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조형식의 항공이야기] 항공기의 수명과 한국의 기회

공유
18

[조형식의 항공이야기] 항공기의 수명과 한국의 기회

조형식 PLM지식연구소 대표
조형식 PLM지식연구소 대표
한국사회는 무조건 최신형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여행 할 때 칠이 벗겨진 외국 항공기를 타거나 프로펠러 항공기를 타면 매우 불안해한다. 국내 저가 항공사가 몇 년 전에 신형 프로펠러 항공기를 도입했는데 고객들이 프로펠러 항공기는 구형이라는 선입감을 가지고 있어서 이내 처분한 적이 있다. 사실 신형 항공기가 더 안전하거나 프로펠러 여객기가 무조건 위험하지는 않다.

한국에서 군용전투기가 사고가 나면 언론들이 사고원인이 나오기도 전에 오래 된 기종이라서 사고가 났다거나, 기체가 노후 되었다고 비난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가끔 기사에서 저가항공사의 항공기들이 오래되어서 위험하다고 하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문제는 항공기를 어떻게 관리되고 있느냐이다.
항공기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전체 항공기 수명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항공기는 모두 부품을 교환하거나 수리가 가능하고 엔진이나 전자장비도 교환하거나 신형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공기 부품이 고장 또는 노후했다고 항공기 수명이 다한 것은 아니다.

항공기는 유지보수, 수리 및 정밀분해, 개량사업(MRO: Maintenance, Repair, Overhaul) 만 잘 되어있으면 항공기 수명은 거의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외국에서는 1차 대전이나 2차 대전 때 항공기들이 잘 날아다니고 있다.

1952년 초도 비행을 한 B-52는 아직도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B-52는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대를 이어서 타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항공산업은 생산비용보다 유지비용이 더 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음 사진은 2015년 뉴 잉글랜드 에어쇼에서 70년이 넘은 P-51 무스탕과 최신 스텔스 전투기 F-22가 같이 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F-22 랩터(Raptor)와 P-51 무스탕(Mustang)
F-22 랩터(Raptor)와 P-51 무스탕(Mustang)

모든 기계에는 일단 설계수명이라는 것이 있다. 항공기 역시 일반적인 수명이 있다. 미국의 보잉(Boeing)사는 민간항공기의 최소한의 운행 기간을 20년이나 2만회의 착륙 또는 6만 비행시간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항공기는 설계수명보다 훨씬 오래 사용한다. 대부분의 항공기 퇴역은 기술적인 면보다는 경제적인 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항공기의 수명은 MRO기술이 핵심이며 경제성도 중요하다.

새로운 기종을 도입하면 정비체계나 훈련체계 등에도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쉽게 기종을 변경할 수 없다.

미 공군 T-38 탤론(Talon)이미지 확대보기
미 공군 T-38 탤론(Talon)

T-38 탤론(Talon)은 1950년대 미국의 노드롭(Northrop) 사의 경량 전투기 F-5의 훈련기 버전으로 개발되었다. 미 공군은 2015년 현재 504대의 T-38을 운용하고 있다. 이 기체들은 1961부터 1972년 사이 생산된 기체들이니 최소한 44년 이상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동안 조종석이나 각 부품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유지보수를 한 결과이다.

현재 미국 공군이 T-38 훈련기를 대대적으로 교체하기 위해서 차기 훈련기(T-X)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미국의 록히드 마틴이 이 사업에 T-50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 항공 방위 산업에게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미수출형 훈련기 T-X이미지 확대보기
미수출형 훈련기 T-X

이 사업은 1차로 350대, 2차로 650대 도합 1000대로 총 38조의 규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에 전력 질주하는 경쟁자들도 많고 T-50이 선택된다고 해도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미국의 록히드 마틴 사나 엔진 회사들이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업을 수주한다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록히드 마틴이 세계 훈련기 시장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고 한국의 항공사업에게는 커다란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조형식 PLM지식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