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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슈] 민망한(?) '은행권 최초' 경쟁… 핀테크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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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슈] 민망한(?) '은행권 최초' 경쟁… 핀테크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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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신한은행
[글로벌이코노믹 공인호 기자] "다소 민망하지만 저쪽에서 치고 나오니 저희 입장에서는 안쓸 수가 없습니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은행권 최초'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고만고만한 은행이 4곳이나 되니 조금만 앞선 성과라도 내세우기 바쁘다. 최근에는 핀테크를 둘러싼 개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방은행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8일 우리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은행권 최초로 홍채, 지문, 손바닥 정맥 등 복수의 바이오 인증 방식을 채택하고 실물통장 발급도 가능한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 '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키오스크는 기존 입출금 중심인 ATM과 달리 터츠스크린과 음성서비스, 동영상 등을 통해 다양한 금융편의를 제공하는 무인디지털뱅킹 기기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모바일뱅킹과 함께 새로운 비대면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키오스크는 지난해말 신한은행이 첫 선을 보인바 있다. 당시에도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의 손바닥 정맥인증 방식을 앞세워 대대적인 홍보전을 진행한 바 있다. 이후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신한 유어스마트라운지'(舊 디지털 키오스크) 11개월 운영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은행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10월말까지 11개월간 스마트라운지에서 발생한 거래가 총 43만1000여건"이라며 "이는 영업일 기준 1대당 91건으로, 특히 이중 14건은 영업점 창구에서만 가능했던 업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최초'라고 소개한 부분은 '복수 인증방식'과 '실물통장 발급'인 셈이다. 앞서 부산은행도 지난 10월 롯데백화점 잠실점 롯데금융센터에 '셀프뱅크'를 입점하며 "은행권 최초로 지정맥 인증과 영상통화 기술을 도입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새로운 자산관리 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서비스 '엠폴리오'를 출시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각 은행별로 시범서비스를 진행 중인 상태다.
지난 7일에는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위쳇'과의 지급결제 연계서비스를 놓고 '최초' 해프닝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KEB하나은행은 "중국 위쳇페이 지급결제 연계서비를 통해 한국계은행 최초로 알리페이, 웨이신쯔푸(위쳇페이), 바이두 등 중국 내 주요 대형 온라인 지급결제 회사와 연계해 중국에서도 핀테크 사업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바로 신한은행도 "한국계 은행 최초로 지난달 17일부터 위챗페이 간편지급결제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점유율 기준 중국 3대 간편지불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 웨이신, 은련재선와 제휴를 완료했다"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신한은행 측 관계자는 "위쳇 제휴는 이미 완료했는데 배포시점이 다소 늦어졌다"며 "경쟁은행이 먼저 관련 자료를 뿌려서 당황했다"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연말을 맞아 각종 시상식이 열리면서 '최초' 경쟁이 더욱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2~3회 수상에도 '은행권 최초'라는 수식어는 예사로 따라붙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관련 서비스의 경우 새롭게 도입되는 경우가 많아 '최초 경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은행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도덕 차원의 배려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ihkong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