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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노골적 네이버 지우기…대응책 손 놓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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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노골적 네이버 지우기…대응책 손 놓은 정부

'라인의 부모'라 불리던 신중호 CPO 퇴출
日 총무성 "소프트뱅크 지분 늘려야"
눈뜬 채 코 베이는 상황서도 정부 '안일'

"왜는 간사스럽기 짝이 없어, 신의를 지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많이 들어봤을 이 글귀는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관리 담종인이 보낸 금토패문(禁討牌文, 더 이상 공격하지 말라는 글)에 대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답담도사금토패문(答譚都司禁討牌文)을 작성해 보낸 내용 중 일부를 요약한 말이다.
약간의 각색이 됐지만 본문에는 "왜군들이 아직 진을 멀쩡히 치고 있으며, 돌아가려는 기미도 없으며 순순히 돌아간다는 보장이 어디 있으며, 현재도 이전의 갑절이나 약탈을 일삼고 있으니, 강화한다는 것은 속임수에 불과하며, 왜는 예로부터 신의를 지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는 글이 적혀 있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 라인야후 "네이버 업무 위탁 제로로 한다"

라인야후의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8일, 대주주인 한국 IT 기업 네이버에 대한 서비스 개발 관련 업무 위탁을 제로로 한다고 밝혔다. 사진=라인이미지 확대보기
라인야후의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8일, 대주주인 한국 IT 기업 네이버에 대한 서비스 개발 관련 업무 위탁을 "제로로 한다"고 밝혔다. 사진=라인


네이버-라인의 사태만 해도 그렇다. 라인야후의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8일, 대주주인 한국 IT 기업 네이버에 대한 서비스 개발 관련 업무 위탁을 "제로로 한다"고 표명했다.

이데자와 CEO는 8일 진행된 라인야후 결산 기자회견에서 정보 유출에 대해 재차 사과했다. 재발 방지책으로는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차례차례 종료해 기술적 협력 관계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한다"고 공표했다. 당장 올해 약 150억 엔(약 1317억원)을 투입해 그간 위탁했던 서비스와 사업 개발 등을 중단하고 관련 업무의 내재화를 진행시킬 계획이다.

또 자본 관계의 재검토에 대해서는, 모회사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에 "요청을 강하게 계속하고 있으며 교섭은 행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출자 비율에 대해서는 "소프트뱅크가 과반수를 취하는 형태로의 변경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 '라인의 부모'라 불리던 신중호 CPO 대표이사 퇴출


이와 더불어 네이버 출신으로 서비스 개발 책임자를 맡고 있는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6월 18일자로 대표이사에서 퇴임하고 개발 책임자에 전념하겠다는 내용의 인사도 함께 발표됐다. 소프트뱅크 측 인사인 오케타니 다쿠 이사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이사직에서 퇴임한다.

대표권이 있는 이사는 이데자와 CEO와 가와베 겐타로 회장 2명으로, 경영과 집행의 분리를 진행시켜 기업 지배 체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에서도 신 CPO의 대표이사 퇴임에 대해 비중 있게 다뤘다. 테크인사이더재팬은 "신씨는 다른 대표이사인 LINE(옛 라이브도어) 출신 이데자와 CEO, 야후 출신 가와베 겐타로 회장과 비교하면 국내(일본)에서 미디어 노출이 덜 된 인물이지만 라인의 친부모로도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신 CPO의 대표이사 퇴임과 관련해 현지 기자들이 "일련의 문책 의미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데자와 CEO는 "문책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하면서, 퇴임의 배경으로 "사외이사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잘나가던 연계 사업, '시기 미정'으로 잠정 중단


라인야후의 이 같은 발표는 현행 서비스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당장 올해 중 예정됐던 라인 ID와 페이페이(Paypay) ID의 연동 일정이 '시기 미정'으로 변경됐다. 페이페이는 지난해 결산 기준 사용자 수 6304만 명, 연결취급고는 전년 대비 2조 엔 증가한 12.5조 엔이 되는 등 일본 최대 간편결제 서비스다.

앞서 라인야후는 라인 ID와 야후!재팬 ID의 연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일본 금융 분야에서 점유율 1위인 페이페이와의 시너지를 높이고자 했다. 실제 라인야후 출범 후 라인, 야후, 페이페이 각각의 서비스로 특전을 받을 수 있는 유료회원 프로그램 'LYP 프리미엄'의 신규 획득 회원수는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라인야후의 보안 거버넌스를 우선적으로 실시한다"는 이데자와 CEO의 발언과 함께 주요 사업 연동은 일단 중단됐다.

◇자국 해킹에는 관대하고 네이버에만 '엄격'

일본 소프트뱅크발 명의 도용 사태에 사용된 위조 마이넘버카드. 현직 일본 의원들의 스마트폰이 해킹당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무대응하고 있다. 사진=일본 경시청 이케부쿠로서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소프트뱅크발 명의 도용 사태에 사용된 위조 마이넘버카드. 현직 일본 의원들의 스마트폰이 해킹당했지만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무대응하고 있다. 사진=일본 경시청 이케부쿠로서


현재 라인야후의 모회사인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완전히 동일한 50:50의 자본비율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압박 때문에, 당초 네이버의 자본비율이 70%로 높았지만 현재까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소프트뱅크의 자본비율이 네이버보다 높아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측은 신중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라인은 국내에서 네이버와 법인이 다른 만큼, 라인 사태에 대해 논평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많은 언론에서 문의가 오고 있으며 추가적인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

국내 언론은 일본의 이 같은 대응에 모두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객정보 유출 52만 건을 문제 삼아 2차례 행정지도를 실시한 것도 이례적인데다 정부에서 앞장서 지분율을 낮출 것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 정부는 NTT니시일본에서 발생한 약 928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 소프트뱅크를 통해 개통된 일본 국회의원 휴대전화 해킹 사건에 대해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것 자체가 일본에서도 '형평성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 우리 정부는 뭘 하고 있나

더불어민주당이 라인야후와 관련해 높은 수위의 논평을 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이 라인야후와 관련해 높은 수위의 논평을 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페이스북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라인 지키기'에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외교부는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네이버 입장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일본 측과도 소통해 나가겠다"고만 밝혔다.

외교부도 "지원이 필요한 경우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사이 라인야후의 유일한 한국인 사내이사의 퇴임이 결정났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8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라인야후 경영권 다툼 논란과 관련해 "우리 기업의 해외 사업과 투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반면 야당은 일본의 태도에 대한 비판을 보다 강하게 높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조국혁신당 김준형·이해민 당선인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정상화'를 최대 치적으로 꼽는다. 그러나 네이버가 지분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라인이라는 메신저 앱을 삼키려는 일본에 한마디도 못 한다"며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공식 항의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주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라인'은 네이버가 13년간 키워온 메신저 서비스로 우리 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오랜 시간 쌓아올린 성과다. 그런 라인을 일본 정부가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외교부의 입장문 발표가 전부"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일본의 몰염치한 과거사 도발, 외교관계 역행에 단 한마디의 항의도 못 하더니 윤석열 정부는 라인도 그대로 내줄 셈인가", "윤 대통령께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일본의 야욕에서 우리 기업을 지켜내는 역할만이라도 제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