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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송도세브란스병원은 '공동수급' 요청···‘허동수 이사장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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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송도세브란스병원은 '공동수급' 요청···‘허동수 이사장은 반대’

송도세브란스 계약 왜 멈췄나···이사 5명 긴급회의서 나왔다
낙찰 이튿날 나온 이사장 단독 계약 지시···의료원과 엇박자
공동수급 금지 문구, 공고에 6월 결의에도 없었다…공사는?
'금호건설 100% 책임' 단독 계약 지시…5명 이사회 개회 요건 못 채워
계약 기한 넘기고 손해배상 위험 커져…정관이 가리키는 책임 이사회·이사장
이미지=AI생성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AI생성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이 20년째 늦어지면서 지역 주민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문건에는 연세대학교 학교법인이 사업 진행에 제동을 건 정황이 담겼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교육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실에서는 허동수 학교법인 이사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지연의 책임 소재를 따진다.

허 이사장이 송도세브란스병원 시공사 낙찰 통보 이튿날 열린 긴급 회의에서 금호건설과 단독 계약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의료원이 먼저 요청해 협상을 끝낸 공동수급 구조를 배제하는 내용이다. 본계약은 낙찰 통보 후 10일의 계약 기한을 넘기고도 체결되지 않았다.

문제는 본지가 입수한 문건을 종합하면 공동수급 금지 문구는 입찰 공고문에도 6월 임시이사회 회의록에도 없었다는 점이다. 법조계는 지시를 그대로 따르면 의료원이 입찰에 참여한 금호건설, 계롱건설 등에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관과 시행세칙은 병원 건립의 사업 규모와 사업비를 법인 이사회가 단계별로 승인하도록 정한다. 송도세브란스병원 지연의 책임을 묻게 될 때 학교법인이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공고엔 금지 문구 없었다…금호건설 입찰서 지하층 시공사와 협업 제안


갈등의 출발점은 입찰 공고문이다. 6월 23일 임시이사회 이후 법인과 의료원은 협의를 거쳐 공고에서 공동수급 허용 문구를 삭제했다. 하지만 공동수급을 금지하는 문구는 넣지 않았다. 유의사항은 최종 낙찰자와 협상해 계약한다고만 정하고,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자격은 따로 두지 않았다. 의료원은 7월 13일 현장설명회에서 공동도급이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불이익이나 제한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설명회에는 6개 업체가 참가했지만 제안 발표에 나선 곳은 도급순위 15위 계룡건설과 24위 금호건설 두 곳뿐이었다. 금호건설은 경쟁사가 분리시공안을 낸 것과 달리 기존 시공업체와 협업하는 연속시공안을 제안했다. 의료원은 9월 17일 금호건설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통보하면서 기존 시공사와의 협업 측면에서 수행방안을 평가했다고 설명하고, 공동수급 방안을 구체화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금호건설은 9월 23일 기존 시공사와 6대 4로 공동도급하는 수행계획서를 냈고, 같은 날 가격 협상이 타결됐다. 의료원은 9월 28일 미래도시건설을 참조로 적어 금호건설에 최종 낙찰자 선정을 통보했다.

6월 임시이사회 회의록에도 공동수급 금지를 논의한 대목은 없다. 이사회는 기타 조건 없이 도급순위 30위 이내 업체를 대상으로 재입찰한다고 의결했다. 학교법인은 제안서 평가위원들이 이사회 결의 내용을 사전에 이해하지 못한 채 두 회사의 제안만 근거로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바꿔 말하면 학교법인이 평가위원들에게까지 공동도급이 금지된다고 알린 바가 없음을 자인한 꼴이다.

법조계는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자격은 발주자가 공고에서 정하는 사항인데 이번 공고문과 유의사항에는 정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도급순위 30위 이내라는 조건을 입찰 참가자격으로 정한 것만으로 구성원의 자격까지 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의료원이 먼저 공동수급 방안을 요청해 놓고 구성원의 순위를 문제 삼는 것은 스스로의 안내와 모순된다는 평가도 나왔다.

