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전지혜, 평정심 잃지 않고 자신의 무대 만들기 위해 연습에 매진

공유
1

전지혜, 평정심 잃지 않고 자신의 무대 만들기 위해 연습에 매진

[미래의 한류스타(113)] 전지혜(연극배우)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 한윤섭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역을 맡은 전지혜.이미지 확대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작 한윤섭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역을 맡은 전지혜.
연기자란 자긍심으로 이곳저곳 오가며/ 텅 빈 공연장을 땀방울로 가득 채운다/ 촉수를 잃어 허탈감이 파도처럼 일기도 하고/ 무대를 현실로 착각하기도 한다/ 삶의 차가운 기억이 부초처럼 떠다닌다/ 최선의 삶은 보람 있는 나날을 가꾸는 것/ 사전은 사전일 뿐이다/ 척하는 공연보다 재미있는 공연 되도록/ 내 공연이 내 삶에 활력 비타민 되도록/ 끊임없는 은총과 지혜로 가득 채워지도록/ 새로운 일에 새로운 꿈을 키워나간다/ 내 꿈은 늘 푸르다.

전지혜(田智惠, ji-hea, Jun)는 임술년 섣달, 아버지 전왕인, 어머니 권영희 사이의 1남 1녀 중 장녀로 태백에서 출생했다. 그녀는 개원초, 숙명여중, 은광여고를 거쳐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시절, 특별활동으로 참가한 동화 구연 수업에서 흥미를 느낀 감정이 지금까지 그녀를 연기자로 성장시켜 왔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모친은 동화 테이프를 자기 전에 항상 틀어주었고, 이후 자연스럽게 연기적 호기심으로 발전하게 된다.
한윤섭 작, 전지혜 연출의 '아이, 동학을만나다'. ©Aejin Kwoun이미지 확대보기
한윤섭 작, 전지혜 연출의 '아이, 동학을만나다'. ©Aejin Kwoun

한윤섭 작 전지혜 연출의 '아이, 동학을만나다'. ©Aejin Kwoun이미지 확대보기
한윤섭 작 전지혜 연출의 '아이, 동학을만나다'. ©Aejin Kwoun

초등학교 동화구연 수입이 연기자로 성장 발판


영화를 좋아했던 전지혜는 영화과에 연기전공으로 입학한다. 캐스팅 경쟁도 없고, 실습작품도 단순 이미지 캐스팅이어서 연극과의 연기·제작 수업은 자극제가 된다. 한 배역을 위해 많은 학생이 여러 날 준비하고 오디션을 보는 과정이 묘한 긴장감과 활력을 불러왔다.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실력으로 쟁취하고, 딱 한 번의 무대 기회를 위해 대사 한 줄을 수백 번 연습하는 과정이 너무 행복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영화전공 학생이 연극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유교적 가풍으로 비교적 내성적이었던 전지혜는 스승과의 친분이나 교류가 없는 편이었다.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고 지금의 전지혜를 조련시킨 스승들은 시나리오 수업을 담당한 세련된 매력의 강한섭, 고운 심성에 학생들을 배려해준 씬 만들기 수업의 윤용아, 졸업 후 팀에서 워크숍과 스터디, 공연을 통해 여러 선배와 연기하게 해 준 극단 연어의 김재권, 지금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듣고, 직접 출연 기회를 만들어준 희곡·연출·동화작가인 한윤섭 선생이다.

전지혜는 한윤섭 연출가가 연출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아낌없이 가르쳐준 정성에 괄목할 성장세를 보인다. 배움과 동시에 공연 현장 활동에도 길을 열어주어서 지금은 그녀도 예술교육 분야를 맡아 문학공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우로서의 움직임과 소양을 지도해준 극단 뿌리의 김도훈 선생님을 빼놓을 수 없다. 선생의 예리함과 정교함이 돋보이는 날카로운 조언은 빠른 이해와 동시에 그녀의 상태를 인지하게 해 주었다.

