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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간선거서 의회 권력 바뀌어도 물가 못 잡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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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간선거서 의회 권력 바뀌어도 물가 못 잡는 이유

WSJ "전쟁·관세·재정 권한 대통령에 집중…의회 통제력 약화"
이란 전쟁 종식·관세 철폐 쉽지 않아…복지 확대도 재정적자·금리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3월 4일(현지시각)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3월 4일(현지시각)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로이터

미국에서 3일(이하 현지시각) 중간선거가 실시되지만 선거 결과에 따라 의회 권력이 바뀌더라도 미국인들의 생활비 부담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고율 관세가 미국의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들 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이 의회보다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과 광범위한 행정권한을 제약하기 어려워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물가 안정 정책을 실현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입법부에서 행정부로 권력이 이동하면서 의회의 경제정책 통제력이 약화했다며 중간선거 이후 의회 권력이 바뀌더라도 생활비 부담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1일 분석했다.

◇이란 전쟁 따른 고유가…의회가 종전 강제하기 어려워


WSJ에 따르면 미국의 생활비 부담을 키운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말 이란을 공격한 이후 국제유가와 휘발유·경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전쟁 종식을 물가 안정의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의회가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은 제한적이다.

미국 의회는 베트남 전쟁 당시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통제하지 못한 경험을 바탕으로 1973년 전쟁권한결의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대통령이 군대를 군사행동에 투입한 경우 60~90일 이내에 병력을 철수시키거나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의회의 별도 승인 없이 군사작전을 지속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0년대 레바논에 해병대를 파병하고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을 호위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코소보에 군사적으로 개입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 이라크, 시리아에서 군사작전을 실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군사행동을 이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8일 이란과의 휴전으로 적대행위가 종료됐기 때문에 전쟁권한 관련 법률을 준수했다고 의회에 설명했다.

이후 의회는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공동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별도 결의안이나 전쟁 예산을 차단하는 법안을 통해 군사행동을 중단시키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스콧 앤더슨 연구원은 “매년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국방수권법에 전쟁 예산 제한 조항을 포함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선거 이후 새 의회 출범 이전에 국방수권법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어 민주당이 이같은 방식을 활용하려면 내년 말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예산을 전용해 전쟁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앤더슨 연구원은 “민주당이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법원 판결 시점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더라도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이 중동 해상 운송과 에너지 기반시설을 계속 위협할 수 있어 유가 하락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관세 권한도 대통령에 집중…민주당 의회 장악해도 제약


관세정책 역시 의회보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커진 대표적인 분야다.

미국 헌법상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의회에 있지만 의회는 관련 권한의 일부를 대통령에게 위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위임 권한을 폭넓게 해석해 지난해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미국의 관세율은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관세 수입이 증가하는 동시에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국제경제법 전문가로 활동한 피터 해럴은 “2024년 대선 이전만 해도 산업계와 법원, 의회의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관세정책을 실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상당 부분 실행했으며 의회의 저항은 예상보다 훨씬 약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적인 관세 제한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충분한 공화당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해럴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국방 관련 법안에 일부 관세 권한을 폐지하는 조항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에 활용된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제338조의 적용 권한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의 돈 슈나이더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대한 재량권을 매우 중시하고 있어 이같은 제한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할 정도로 결집해야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WSJ는 관세정책을 제한하는 데 의회보다 법원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법률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나머지 관세를 둘러싼 소송은 계속 진행 중이며 최종적인 법적 판단이 2028년에야 나올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재정지출 권한 확대…복지급여도 행정조치로 지급


생활비 부담은 물가뿐 아니라 가계소득에도 영향을 받는다.

정부는 세금과 보조금, 현금 지원 등을 통해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높일 수 있다.

이같은 조세·재정정책은 원칙적으로 의회의 권한에 속한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19 지원책과 2021년 경기부양책, 2025년 감세정책 등 주요 재정정책은 의회 입법을 통해 시행됐다.

그러나 최근 미국 대통령들은 행정권한을 활용해 재정지출과 지원정책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를 늘려왔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4300억달러(약 574조3940억원) 규모의 학자금 대출 탕감을 추진했지만 연방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후 다른 행정 수단을 활용해 1000억달러(약 133조5800억원)가 넘는 학자금 부채를 추가로 탕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식품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확대해 장기적인 재정적자를 2000억달러(약 267조1600억원) 늘리는 조치도 시행했다.

또한 일부 대상자의 건강보험 보조금 지급 범위를 확대하고 세금 관련 의무 이행 기한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납세자의 부담을 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로 일부 정부 조직을 축소하고 지출을 삭감하는 행정조치를 추진하면서 의회의 예산 권한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론 머스크가 이끌었던 정부효율부(DOGE)는 연방정부 조직과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도 기존 제도를 활용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메디케어 개선기금을 활용해 수백만 명의 메디케어 가입자에게 1인당 90달러(약 12만원)를 지급했다.

오바마케어 가입자에게는 500달러(약 66만7900원)의 수수료 환급금을 지급했으며 농민들에게는 상품신용공사를 통해 80억달러(약 10조6864억원)의 연료비 지원을 제공했다.

WSJ는 이같은 사례들이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재정 관련 권한이 이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복지 확대도 재정적자·금리 상승 우려


의회가 여전히 막대한 재정지출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간선거 이후 여야 협상을 통한 생활비 지원 확대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해 국방비 증액을 수용하는 대신 만료된 오바마케어 보조금 지급을 복원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같은 합의가 이뤄지면 행정조치로 지급하는 소규모 지원금보다 훨씬 많은 재원을 가계에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지출 확대가 반드시 생활비 부담 완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추가 재정지출로 이미 막대한 수준인 미국의 재정적자가 더욱 확대되면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금이 가계소득을 늘리더라도 물가와 차입 비용이 함께 상승하면 실질적인 생활비 개선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WSJ의 그레그 입 칼럼니스트는 이란 전쟁과 관세정책, 재정지출 등 생활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에서 의회가 대통령의 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의회 권력 교체를 통해 물가와 생활비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더라도 행정부에 집중된 정책 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실질적인 개선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