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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좋은 영어 구사” 발언에 비판론…또 다시 아프리카 외교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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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좋은 영어 구사” 발언에 비판론…또 다시 아프리카 외교 구설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가봉, 기니비사우, 라이베리아, 모리타니, 세네갈 정상들을 초청해 오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가봉, 기니비사우, 라이베리아, 모리타니, 세네갈 정상들을 초청해 오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아프리카 정상들과 회동에서 한 발언이 인종차별적이라는 논란에 휘말렸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9일(이하 현지시각)조지프 보아카이 라이베리아 대통령에게 “아주 좋은 영어를 쓴다. 어디서 그렇게 배웠느냐”고 묻는 장면이 외교적 무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라이베리아, 가봉, 기니비사우, 모리타니, 세네갈 정상들과 오찬을 갖고 ‘원조에서 무역으로’라는 기조 아래 미·아프리카 간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조지프 대통령이 “평화와 안보에 있어 미국과 협력하길 원한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감사하다. 영어가 아주 훌륭하다. 어디서 그렇게 배웠느냐”고 물었다.

보아카이 대통령이 “라이베리아에서 배웠다”고 답하자 트럼프는 “그거 흥미롭다. 아주 아름다운 영어다.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도 그렇게 잘 말 못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타임은 이같은 발언이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한 라이베리아 외교관은 CNN과 인터뷰에서 “조금은 깔보는 듯한 말투였다”고 했고 재스민 크로켓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X를 통해 “트럼프는 외교를 한다는 명분으로 매일 새로운 방식으로 부끄러움을 산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는 늘 틀리고, 늘 인종차별적”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외국 지도자나 기자들의 영어 억양에 대해 논란성 발언을 해왔다. 지난 2월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는 “아름다운 억양”이라고 했고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 출신 기자의 질문은 “억양 때문에 전혀 못 알아듣겠다”고 거부한 바 있다. 같은 달 아프가니스탄 기자에게도 “아름다운 목소리인데 말이 전혀 안 들린다”고 말했고 지난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에게도 “매우 훌륭한 영어”라고 평가했다.

언어학자들은 이같은 발언이 단순한 칭찬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니콜 홀리데이 미국 사회음성학자는 지난 2016년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억양에 대한 평가는 거의 보편적으로 사회적 편견을 반영한다”고 말한 바 있고, 니콜 로젠 캐나다 매니토바대 교수도 올해 더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화자의 억양뿐 아니라 그가 어디 출신인지에 따라 말투를 평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트럼프가 유럽 지도자들의 영어에는 호감을 드러내면서도 남아시아, 중동 출신 기자들의 말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반복해온 점에서 이런 ‘억양 편향’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영어를 미국의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영어 우선주의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타임은 “트럼프의 언어 인식은 개인적 편견이 외교로 번지는 위험을 보여준다”며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상황에서 미국의 외교 감각 부족이 드러난 셈”이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