◆낙찰 통보 이튿날 이사 5명이 모여 '단독 계약' 지시


법인의 지시는 낙찰 통보 이튿날인 9월 29일 열린 긴급 회의에서 나왔다. 회의록에는 허동수 이사장 등 이사 5명이 참석한 것으로 적혔다. 지시는 세 가지다. 금호건설과의 최종 계약은 6월 23일 임시이사회 결정에 위배되지 않도록 분리발주나 공동수급이 아닌, 금호건설이 공사 금액 전체를 책임지는 단독 계약으로 추진하라는 것이 첫째다. 이어 의료원이 계약 전에 법인과 계약서 원안을 공유하고 이사장의 최종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사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제는 회의의 형식이다. 정관은 이사회가 이사 정수 12명의 과반수인 7명 이상 출석해야 열린다고 정하고 있다. 5명이 모인 이 회의가 이사회라면 개회 요건을 채우지 못한 셈이다. 6월 23일 임시이사회에는 이사 8명이 출석했다. 법인이 제출한 진행 경과표에는 이 회의가 가격 협상 타결 이튿날인 9월 24일 소집된 것으로 기재돼, 7일 전 통지 기준에도 2일 못 미친다.

회의록에는 총장이 법인본부의 사전 검토는 관행에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대목이 남아 있다. 계약서를 이사장이 최종 확인하라는 두 번째 지시를 두고 법조계는 정관이 이사장에게 법인 업무 총괄권을 준 만큼 그 자체를 위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인 내부의 검토 절차에 불과해 이를 근거로 낙찰자와 협상한 계약 구조를 일방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첫 번째 지시에 대한 법조계의 지적이 잇따른다. 6월 23일 결정이 공동수급을 금지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지시에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고, 금호건설도 협상된 조건과 다른 단독 계약을 받아들일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재경지법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사회가 말하는 이른바 '금호건설의 100% 책임'은 공동이행방식으로도 이미 달성된다"며 "구성원은 발주처에 연대책임을 지고 협정서안에도 같은 조항이 있어 금호건설은 지분 60%가 아니라 공사 전체를 책임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분 변경과 구성원 탈퇴에 의료원의 승인이 필요해 통제권도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학교법인이 공동수급 금지를 사후적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법률적 다툼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명분 쌓기용"이라고 평가했다.

◆계약 기한 도과·손해배상 위험


본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연세의료원은 9월 말에서 10월 초 계약과 착공을 공언했지만 낙찰 통보 후 10일인 계약 기한이 10월 8일께 지났고, 14일 기준으로도 계약을 맺지 못했다.

법조계는 공동수급을 전제로 협상을 끝낸 뒤 의료원이 지시에 따라 단독 계약을 요구해 계약이 무산되면 금호건설에 이행이익을 배상해야 하고 입찰보증금도 귀속시키기 어렵다고 짚었다. 기존 시공사에도 계약 체결을 믿게 해 놓고 거부한 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봤다.

의료원과 담당자에게 업무상배임이 문제될 여지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손해배상이 예상되는데도 단독 계약을 강행해 법인에 손해가 생기면 이를 결정하고 집행한 임직원의 책임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연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학교법인 이사회, 그리고 허 이사장에게 있어 보인다. 정관시행세칙은 병원 신축 같은 건축 사업을 기본계획과 총 사업비 단계마다 이사회가 승인하도록 정하고, 진행 상황도 이사회에 보고하게 한다. 정관은 이사장이 법인을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한다고 규정한다. 사업의 방향과 속도를 정하는 권한을 법인이 쥐고 있는 만큼 결정과 감독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본지가 입수한 9월 29일 회의록에는 책임이 의료원장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사진과 이사장에게도 있다는 취지의 허 이사장 발언이 남아 있다. 의료원의 집행 책임도 가볍지 않지만 지시와 승인의 책임은 법인에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국회도 움직이고 있다. 정일영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연수구을)은 13일 허동수 이사장에게 건립 지연의 책임 규명과 정상화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허 이사장과 학교 법인이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공동수급 금지를 어떤 근거로 읽었는지, 5명이 모인 회의에서 지시를 내린 이유가 무엇인지, 계약이 늦어지는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다.


김양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pffhgla1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