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업무시간이 끝나거나 주말이면 이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마법과 같이 시간에 여유공간이 만들어진다. 시간의 여유는 스트레스가 퇴근과 함께 한 줄기 바람에 흩날리듯 쉽게 사라지게 한다. 쉰다는 것은 저축의 대상이 아니다. 평소에 휴식근육을 발달시켜 짬짬이 활용하는 것이 좋다. 시간을 자기만의 기준으로 구분하되 가급적 다른 주제로 생활해 보는 것이다.
쉼의 힘! 업무에 시달리고, 육아에 파묻혀 있던 자신을 온전한 모습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시간이다. 쉼(休)은 나무(木)에 사람(人)이 기대어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마을 어귀에 있는 느티나무 밑에는 어김없이 정자가 있거나 평상이 있다.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농사일로 바빴던 일상에서 벗어나 쉬는 것이다. 쉰다는 것은 삶의 시간에 빈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일명 '멍 때리기'다. 필자는 '마음챙김'이라고 표현한다. 쉼 없이 바쁘게 움직였던 육신을 잠시 멈추어 보는 것이다. 나무 밑 평상에서 오수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정자에 둘러 앉아 막걸리 한잔 하는 여유를 즐겨 보라. 삶이 얼마나 윤택해지고 여유로운가.
그 다음은 나무 밑에서 오감을 통해 자연의 소리를 들어 보자. 느티나무의 물 오르는 소리, 들녘에서 들려오는 벼 익는 소리, 짝을 찾는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 저 멀리서 뛰어 오는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 심신을 나른하게 할 뿐 아니라 하늘로 날아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듣는다의 한자어는 청(聽)이다. 임금(王)의 귀(耳)로 정성(心)을 다해 하나(一)부터 열(十)까지 듣는다는 뜻이다. 그 만큼 듣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리더가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심신이 쉰다는 느낌이 든다. 아울러 '멍 때리기'가 가능해진다. 오죽하면 '멍때리기 대회'가 벌써 3회째 운영되고 있을까. 도심에서 얼마나 많은 소음에 노출되어 있는가. IT 발전은 청각을 힘들게 한다. 청각이 쉼 없이 달리면 뇌 또한 동반 작용한다. 기계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쉬어야 하듯, 오감 또한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위적인 소리에서 벗어나 자연의 소리로 귀를 호강시켜 보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불필요한 기억이 삭제되어 머리가 새롭게 자리매김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세심한 자신에 놀랄 것이다. 이런 것이 진정 쉬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주말에 텃밭에 가거나 산을 찾을 때 안경을 벗는다. 자연에서 시력 재활치료를 받는다. 주중에는 시력이 안경에 맞춰져 있다. 주말에는 자연에 맞추어진다.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뼈를 다친 환자가 재활치료 받듯이 눈의 근육 재활치료를 자연으로부터 무료로 받고 있는 것이다. 시력이 더 이상 나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목표 달성에 온 몸이 긴장하는 연말이다. 모두가 쉼 없이 달려 왔다. 이제는 쉬어야 한다고 주 52시간을 법제화하여 국가가 장려하고 있다. 쉼은 재충천의 기회다. 다만, 그것을 느낄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겨울이 다가온다. 휴식근육을 저축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연말에는 숲을 찾아 자연의 소리를 만끽하면서 닫힌 마음은 열어 보고, 상처 받은 마음은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치유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평소 휴식근육을 활용할 수 있도록 생활패턴을 재배치해 보자.
박창동 한국HR협회 HR칼럼리스트(HRD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