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관세 앞두고 재고 확보…중국도 전력망·AI 투자에 수요 확대
LME 구리 1톤에 1만 4000달러 돌파…미국 밖 재고 급감
콩고 수출 제한까지 겹쳐 공급망 불안…한국 제조업 원가 부담 커질 듯
LME 구리 1톤에 1만 4000달러 돌파…미국 밖 재고 급감
콩고 수출 제한까지 겹쳐 공급망 불안…한국 제조업 원가 부담 커질 듯
이미지 확대보기미·중 ‘구리 쟁탈전’
8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구리 확보 경쟁이 격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구리 공급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구리는 전력망, 전기차, 데이터센터, 반도체 장비 등 광범위한 산업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국제 구리의 이동 경로까지 바꾸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부터 반가공 구리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반면 국제 거래의 중심인 정제 구리는 당시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 내 가공산업을 보호하면서도 정제 구리 가격 상승으로 제조업체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였다.
문제는 관세를 둘러싼 시장의 선제 대응이다. 로이터는 지난달 30일 미국의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 가격이 국제 가격보다 높은 차익거래가 형성됐고, 트레이더들이 구리를 미국 창고로 돌렸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미국 창고의 구리가 세계 거래소 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고, 반대로 중국과 런던의 재고가 줄면서 미국 밖 시장의 공급 압박이 커지는 구조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LME 1만 4000달러…미국 밖 재고는 바닥
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가격은 지난 4일(현지시각) 1t에 1만 4000 달러(약 1960만 원)를 넘어섰다. 당일 현금결제 즉시인도 구리 가격은 1t당 1만 4195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으로 구리가 몰리면서 지역별 재고 격차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1월 미국의 관세 우려로 미국 선물시장 가격이 런던 가격보다 높아지면서 중국 보세창고 등에 있는 구리가 미국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의 정제 구리 수출이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한 것도 이 같은 가격 차익 거래의 영향을 받았다.
AI·전력망이 부르는 ‘닥터 코퍼(Dr. Copper)’
구리 수요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요인 중 하나가 AI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전력망과 변압기, 케이블 등에 필요한 구리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설비 역시 내연기관 중심 산업보다 더 많은 구리를 필요로 한다.
블룸버그는 세계 곳곳의 광산 차질과 AI 붐에 따른 수요 기대가 최근 가격 상승세를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공급 측면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이자 주요 구리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이 6일 구리·코발트 정광 수출을 즉시 금지했다.
현지에서 광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조치다. 이 소식에 LME 구리 가격은 1.8% 올라 1t당 1만 4369.5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세계 ‘구리 리스크’ 사정권
구리 공급망 재편은 전 세계 기업에 부담을 준다. 구리는 전선·케이블부터 자동차, 배터리, 전력기기, 반도체·데이터센터 인프라까지 제조업 전반에 들어가는 소재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자국 산업을 위해 구리를 선점할 경우 한국 기업이 국제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물량과 가격 조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광산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콜롬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광산 공급이 제한되는 가운데 중국 제련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미국과 동맹국의 제련산업이 압박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리는 전기화와 AI·데이터센터 확대에 필수적인 소재인 만큼 공급망의 특정 지역 집중도 전략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리가 단순한 산업용 금속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자원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의 확보 경쟁이 장기화되고 광산 차질과 수출규제까지 이어지면 구리 가격 자체보다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제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재고를 쌓으면서 국제 구리 시장의 공급망이 지역별로 쪼개지는 ‘구리 공급망 분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심완섭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iberwld@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