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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박지원·노신·니체·쇼펜하우어 등 동서양 최고 문장가 글쓰기 노하우…자기다움·자유로움·자연스러움이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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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박지원·노신·니체·쇼펜하우어 등 동서양 최고 문장가 글쓰기 노하우…자기다움·자유로움·자연스러움이 비결

한정주 뇌룡재 대표 '글쓰기 동서대전'(김영사) 출간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이덕무, 박지원, 이익, 노신, 니체, 쇼펜하우어, 나쓰메 소세키, 마르코폴로, 스코트 니어링, 니코스 카잔차키스, 괴테, 프란시스 베이컨, 루소…. 얼핏봐도 동서양의 최고 문장가들로 꼽히는 사람들이다.

이들 글쓰기 천재들은 글쓰기 기술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그 글 속에 자신만의 철학이 담겨 있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지역사 공부와 동서양 문명과 지식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교차, 비교하는 작업을 해온 한정주 뇌룡재 대표가 한중일 3국과 서구세계를 넘나드는 글쓰기 인문학의 결정판 '글쓰기 동서대전'(김영사)를 펴냈다.
글쓰기 인문학을 통해 동서양 문장가 39인의 핵심 전략을 파헤친 저자는 자기다움, 자유로움, 자연스러움 3가지 키워드로 글쓰기 비결을 요약한다. 먼저 자기다움이란 자기 자신만의 글을 쓴다는 의미로, 동서고금을 통털어 일가를 이룬 문장가나 작가들은 독특하고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글을 썼다는 것이다.

박지원은 박지원다운 글을 썼고, 노신은 노신다운 글을 썼으며, 니체는 니체다운 글을 썼다. 그들은 옛사람이나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조차도 자신만의 글을 찾기 위한 여정에 불과했다고 저자는 진단했다.

두 번째 키워드인 자유로움이란 무엇에도 얽매이거나 속박당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읽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자유롭게 쓰는 것을 말한다. 좋은 글, 진짜 글, 살아 있는 글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저자는 아무리 훌륭하고 잘 쓴 글이라고 해도 자유롭지 않고 글쓰기의 전범이나 규칙에 갇혀서 다듬고 꾸몄다면 결코 좋은 글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억지로 지으려고 하거나 애써 꾸미려고 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꼽혔다. 너무나 자연스러워 조금도 걸리는 게 없거나 꾸민 곳을 찾을 수 없는 천의무봉의 경지를 말하는데, 이덕무의 '영처', 박지원의 '영아성', 이탁오의 '동심', 장 자크 루소의 '에밀',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등이 지식에 물들거나 인위적이나 작위적으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글에 속한다.

물론 이 자기다움, 자유로움, 자연스러움의 세 가지 키워드는 따로 따로 분리되지 않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저자 또한 이 책을 집필하면서 동서양 문장가들로부터 깨우친 개성적인 글쓰기, 자유로운 글쓰기, 자연스러운 글쓰기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저자는 "구성이니 논리니 문법이니 수사니 형식이니 하는 따위는 실상 부차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구성이 제아무리 좋고 논리가 제아무리 뛰어나고 문법이 제아무리 완전하고 수사가 제아무리 탁월하고 형식이 제아무리 잘 갖춰졌다고 해도 독특하고 독창적이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하고 반문했다.
'글쓰기 동서대전'은 18세기를 중심으로 14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동서양 최고 문장가 39인의 핵심 비결을 동심에서 자득까지 9가지로 다시 정리했다. '동심의 글쓰기' '소품의 글쓰기' '풍자의 글쓰기' '기궤첨신의 글쓰기' '웅혼의 글쓰기'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일상의 글쓰기' '자의식의 글쓰기' '자득의 글쓰기'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저자가 9개의 장으로 나누고 붙인 제목을 잘 살펴봐도 글쓰기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어린아이와 같은 맑은 동심에서 천하의 명문이 나오고, 깨달음을 통해 수만 권의 책도 한 문장으로 온축하면 살아 숨 쉬는 문장으로 만들 수 있다.

박제가가 정조의 문체반정을 반박하는 논리를 살펴보자. "짠맛, 신맛, 매운맛, 쓴맛, 단맛 등 음식의 맛이란 차이와 다양성이 본질이며 천성이다. 그런데 짠맛이 나는 소금과 매운맛이 나는 겨자와 쓴맛이 나는 찻잎을 두고 매실과 같은 신맛이 나지 않는다면서 나무라거나 처벌한다면, 그것은 소금과 겨자와 찻잎의 본성을 무시하는 것일뿐더러 사물이 지니는 천성을 폐기하려는 것에 다름없다. 만약 이렇게 세상의 모든 맛을 매실의 신맛에 맞추라고 한다면 온 천하의 맛은 반드시 사라지고 말 것이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정조의 명령대로 세상의 모든 문장을 순정한 고문에 맞추라고 한다면 이로 인해 온 천하의 문장은 반드시 없어지고 말 것이다."
노정용 기자 no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