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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황창규 리더십… 임금도 '황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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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황창규 리더십… 임금도 '황의 법칙'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황창규 KT 회장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황회장은 고액연봉, 국정논단 연루 의혹으로 의원들로부터 집중 질타를 받았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황창규 KT 회장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황회장은 고액연봉, 국정논단 연루 의혹으로 의원들로부터 집중 질타를 받았다. 사진=뉴시스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황회장님 언제 내려오세요?” 통신, 방송계 관계자를 만나면 적지 않게 듣는 소리다.

지난 2014년 KT에 취임한 황창규 회장은 지난 2016년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인사로 거론되며 문재인 정권 발족과 동시에 회장직을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황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되며 임기를 2020년까지 늘렸다. 하지만 그가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정논단 연루 의혹, 집중 질문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황회장은 고액 연봉과 국정농단 연루 의혹으로 집중 질문을 받았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씨 측근을 임명한 것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아서냐”라고 추궁했고 황 회장은 "안종범 전 수석이 전화를 많이 했다. 외압에 어쩔 수 없었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권 핵심 권력으로 꼽히던 문고리 3인방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그간의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KT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8억원을 출연했다.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와 함께 연루된 차은택씨 측근인 이동수씨 등을 광고담당 임원 자리에 앉혀 68억원 상당의 광고를 최순실 관련 회사에 몰아줬다. KT 수장인 황회장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황회장은 취임 당시 역대 정권에서 반복돼 왔던 KT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끊겠다며 “인사의 원칙은 첫째도 전문이고, 둘째도 전문이고, 셋째도 전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황 회장은 2015년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나 정치권의 부당한 인사청탁은 거절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공염불이 됐다. 덕분에 KT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가장 많이 거론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황회장, 임금도 황의 법칙


황창규 회장은 삼성전자 사장 재직 당시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발표해 반도체 업계의 전설로 자리 잡았다. 황회장은 또 다른 황의 법칙을 써 내려가려는 걸까. 그의 임금도 매년 2배씩 증가하고 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국감에서 황회장의 고액 연봉 문제를 제기했다. 황 회장은 취임해인 지난 2014년 5억원을 받았다. 그의 연봉은 2015년 12억원, 2016년 24억원으로 배로 불어났다.

황 회장은 ‘연봉은 이사회에서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결정한다’고 답했지만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사회에 황 회장의 측근이 상당 부분 포진돼 있어서 사실상 셀프 이사회”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KT직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이 4.5%에 불과했다.

황 회장은 그간 KT의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률로 자신을 비호해왔다. KT는 올해 1분기,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분기 실적인 영업이익 4170억 원을 기록했다. 당시 황창규 회장은 “앞으로 3년은 KT의 골든타임”이라며 “통신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5G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사업에서 선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일 공시된 KT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1% 하락했다. 유선전화의 매출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 KT는 최근 기가지니 이용자수가 30만을 돌파했다고 자축했지만 이 역시 내실은 희박하다. 묶음 서비스 판매로 기가지니를 염가에 끼워 팔기 한 탓이 크다. 기가지니 가입자 수와 IPTV 수익의 인과관계는 아직까지 희박하다.

주력사업인 무선사업 매출은 1조81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지난 2분기에도 무선 매출은 1조78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줄었다. 가입자당월평균매출(ARPU)은 3만4608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2.2% 줄어들었다.

◇아리송한 정부 발맞추기 사업


KT는 신규 일자리 창출, 미세먼지 감축 등 문재인 정부 정책과 발맞추는 맞춤형 정책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내실은 빈약하다. 업계 일각에선 황회장이 문재인 정부와의 스킨십을 위해 무리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황창규 회장은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자리 15대 기업 초청 정책간담회’ 현장에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적극 공감해서 지난 상반기 그룹차원에서 6000명 이상을 채용한 데 이어 올 하반기 4000여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부풀려진 숫자일 가능성이 크다. 국감장에서 1만명 신규 채용 계획에 대해 질문 받은 황회장은 “고객 담당과 대응하는 인력이 4∼5천명 되고, 대졸신입사원은 450명을 뽑는다”고 밝혔다. KT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신규채용 규모를 살펴보면 상반기 450명과 하반기 440명 수준으로 총 890명에 불과하다. KT 계열사인 콜센터, AS 인력들을 주로 채용하면서 마치 KT 정규직을 채용하는 듯한 ‘착시효과’를 남긴 것. 황회장은 취임 직후 83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구조 조정한 바 있어 이율배반인 양태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또 KT 지난 9월 20일에 “전국 500만 ICT 인프라를 공기질 측정 장소로 제공하겠다”며 미세먼지 위험 해소 방안을 들고 나왔다. 공기질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 수립을 지원한다는 것. KT는 스스로 ‘국민기업’임을 강조하며 서울 및 6대 광역시의 시범서비스, 공기질 측정망 플랫폼 구축과 향후 운영 등을 위해 1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미세먼지 관리에 관한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협의조차 완료되지 않았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졸속 사업이라는 의구심을 남기게 됐다. 또 향후 투자 계획도 불투명해 사업 연속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떠오르는 황 회장 퇴임 시나리오

황회장 퇴임 시기를 놓고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첫째는 ‘평창동계올림픽 퇴임설’이다. KT는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최초 5G 시범서비스를 시연하겠다는 포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황 회장이 ‘평창5G’라는 기념비를 세우고 물러설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음으론 오는 2018년~2019년 사이 5G 상용화를 이루고 황회장이 물러선다는 ‘5G 상용화 퇴임론’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와 KT가 5G 설비 투자 등을 놓고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주, 관로, 광케이블 등 필수설비 공동활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황 회장은 “설비공동활용은 투자를 위축시킬뿐만 아니라, 국가의 유·무선 네트워크 밸런스를 파괴시킬 수있다. 국가의 기간인프라를 상당히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최근 정부가 발족시킨 4차혁명위원회와 KT의 사업영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것도 정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4차혁명위는 KT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분야에서 발을 맞춰하지만 그 파트너로 황 회장을 택하기에는 여러므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가올 5G 주파수 경매에서도 정부의 협조가 절실해 황창규 리더십은 KT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