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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값 인상 카운트다운…현대차·기아 "아직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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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값 인상 카운트다운…현대차·기아 "아직 검토 중"

관세 압박에 재고도 소진...가격 인상 불가피론 확산
관세 부담 커져…옵션·배송비 조정안도 거론
"정부·업계, 구조적 전환 전략 나서야"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인해 현대차·기아도 미국 시장 내 차량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나연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인해 현대차·기아도 미국 시장 내 차량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나연진 기자
미국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되면서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 내 차량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유지해온 가격 동결 전략이 한계에 다다르며 관세 부담 전가를 둘러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 인상 여부와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이달 일부 차종에 대해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나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은 상태다. 미국 내 재고가 바닥나 관세 부담을 더는 흡수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가격 조정 논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부과 전 선적한 차량 재고를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 가격 동결 전략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해당 재고가 대부분 소진됐다. 가격을 올리지 않은 이유는 단순 수익성보다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한 판단이 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지금까지는 타사 (완성차) 브랜드들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차·기아가 먼저 인상할 경우 점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충성 고객을 중심으로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동결을 유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토요타, 포드, 스텔란티스(지프 제조사) 등 주요 경쟁사들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 현대차도 인상 여부를 두고 저울질 중이다. 김 교수는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율 관세가 일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정상 간 타결이 이뤄질 경우 가격 인상 없이 버티는 쪽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관세가 협상 카드로 활용되고 있어 결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인상 폭과 시기도 불확실하다. 업계에서는 5~10% 인상이 거론된다. 김 교수는 "타 브랜드가 어떤 수위(가격 인상 정도)를 택하느냐가 현대차의 판단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 간 '눈치작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타사 움직임에 맞춰 옵션가나 배송비 조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단기적 가격 조정뿐 아니라 구조적 대응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관세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대미 의존도를 낮추는 수출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동남아·중동·남미 등 영향을 덜 받는 시장 진출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내 산업 기반 유지의 중요성도 부각된다. 김 교수는 "노조 리스크, 상속세·법인세 등 기업 여건 악화로 제조업 공동화 우려가 크다"며 "정부가 제조업이 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업계가 전략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차량 가격 인상 여부와 최종 결정 시점은 정해진 바 없다"면서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