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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폭풍 성장에도 찬바람 부는 마이크론… 시장이 다운사이클 트라우마에 갇힌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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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폭풍 성장에도 찬바람 부는 마이크론… 시장이 다운사이클 트라우마에 갇힌 까닭

- 379% 매출 폭증에도 주가수익비율 6.4배 머물며 과거 급락장 트라우마 반영
-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 63%로 확대… 2030년까지 5년 장기 계약 26건 체결
- 삼성전자·SK하이닉스 타이트한 수급 방어막 속 2027년 중순 증설 물량 변수
마이크론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론 로고. 사진=로이터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최근 분기 379%에 달하는 매출 급증을 기록했으나 주가수익비율은 6.4배에 머물렀다. 시장 참여자들은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과거 하강 국면에서 겪었던 실적 급락을 떠올리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서버용 메모리 중심의 체질 개선과 장기 공급 계약 확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가격 방어력을 가늠할 시험대로 작동한다.

과거 메모리 불황 트라우마와 채찍 효과


미국 경제 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2026년 10월 2일(현지 시각) 마이크론의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6.4배에 그치는 핵심 배경으로 과거 반도체 급락장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를 보도했다.

S&P 500 지수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평균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월가 분석가들이 마이크론의 2027 회계연도 순이익 증가율을 126%로 추산하고 있음에도 시장 심리는 선뜻 움직이지 않고 있다.

배런스는 이러한 저평가의 구조적 요인으로 메모리 산업 특유의 '채찍 효과'를 지목했다. 최종 소비자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유통망 전반의 재고 변동 폭이 커지는 현상이다. 실제 지난 10년간 전체 거래일 가운데 54%에서 마이크론의 주가수익비율은 10배를 밑돌았고, 27%는 현재보다 밸류에이션이 더 낮았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지난 하강 사이클 당시 마이크론의 주력 공급처는 가전제품과 완성차 제조사였다.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치며 수요 예측 신호가 왜곡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축적된 과잉 재고와 수요 위축이 겹치며 가격이 급락했고, 마이크론은 2023년 역년(calendar year) 4개 분기 모두에서 마이너스 총마진율을 기록했다.

2022년 초 주가가 고점을 형성했을 당시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9.7배에 불과했던 기억은 시장 참여자들로 하여금 이번 1분기 가이던스 둔화 조짐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고 있다.

데이터센터 비중 63% 확대와 5년 장기 계약

반면 현재 메모리 시장은 과거 사이클과 질적으로 다른 수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가속화하면서 마이크론의 최근 4분기 매출에서 데이터센터 고객 비중은 63%까지 상승했다. 지난 상승 사이클 당시 약 25% 수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주력 시장이 완전히 전환됐다. 유통 단계가 대폭 줄어들면서 마이크론이 파악하는 실수요 신호의 정확도 역시 개선됐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7 회계연도 메모리 수급 환경이 2026년보다 더욱 빠듯해지고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메로트라 최고경영자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시점을 현 단계에서는 내다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거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 계약도 체결되고 있다. 마이크론은 가격 상한선과 하한선을 설정하고 인수 의무(take-or-pay) 조건을 부여한 5년 장기 계약을 고객사들과 맺고 있다. 현재 체결된 26건의 계약은 2030년까지 마이크론 전체 예상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보장한다. 다운사이클이 도래하더라도 평균 판매가격의 붕괴를 막아내는 완충 장치다.

한국 반도체 가치사슬 파급과 수급 리스크


마이크론이 제시한 타이트한 수급 전망과 장기 계약 모델은 한국 메모리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버용 고성능 디램(DRAM)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과점 분점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 역시 빅테크 직납 체제를 바탕으로 수주 안정성을 높여가고 있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다. 배런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한 신규 설비 투자 집행에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으며, 신규 생산 설비 확충을 통한 실질적인 공급 완화 효과는 2027년 중순 이후에나 나타날 것으로 전했다.

다만 시장 전반의 리스크는 존재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인프라 설비투자(CAPEX) 집행 계획이 축소되거나, 2027년 중순 가동될 증설 라인의 물량이 단기간에 유입될 경우 장기 계약 단가의 재협상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

마이크론을 둘러싼 시장의 검증 과제는 차기 다운사이클 진입 시 장기 계약이 실제 평균 판매단가와 영업이익률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는가에 모인다. 불황기에도 마진이 급락하지 않는 구조적 방어력이 입증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10배 미만에 갇힌 주가수익비율에서 벗어나는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