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블랙리스트 제외 요구…메모리 공급망 다변화 노려
마이크론은 규제 강화 촉구…범용 D램 가격 압박 우려
마이크론은 규제 강화 촉구…범용 D램 가격 압박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애플은 CXMT를 새로운 메모리 공급처로 확보해 공급망 선택지와 가격 협상력을 넓히려는 반면에 마이크론은 중국 업체의 생산 확대가 범용 D램 가격을 압박할 수 있다며 미국의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투자 전문매체 인사이더몽키는 CXMT의 부상이 당장은 애플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반면에 마이크론에는 장기적인 가격 경쟁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4일(이하 현지 시각) 분석했다.
◇ 애플은 CXMT 규제보다 공급처 확대에 무게
애플은 미국 정부에 CXMT가 상무부 수출통제 명단인 엔티티 리스트에 지정되지 않도록 확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티티 리스트에 오르면 CXMT는 미국산 반도체 장비, 소프트웨어, 기술을 공급받는 데 강한 제한을 받게 된다. 이는 생산 확대뿐 아니라 애플의 공급망 진입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애플은 CXMT 제품을 새로운 메모리 공급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CXMT가 애플의 품질 인증을 통과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기존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 부족에 대응할 여지가 커진다. 공급업체 간 경쟁을 통해 구매가격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공급업체가 늘어나면 부품 공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가격 면에서도 이점이 생길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효과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CXMT 제품의 품질 인증과 미국 정부의 규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애플이 단기간에 공급망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마이크론은 중국 업체 장비 규제 강화 요구
마이크론은 애플과 달리 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대한 미국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이크론은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시설을 빠르게 확대하면 글로벌 시장에 저가 제품 공급이 늘어나 기존 업체의 가격과 수익성이 압박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마이크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인공지능(AI) 가속기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보다 스마트폰, PC, 일반 서버 등에 들어가는 범용 D램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CXMT는 대규모 투자로 범용 D램 생산을 확대할 수 있지만 HBM 기술은 선두 업체보다 약 2세대, 시간으로는 수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HBM은 높은 제조 수율과 첨단 장비가 필요하다. 미국의 수출통제가 유지되면 CXM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
이에 따라 CXMT가 마이크론의 AI 메모리 사업에 미칠 즉각적인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범용 D램 공급이 늘어나면 소비자용·서버용 메모리 가격에는 더 빠르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IPO 자금으로 증설 여력 확보
인사이더몽키에 따르면 CXMT의 상장은 이 같은 경쟁 구도를 현실화할 자금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CXMT는 지난달 상하이 증권거래소 과학기술혁신판에 상장해 약 86억 달러(약 12조3000억 원)를 조달했다. 올해 아시아에서 이뤄진 기업공개 가운데 최대 규모다.
상장 첫날 종가는 공모가 8.66위안(약 1840원)보다 크게 오른 49위안(약 1만400원)을 기록했다. 다만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주식은 전체의 6.73%에 불과해 제한된 유통 물량이 주가 상승폭을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CXMT는 올해 상반기 매출을 1100억~1200억 위안(약 23조4000억~25조5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빠르게 늘어난 매출과 기업공개(IPO) 자금은 CXMT가 생산시설 확대와 기술 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CXMT의 성장이 애플에는 공급망 다변화 수단이지만 마이크론에는 범용 D램 가격을 위협하는 경쟁 요인인 셈이다.
다만 CXMT가 미국의 추가 규제를 피하고 실제 증설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HBM 기술 격차도 여전히 커 마이크론의 AI 메모리 경쟁력까지 당장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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