적 투자를 제약하는 요소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7월 발표 자료에서 채권 발행량 대비 투자자 수요를 나타내는 커버리지 비율이 2월 5배에서 7월 2배 미만으로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자본 시장의 압박은 기업들이 설비투자 속도를 조절하게 만드는 배경이 된다.
반도체 종목별 차별화와 한국 시장의 과제
반도체 산업 내부에서도 종목별 희비는 뚜렷하게 갈릴 전망이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엔비디아와 같은 GPU 설계 기업 및 관련 소부장 기업들이다.
투자가 확장 중심에서 효율 중심으로 전환되면 학습용 GPU 클러스터 증설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수요는 위축된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줄 고대역폭메모리 수요는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반 메모리 사이클과 AI 전용 메모리 사이클을 분리하여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AI 인프라 투자 민감도가 높은 한국의 소부장 기업은 글로벌 설계 기업의 주문 변경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투자자들은 이제 AI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증설 전략과 메모리 기술력을 결합해 수익성을 증명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
버블 논란 속 성장 지속 여부 판단이 관건
일각에서는 이번 조정을 성장의 멈춤이 아닌 속도 조절로 평가한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주리엔 팀머 글로벌 매크로 담당 이사는 2026년 7월 분석에서 최근의 변동성을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랠리 당시의 주기적인 조정 과정으로 비교했다.
그는 AI 인프라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만 기업들의 AI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컴퓨팅 용량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기업들이 실제로 AI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여부다.
DWS의 매들린 로너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026년 7월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실적 발표를 통해 추가 투자를 뒷받침할 명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시장은 즉각 매도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도체 산업은 이제 수요 증가만으로 평가받는 단계를 지나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