전지혜는 늘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연기 이외에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시도하고 경험하고 싶어 한다. 대학 시절 배운 동시녹음 기술은 졸업 후에도 몇 편의 단편영화에 참여하게 했고, 연극 활동을 하면서 조명과 음향 프로그램과 디자인을 익혀 작은 규모이지만 작품을 디자인해보기도 했다. 또 팀에서 협력 연출과 기획을 맡기도 했다. 극단 생활을 한 연극인이라면 당연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녀는 모든 분야에서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 노력했다.
배우 전지혜가 2020년 밀양 아리랑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최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으로 출연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배우 전지혜가 2020년 밀양 아리랑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최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으로 출연하고 있다.

극단 파도소리의 '굿모닝 씨어터'.이미지 확대보기
극단 파도소리의 '굿모닝 씨어터'.

자연스럽게 영화전공 학생이 연극으로 눈 돌려


어느 때부턴가 그녀는 타악기 연주, 디제잉, 컴퓨터 디자인까지 연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분야까지도 배우게 된다. 그런 경험들이 그녀의 시야를 넓혀주었고, 차츰 전체를 보는 눈을 갖게 했다. 그건 배우에게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좋은 작품을 선택, 작품 전체를 보고 작품 방향을 알고 알맞게 움직이게 한다. 때론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그녀를 피곤하게 하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배움의 의지는 그녀의 원동력이다.

전지혜가 가장 좋아하는 연극은 ‘박빈’역의 「수상한 궁녀」이다. 이 작품은 조선 사회를 풍자한 작품으로 고마나루연극제와 춘천연극제에서 두 번의 연기상 수상작이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매력적인 배역을 맡아 배우로서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를 열다섯 낳은 여인이 임금의 후궁이 되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아이들을 모두 잃은 이야기이다. 희·비극 연기를 동시에 해내는 배역을 맡아 그녀는 대학로에서의 장기 공연과 연극제 참여를 해왔다.

배우 전지혜가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에서 한윤섭 작 연출의 '후궁 박빈'에서 중전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배우 전지혜가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에서 한윤섭 작 연출의 '후궁 박빈'에서 중전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전지혜는 성인이 되면서 유년의 음악 공부를 따로 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디제잉을 배우게 된다. 디제잉은 곡과 곡을 섞고 연결하여 사람들의 분위기를 선도하고 여러 곡의 연결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창조하는 매력 있는 작업이다. 그녀는 이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되기 위해 Pioneer Korea DJ Contest 챔피언 Schedule 1에게 교습(2009)을 받았고, ENTRAP 크루들과 Madholic, Bottega, Chroma 등 여러 곳에서 공연하며 디제이로도 활동했다. 혼합 멜로디가 불러일으키는 여운의 힘은 상황과 분위기를 고조시켜 인간의 감정을 증폭시킨다. 이는 대부분의 인간에게 통한다. 음악이 예술 중 가장 빠르게 감정을 터치하는 매력이 있다면 디제잉은 그보다도 빠른 힘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디제잉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이다.

전지혜는 많은 연극인이 아동극을 얕잡아 보는 태도와 선입견을 싫어한다. 그런 선입견을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한 지난 8월에 공연된 어린이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은 자신을 반성하게 했다. 그녀는 「성호가든」, 「수상한 궁녀」, 「하이옌」, 「유리동물원」, 「굿모닝 씨어터」을 자신의 대표출연작으로 꼽는다. 그녀는 춘천연극제 최우수연기상(2019), 고마나루 연극제 최우수연기상(2015), 서울필름스쿨 오디션리그 대상(2010)에 이르는 가시적 발전 과정을 거쳐왔다.

