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2050년 누적 30조달러 전망…미 AI업계, 5년간 신규매출 4.2조달러 필요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을 둘러싼 세계적인 투자 열기가 철도와 인터넷 혁명 당시를 뛰어넘는 규모로 커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생산성 향상과 수익은 아직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AI 인프라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과 기업가치에는 향후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런 기대가 실제 투자 회수 시점에 맞춰 현실화할지는 불확실하다고 3일(현지시각) 분석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누적 투자액이 2050년까지 30조달러(약 4경410조원)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발행돼 있는 미 국채 전체 규모에 육박한다. PwC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비교해도 철도 건설 붐이나 닷컴 열풍 당시보다 훨씬 큰 투자라고 평가했다.
◇앤스로픽 5180억달러…지난해 매출의 100배 넘어
AI 기업 개별 투자 규모도 기존 산업에서 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로이터가 입수한 기업공개(IPO)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향후 수년간 5180억달러(약 697조7000억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이는 앤스로픽의 2025년 매출보다 100배 이상 많은 규모다.
AI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증기기관과 산업화보다 더 큰 경제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를 투자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JP모건은 지난 8월 미국에서 AI에 따른 광범위한 생산성 향상이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인앤드컴퍼니도 기존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생산성 향상만으로는 현재 AI 투자 규모를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베인은 AI 기반 로봇이나 배터리·반도체용 신소재 등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등장해야 투자비와 수익 간 격차를 메울 수 있다고 봤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와 AI 기업들이 현재의 인프라 확충 비용을 감당하려면 향후 5년 동안 4조2000억달러(약 5657조4000억원)가 넘는 새로운 매출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베인의 추산이다.
◇엔비디아 가치 뒷받침하려면 생산성 연 3~5% 올라야
투자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성과도 상당하다.
JP모건은 엔비디아를 사례로 들면서 현재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려면 향후 10년 동안 미국의 생산성이 매년 3~5%씩 증가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이 같은 기간 예상하는 미국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 1.7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JP모건은 과거 기술 투자 열풍도 인프라 확충이 충분한 투자수익을 내지 못하기 시작할 때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세계 AI 투자액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는 일부 추산도 있다.
컬럼비아비즈니스스쿨의 스테인 반 니우어버그 교수는 미국의 AI 투자가 2025~2032년 최대 9조달러(약 1경21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매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2%를 AI에 투입하는 규모다.
반 니우어버그 교수는 이 투자에서 10%의 수익률을 내려면 미국 AI 산업이 2032년까지 연간 약 3조5500억달러(약 4781조9000억원)의 매출을 만들어야 한다고 계산했다.
현재 AI 산업 매출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그는 AI 인프라 투자의 상당 부분이 차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수요가 예상보다 조금만 줄거나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자산가치가 낮아져도 손실은 훨씬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혁명 생산성 반영까지 10~50년
AI업계 수장들은 현재의 대규모 투자에 비해 훨씬 낙관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AI가 가져올 미래를 ‘초월적인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고 표현했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AI 모델이 스스로 개선하면서 새로운 발견의 속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재짓 세콘 최고전략책임자도 지난 8월 AI가 스스로 학습 능력을 개선하는 ‘재귀적 자기개선’이 현재 AI 투자 논리의 핵심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 전체에 미치는 생산성 효과는 기업의 투자 회수 일정과 다른 속도로 나타날 수 있다.
다이앤 코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과거 혁명적인 기술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데 통상 10~50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철도나 인터넷도 등장 직후 곧바로 전체 경제의 생산성을 높인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앤스로픽 경제연구팀도 AI 효과에 따라 2030년 경제성장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AI가 없을 때 성장률을 2%로 가정하면 AI 영향이 제한적인 경우 2.4%, 상당한 경우 5.4%, 극단적인 경우 15.4%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앤스로픽은 각각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확률은 제시하지 않았다.
◇일자리 변화는 일부 나타나기 시작
AI의 생산성 효과가 경제 전체에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노동시장에서는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일부 연구에서는 AI가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무직에서 청년층 채용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지난 8월 회계사와 법률보조원 등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의 22~25세 근로자 고용이 청소원이나 건설 근로자처럼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직종에 비해 19% 낮았다고 분석했다.
아모데이 CEO는 지난해 AI가 5년 안에 초급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없앨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다만 로이터는 현재까지 확인되는 현상은 AI가 사무직 전체를 대규모로 없앴다기보다 경력 초기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형태에 가깝다고 전했다.
코일 교수는 “AI가 현재 시장에서 기대하는 시간 안에 모든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투자된 인프라 자체는 장기적으로 경제적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19세기 철도 투자 거품이 무너진 뒤에도 철도망은 남았고 1990년대 닷컴버블 붕괴 이후에도 인터넷은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결국 AI 투자 경쟁의 핵심 변수가 기술의 가능성 자체보다 막대한 인프라 지출을 감당할 만큼 생산성과 새로운 매출이 충분히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느냐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