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실적은 27조811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액 약 27조8700억 원에 근접한 수치로 하반기를 지나고 나면 역대 최고치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집중이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은 노후 주거지 개선과 주택 공급 확대, 도심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업이다.
건설사들도 미분양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고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도시정비사업에 집중하는 추세다.
도시정비사업은 조합이 토지를 보유하고 있고 조합원 분담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미분양 위험이 자체 사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또한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대형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되면 도심 내 주택 공급이 늘어나 주택 공급난 해소, 가격 안정, 집값 상승 압력 완화 등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는 주택 가격과 전세가 안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규제 완화, 용적률 인상, 행정 절차 간소화 등 정책적 지원이 이어지며 건설사들의 참여가 더욱 활발해졌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는 중장기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특히 정비사업이 가시화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회복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개발이익 기대감과 신축 프리미엄으로 인해 투자 수요가 집중되면서 집값이 상승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에서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비대상 아파트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도시정비사업의 수주 증가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곧장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직결되기에는 여러 문제가 존재한다.
비수도권 및 입지가 약한 지역의 수요 위축, 미분양 리스크 등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미분양 리스크가 큰 비수도권보다는 수도권, 그중에서도 입지가 좋은 핵심 지역에 집중하는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수도권 내에서도 입지가 좋은 곳은 경쟁이 치열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공급 확대는 수도권 이외 지역의 미분양 문제와 지역 간 불균형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증가, PF 리스크 등도 여전히 건설사와 조합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요인으로 미착공 현장이 늘어나면 선 투입 비용 회수 지연으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증가는 단순히 건설업계의 실적 개선을 넘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활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주택 공급 확대와 가격 안정, 도심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시장 양극화와 지역 간 불균형 심화라는 부작용과 함께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자금 조달 등 현실적 한계도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건설사, 조합 모두가 협력해 도시정비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시정비 수주 증가세는 부동산 시장 침체를 이겨낼 전환점을 마련할 기회이자 동시에 더욱 건강한 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한 숙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성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ava0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