조용히 움직이며 커다란 성과를 도출해내는 전지혜는 현재 에이치예술교육 대표이며 서초연극협회 부지부장이다. 그녀는 「장수상회」 조연출(2021, 예술의 전당, cj토월아트홀), 「아이, 동학을 만나다」 연출(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대본공모 낭독공연, 2020, 동양극장 3관), 「연극만들기 가이드 영상」(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온 스테이지, 2020) 연출로 외연을 확장한다. 그녀는 바람부는 날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마음속에 비축한 농밀한 비기는 그녀의 자산이다.
연극배우 전지혜이미지 확대보기
연극배우 전지혜


전지혜, 다가오는 12월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한윤섭 작·연출의 「서찰을 전하는 아이」에 열연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1894년의 조선을 담은 작품으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격동의 조선을 열세 살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상과 연희, 친숙한 배우들의 연기가 기대된다. 연극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쉽지 않은 예술작업이다. 그 또한 자신의 선택이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무대를 즐기며 행복하게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〇 연기경력

「죽도 밥도 아닌...」(작.프란츠 크사버 크뢰츠)/ 에이미 / 강강술래 소극장 / 2003

「다이닝 룸」 / 중개인 외 5역 / 아리랑소극장 / 2004

「사랑의 헛수고」 / 막내 / 의정부 예술의전당, 포천아트홀/ 2005

「「하녀들」 / 쏠랑쥬 / 예술정원 소극장 / 2008

「도덕적 도둑 」 / 줄리아 / 경기연극제 / 2009

「오후 2시 라디오를 켜세요」 / 정아 / 76스튜디오/ 2010

「오후 2시 라디오를 켜세요2」 / 왕PD /알과 핵 / 2010

「뼈대있는 집안」/ 4역 / 76스튜디오, 대구 / 2011

「굿모닝 파파」 / 여자 역 / 알과 핵 / 2011

「수상한 궁녀」 / 흥부처 / 청운예술극장 / 2011

「자수궁」 / 근빈 / 여성연출가전 스타씨티극장 / 2012

「찍힌놈들」 / 라디오진행자 / 알과핵 / 2012

「잇츠유」 / 선미 / 부산 / 2012

「라이브 라이프」 / 오디션, 겁탈, 늦은행복, 재채기/ 로데오극장/ 2013

「명작의 향연」 / 첫사랑-지나이다 / 노을소극장 / 2013

「앨리스 인 원더랜드」 / 첼로 / 로데오극장 / 2013

「굿 닥터」 / 재채기, 오디션, 겁탈, 생일선물 / 76극장 / 2013

「성호가든」 / 손밍 / 서울연극제 아르코소극장 / 2014

「수상한궁녀」 / 박빈 / 고마나루 연극제 / 2015 –최우수연기상 수상

「하이옌」 / 하이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 2015

「수상한궁녀」 / 박빈 / 공간아울 / 2016

「굿모닝 씨어터」 / 미미 / 대학로예술극장/ 2017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유리동물원」 (연출 김도훈) / 로라 / 대학로예술극장/ 2017

「성호가든」/ 주인여자 / 공간아울 / 2017

「시집가는 날」 / 입분이 / 서초예술회관 / 2018

「분장실」/ 여배우C / 포항 100씨어터 / 2018

「후궁 박빈」 / 중전 / 구로아트밸리 대극장 / 2018

「마들 배뱅이 / 세월이 /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극장 / 2018

「오거리 사진관」 / 어머니 / 성균소극장 / 2018

「전시 조종사」 / 로안나 / 스튜디오76 / 2018

「전시 조종사」 / 로안나 / 소월아트홀 / 2019-제4회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대상

「전시 조종사」 / 로안나/ 아르코예술극장 / 2019

「수상한 궁녀」 / 흥부처 / 예술공간 서울 / 2019

「수상한 궁녀」 / 흥부처 / 춘천 축제공간 몸짓 / 2019-2019 춘천연극제 최우수 연기상

「고종의 길」 / 명성 / 서초문화예술회관 / 2019.11

「로미오와 줄리엣」 / 줄리엣 /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대극장 / 2020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