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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보우소나루... 브라질 새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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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보우소나루... 브라질 새 대통령?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후보/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후보/사진=로이터
브라질이 다시금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브라질 대통령 선거 1차 투표함이 열리자 전 세계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은 충격을 받았다. 4선 연임을 노리던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 대통령의 우세를 점치던 주류 여론조사는 무참히 빗나갔다.개표 결과, 피선거권이 박탈된 채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 있던 '열대의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맏아들, 플라비우 난치스 보우소나루(Flávio Nantes Bolsonaro) 상원의원이 47.03%를 쓸어 담으며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현직 대통령 룰라(45.16%)를 따돌린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조차 “위대하고 놀라운 승리”라며 찬사를 보냈다. 불과 수년 전 사법 당국의 집중 타깃이 되어 정치적 수명이 끝난 것처럼 보였던 ‘보우소나루 가문의 장남’ 플라비우는 어떻게 브라질 보수우파의 정점에 서서 국가 권력의 최상층부를 정조준하게 되었을까?

실용과 협상의 막후 전략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는 정계에 입문해 가문의 기둥 역할을 해온 장성한 세 아들이 있다. 보우소나루는 이들을 군대 편제처럼 숫자로 불렀다. 차남이자 SNS 여론전과 이른바 ‘증오의 내각’을 지휘했던 카를루스는 '02', 삼남이자 미국 트럼프 진영 및 세계 극우 네트워크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던 에두아르두는 '03'이었다. 그 정점에 장남이자 '01'로 불린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가 자리 잡고 있다.

1981년 브라질 북동부 헤시피에서 태어난 플라비우는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이자 정치인이다. 2003년 불과 22세의 나이로 리우데자네이루 주의회에 입성해 내리 4선을 기록하며 정무 감각을 익혔다. 동생들이 거칠고 선동적인 언변으로 소셜미디어상에서 전위대 역할을 자처할 때, 플라비우는 달랐다. 그는 군인 출신 특유의 과격함을 지닌 아버지의 돌출 행동을 막후에서 완충하고, 의회 내 기성 정치 세력(센트랑·Centrão) 및 사법부 관료들과 물밑에서 타협을 도모하는 실용주의적 협상가이자 브레인 역할을 맡았다.2018년 아버지가 대권을 거머쥐었을 때, 그는 리우데자네이루주 연방 상원의원에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며 중앙 정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치명적 사법 족쇄 ‘라샤지냐’ 스캔들

그가 권력의 정점에 다가서는 순간, 가장 혹독한 시련이 찾아왔다. 플라비우는 보우소나루 정권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자 야당의 집중 공격 대상이었다. 2018년 말, 브라질 금융감독청(COAF)은 플라비우의 주의원 시절 운전기사이자 보좌관이었던 파브리시우 케이로즈의 계좌에서 거액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보좌진들의 급여를 되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하고 부동산 매입 및 돈세탁에 유용했다는 이른바 ‘라샤지냐(Rachadinha)’ 의혹이었다.

보우소나루 정권이 표방했던 '청렴과 반부패' 슬로건은 장남의 비자금 의혹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검찰과 사법부는 플라비우를 거세게 압박했다.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법률가 출신답게 집요한 법리 투쟁과 상급법원 상고를 거듭했고, 결국 2021년 상급법원과 연방대법원(STF)으로부터 검찰의 금융정보 영장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성을 인정받아 기소를 무효화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을 뻔한 벼랑 끝에서 살아남은 그는, 2022년 대선에서 아버지가 룰라에게 석패하고 2023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가문의 몰락기 속에서 오히려 ‘포스트 보우소나루’ 시대의 유일무이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분노한 민심의 파도

2026년 대선 국면에서 룰라 정권의 실정(失政)은 플라비우에게 강력한 날개를 달아주었다. 치솟는 물가와 생활비 위기, 치안 악화는 브라질 서민들의 피로감을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룰라 정권은 저소득층 복지 예산을 대거 풀었지만 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만들지 못했고, 사법부 요직을 둘러싼 권력 유착 스캔들까지 겹치며 국민적 불신을 샀다.

플라비우는 이 틈을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선거 유세장에서 “브라질은 변화가 필요하다. 브라질은 더 이상 이 거대한 고통을 견딜 수 없다”고 절규했다. 그의 공약은 명확했다.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 범죄 조직에 대한 무자비한 강경 소탕, 풍부한 희토류와 광물 자원을 매개로 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전략적 경제 밀착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억울하게 사법 탄압을 받아 가택연금 중인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사면과 정계 복귀를 약속하며, 흩어져 있던 보수·기독교 복음주의 결집 표를 단숨에 흡수했다.

1차 투표 결과, 플라비우가 이끄는 자유당(PL)은 브라질 연방 상원 81석 중 28석을 장악하며 단독 1당으로 올라섰고, 우파 연대 의석은 43석에 달해 상원 과반을 확보했다. 이는 결선 투표에서 그가 승리할 경우, 의회의 절대적 지지 속에 강력한 우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라틴아메리카의 세력 재편과 워싱턴의 복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의 약진은 단순한 브라질 국내 정치를 넘어선 지정학적 지각변동이다. 룰라 대통령은 브릭스(BRICS) 중심의 다극화 체제를 지향하며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심화해 왔다. 이에 맞서 미국 정부는 브라질에 대한 관세 부과와 대법관 제재 등 강경 조치로 맞서며 선거 국면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만약 결선 투표에서 플라비우가 최종 승리한다면,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와 함께 남미 대륙 전체가 다시 한번 강력한 친미·우파 블록으로 회귀하게 된다.

룰라가 극적인 역전극을 쓰지 못한다면, 남미 좌파 ‘핑크 타이드’의 중심축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아버지의 그림자 속에서 태어났지만, 이제 스스로 아버지의 유산을 짊어지고 가문의 복권과 권력 탈환이라는 거대한 도박판을 이끌고 있다.

정치학자 미겔 라구(Miguel Lago)는 “이제 플라비우가 패배하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룰라를 지지하는 45%의 견고한 서민층과 진보 진영의 결사 항전 또한 만만치 않다. 사법 리스크의 파고를 넘어 권좌의 문턱에 선 이 40대 보수 정치인의 오디세이가 브라질을 번영으로 이끌 구원의 닻이 될 것인가, 아니면 대립과 분열을 가속화할 또 다른 거대한 폭풍의 눈이 될 것인가. 세계는 지금 숨을 죽인 채 플라비우의 결선 투표를 주시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