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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난제…“은행 지준 수요부터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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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난제…“은행 지준 수요부터 줄여야”

6조7000억달러 자산 축소하려면 은행 지급준비금 수요 감소 선행돼야
스탠퍼드대 더피 교수, 규제·결제시스템·지준금리 등 4가지 해법 제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청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청사. 사진=로이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6조7000억달러(약 9459조7300억원)에 달하는 대차대조표를 추가로 줄이려면 보유 자산을 처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은행들의 지급준비금 수요 자체를 낮추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급준비금 수요를 그대로 둔 채 연준 자산만 대폭 줄이면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해져 단기금리가 급등하는 등 자금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이 발행하는 온라인 매체 ‘인사이츠 바이 스탠퍼드 비즈니스’는 금융시장 전문가인 대럴 더피 재무학 교수의 연구를 토대로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금융규제와 결제시스템 등 복잡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18일(현지시각) 전했다.

◇ 자산 줄이면 은행 지급준비금도 함께 감소

더피 교수에 따르면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가 어려운 핵심 이유는 자산과 부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자산은 주로 미 국채와 정부 보증 주택저당증권(MBS)으로 구성돼 있다. 부채 측면에서는 시중은행이 연준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은행들이 연준에 보유한 지급준비금은 약 3조달러(약 4235조7000억원)에 이른다.

연준이 국채 등 보유자산을 대폭 줄이면 그에 상응해 금융시스템에 공급된 지급준비금도 감소한다. 문제는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이전보다 훨씬 많은 지급준비금을 필요로 하게 됐다는 점이다.

더피 교수는 “미국 은행들은 대규모 결제를 처리하고 금융당국의 유동성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연준의 지급준비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은행의 지급준비금 수요가 높은 상태에서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무리하게 축소하면 금융시장에 필요한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

◇ 2008년 이전 9000억달러 미만…팬데믹 때 9조달러 육박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구조적으로 커졌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9000억달러(약 1270조7100억원)에도 미치지 않았지만 연준이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와 MBS를 대규모로 사들이는 양적완화(QE)를 시행하면서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당시에는 다시 대규모 자산매입에 나서면서 2022년 대차대조표가 9조달러(약 1경2707조1000억원)에 육박했다.

이후 연준은 보유 채권의 만기가 돌아와도 재투자하지 않는 양적긴축(QT)을 통해 대차대조표를 축소했지만 과거와 같은 작은 규모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연준은 2017년부터 대차대조표 정상화를 추진하다 2019년 9월 자금시장에서 심각한 유동성 부족을 경험했다.

당시 은행 지급준비금이 줄어든 가운데 환매조건부채권(레포) 시장의 금리가 급등하면서 연준이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서야 했다.

이는 대차대조표를 지나치게 줄이면 연준이 단기금리를 안정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 해법 1번은 은행 유동성 규제 손질


더피 교수는 연준 대차대조표를 더 줄이기 위해 은행들의 지급준비금 수요를 낮출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은행 유동성 규제를 조정하는 것이다.

현행 규제 아래에서는 은행들이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버틸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가장 안전하고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인 연준 지급준비금을 많이 보유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규제 방식을 조정해 은행들이 필요 이상으로 지급준비금을 쌓아둘 유인을 낮추면 연준이 공급해야 하는 지급준비금 규모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 페드와이어 개선해 결제에 필요한 현금 줄여


두 번째 방안은 연준의 핵심 은행 간 결제시스템인 ‘페드와이어(Fedwire)’를 개선하는 것이다.

현재 은행들은 하루 동안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서로 주고받는다. 지급해야 할 돈이 먼저 빠져나가고 다른 은행에서 받을 돈이 나중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결제에 대비해 상당한 지급준비금을 확보해야 한다.

더피 교수는 은행의 들어오는 자금과 나가는 자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상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하루 업무를 시작할 때 은행들이 확보해야 할 지급준비금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제시스템 자체의 효율성을 높여 은행이 연준에 현금을 많이 쌓아둘 필요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 지준 많이 쌓으면 낮은 금리 적용


세 번째는 연준이 은행 지급준비금에 지급하는 이자를 차등화하는 방안이다.

현재 연준은 은행이 맡긴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한다. 이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안전한 연준 계좌에 자금을 그대로 보유할 유인이 있다.

더피 교수는 은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급준비금을 보유할 경우 초과분에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단계별 보상’ 방식을 제시했다.

은행이 필요한 수준을 넘어 지급준비금을 쌓을수록 수익성이 낮아지도록 해 여분의 자금을 다른 금융기관에 빌려주거나 시장에서 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 분기말 유동성 충격은 연준이 직접 완충


네 번째 방안은 연준이 지급준비금 공급에 일시적인 충격이 발생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분기말이나 특정 시기에는 금융기관의 자금 수요가 갑자기 늘면서 지급준비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질 수 있다.

은행들은 이 같은 위험에 대비해 평소에도 필요 이상의 지급준비금을 확보하려 한다.

연준이 공개시장운영 등을 통해 이런 일시적 충격을 신속하게 완충할 수 있다는 신뢰를 높이면 은행들이 평상시에 보유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지급준비금 규모도 낮아질 수 있다.

◇ “대차대조표 크기보다 지준 수요가 핵심”


더피 교수의 분석에서 핵심은 연준 대차대조표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단순한 자산 매각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연준이 국채를 팔거나 만기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으면 자산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지급준비금이 감소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현재 수준의 지급준비금을 계속 요구한다면 어느 지점부터는 금융시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의미 있게 축소하려면 자산 공급 측면뿐 아니라 지급준비금을 원하는 은행의 수요 측면을 함께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차대조표 규모 축소를 강조해온 케빈 워시 연준 의장에게도 중요한 과제다. 워시는 대규모 대차대조표가 연준의 금융시장 개입 범위를 지나치게 넓혔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대차대조표를 빠르게 줄일 경우 2019년과 같은 자금시장 불안이 다시 나타날 위험이 있어 실제 축소 과정에서는 속도와 금융시스템의 유동성 수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더피 교수의 분석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단순한 양적긴축의 재개 여부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임을 시사한다. 은행 규제, 결제 인프라, 지급준비금 금리체계까지 함께 바꾸지 않으면 연준이 원하는 수준까지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